세계사 만물관 - 역사를 바꾼 77가지 혁명적 사물들
피에르 싱가라벨루.실뱅 브네르 지음, 김아애 옮김 / 윌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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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쇼핑을 마치고 마트 계산대 앞에 서 있다. / p.8

어렸을 때에는 소설보다는 비문학을 더욱 좋아했었다. 그 중에서도 역사 이야기를 참 좋아했었던 것 같다. 물건의 역사 이야기를 보면 상식이 조금씩 늘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소설을 경시하게 되었던 이유이기도 한데 요즈음은 소설을 더욱 많이 보고 있다 보니 이런 상식보다는 감정의 확장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은 피에르 싱가라벨루와 실뱅 브네르의 세계사에 관한 책이다. 예전의 향수를 자극하는 책이어서 골랐다.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나 과거에 읽었던 내용도 잊었다. 흔하게 사용하는 물건들의 역사를 다시 배우고 머리에 채우겠다는 생각으로 선택한 책이어서 나름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흔히 사용하는 샴푸부터 시작해 혁명이 되었던 전구까지 총 77 가지의 물건에 대한 역사 그리고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거기에 나름 사용처에 대한 카테고리가 나눠져 있어서 궁금한 물건을 우선적으로 골라 읽는 재미도 있었다. 읽으면서 두 가지에 크게 놀랐고, 또 인상 깊었다. 하나는 의외인 부분이었고, 또 하나는 약간 부정적으로 다가온 부분이 있었다.

첫 번째는 생각보다 아시아에서의 이야기가 많았다는 점이다. 보통 알고 있는 물건들의 역사를 찾으면 대부분 유럽이거나 미국이었던 경우가 많았다. 식민지 시대 또는 그 전부터 단순한 일화를 계기로 생겨난 물건이라고 알고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전구도 많은 사람들의 상식처럼 미국의 에디슨이었을 것이고, 콜라 역시도 미국의 코카콜라가 원조라는 것이다. 그런데 샴푸나 분재 등이 인도와 일본 등 동양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새롭게 알게 되었다. 특히, 쪼리로 불리는 플립플롭이 일본이었다는 것은 의외였다.

두 번째는 서양의 독특한 관념들이다. 향수의 유래가 유럽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어렸을 때 읽었던 책을 통해 알고 있었다. 잘 씻지 않았던 당시 사회에서 체향을 가리려는 목적이어서 나름 큰 충격을 받았다. 그 느낌을 비데 편으로부터 다시 느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종교적인 관념으로 이를 부정적으로 생각했다는 게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위생이 우선시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 외에도 탐폰도 같은 맥락으로 위생보다는 정절을 더욱 중요시했던 관념이 조금은 다르다고 느껴졌다.

그 외에도 코카콜라의 코카가 알고 있는 마약이었다는 것은 새로웠고, 가시철사가 방어나 보호의 목적보다는 가로막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다는 것은 씁쓸함을 느끼게 했다. 흔히 알고 있는 물건뿐 아니라 프리메이슨 앞치마를 비롯해 쉽게 듣거나 볼 수 없었던 물건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이미 알고 있었던 물건들은 기억을 떠올리게 했고, 새로운 물건들은 상식을 쌓게 했다.

성인이었던 독자들에게도 흥미롭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청소년들에게는 더욱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약간 은밀한 물건들의 이야기가 있어서 걱정이 되기는 한다. 그래도 뭔가 아는 척을 한다거나 지식을 쌓고 싶을 때 읽으면 분명히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사 만물관이라는 제목이 딱 어울리는 책이었다. 아마 박물관이라고 했다면 그렇게 와닿지는 않았을 텐데 마치 보부상이나 세상 만물처럼 누군가는 잡동사니처럼 보였을 물건들의 역사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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