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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2년 11월
평점 :

단정은 금물이지만, 사람마다 각자의 사정이 있는 법이야. / p.179
살아가다 보면 혈연 관계의 가족보다 타인이 마음을 잘 알아 줄 때가 있고, 반려 동물 역시도 가족이라는 점에서 보면 예전만큼 그렇게 피붙이라는 의미 자체가 조금은 희미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범위 또한 사람과 사람에서 다른 동물과 그 이상으로 광범위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달라지는 것은 개인적으로 좋게 생각하는 입장이다.
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 소설이다. 수능 시험 이후로 한때 도장 깨기를 했었는데 대학교 입학 이후 또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재작년 말부터 리뷰를 하면서부터 일본 작품을 많이 읽었는데 그동안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또 하나도 읽지 않았다. 오히려 추천사가 있는 작품만 골랐던 것 같다. 그동안 많은 작품들이 나와서 기회를 보고 있었는데 좋은 기회가 닿아서 이렇게 추억을 되새기는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소설은 두 가지 큰 사건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하나는 카페에서 주인이 살해된 채 발견이 된 사건이다. 경찰은 피해자인 하나즈카 야요이 주변 사람들을 조사하지만 평소 성격이 좋기로 소문난 야요이는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그러다 전 남편이었던 와타누키 데쓰히코와 단골 손님 시오미 유키노부가 용의자 선상에 오른다. 피해자와 만났거나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은 있지만 특이한 살해 동기나 용의점들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숨기고 있는 일이 있는 듯하다. 마쓰미야 형사는 이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한다.
또 하나의 사건은 마쓰미야 형사의 개인적인 일이다. 마쓰미야 형사는 료칸을 운영하고 있는 아야코라는 한 여성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는다. 이름은 물론이고, 그녀가 살고 있는 동네도 처음 듣던 터라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았더니 안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듣는다. 마쓰미야는 어머니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아야코를 만나 몰랐던 비밀을 알게 되어 혼란을 겪는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등장 인물이 많이 등장하는 편이어서 이름을 인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물론, 러시아나 다른 나라의 소설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인물의 수이기는 하지만 일본 소설의 특징 중 하나인 성으로만 표현이 되는 부분도 많았기 때문에 체감상 많다고 느껴졌다. 이렇게 인물들이 눈에 익는데 조금 오래 걸리기도 했지만 인물들을 알게 되면서부터 읽는데 속도가 붙었다. 사건이 전개되면서부터 흥미롭게 읽혀졌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첫 번째는 소설 구성이다. 사실 두 사건 자체가 크게 연관이 되는 일은 아니다. 공통 분모라고 한다면 마쓰미야 형사가 포함된다는 것이다. 카페 주인 살인 사건이라는 큰 사건만 보더라도 작가가 소설에서 독자들이 느끼고자 하는 의도는 충분히 와닿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쓰미야 형사의 개인사가 등장하자 생각과 여운이 더욱 깊어졌다. 특히, 마쓰미야의 심리를 따라가면서 읽다 보니 경험에 비추어 살인 사건을 바라보고 공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시오미 유키노부의 딸인 모나와 마쓰미야 형사가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스토리 안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가족에 대한 의미이다. 과연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핏줄이 그렇게 중요할까. 이러한 물음이 내내 머릿속을 지배했다. 소설 안에서는 혈연 관계의 가족이 무엇보다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이다. 등장 인물들이 직접적으로 가족의 정의를 고민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크게 고민을 하는 듯했다. 나 역시도 피가 섞이지 않더라도 누구보다 마음이 통했던 가족들과 피가 섞인 부모와 자녀의 관계이지만 남보다 더 멀게 느껴지는 등장 인물들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깨닫고 또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던 것 같다.
마지막 결말에 이르러 제목의 의미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는데 그때 실이 연결된 표지가 새롭게 다가왔다. 가족이 빨간 실로 연결이 되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당시에는 빨간 실에서 빨강색이 의미하는 것이 핏줄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적어도 소설을 읽고 난 다음에는 따뜻한 마음을 의미하는 색깔로 표현이 된 듯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큰 여운이 남았다. 사실 처음 읽을 때에는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의 명성에 비해 크게 와닿지는 못했다. 그러나 마쓰미야 형사와 살인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면서 뭔가 조금씩 마음에 남기 시작했고 덮은 이후에는 한동안 생각의 실타래들을 정리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역시 오랜 시간 사랑을 받는 작가의 작품에는 무언가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