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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아이
츠지 히토나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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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비키는 해묵은 상처 같은 과거를 반추하며 렌지에 얽힌 기억을 떠올렸다. / p.12
소설 중에서 가장 읽기 힘든 내용은 아마 아동과 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재이다. 특히, 그들이 방치된다거나 학대의 대상이 될 때에는 더욱 버티기 힘든 면이 있다. 아무래도 복지사각지대나 약자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직종에 종사하고 있으며, 원래 그런 쪽에 항상 민감하게 반응하고 공부하는 편이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어두운 면들을 조금씩 보고 변화할 때에 세상은 조금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찾아서 읽는다.
이 책은 츠지 히토나리의 장편 소설이다. 전작들의 제목은 익히 봤지만 아직 읽지는 못했다. 사실 작가의 이름은 초면인데 내용을 보고 선택하게 된 책이다. 일본 작품이기는 하지만 뉴스에서 보게 되는 내용이기에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에서도 벌어지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줄거리만 읽어도 가슴이 아픈 이야기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소재이기에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렌지로, 동네의 마스코트이자 한밤중의 아이라는 별명을 가진 어린 소년이기도 하다. 호스트와 술집에서 일하는 부모님께 방치되어 늦게까지 혼자 돌아다니며, 이웃 상인들과 동네 주민들에게 도움을 얻는다. 경찰 히비키는 렌지가 호적에도 올라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어떻게든 학교에 입학시키려고 하지만 부모님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그렇게 렌지는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어두운 거리를 헤매고, 그렇게 성장한다. 결론적으로 소설은 렌지의 성장 과정을 담고 있다.
가슴 아픈 소재이기는 하지만 스토리 자체가 너무 몰입이 되어 등장 인물들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금방 완독할 수 있을 정도로 몰입이 되었다. 읽는 내내 렌지에 대한 안타까움과 이를 해결할 수 없는 정책에 대한 답답함, 부모에 대한 분노, 주위 사람들로부터 느꼈던 인간애까지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부정적인 부분으로 부모와 정부에 대한 생각이다. 우선, 렌지에게 최소한의 보호막이 되어야 할 가정이 역할을 제대로 해 주지 못했다. 렌지의 아버지는 손지검까지 할 정도로 폭력적이었으며, 어머니는 방임을 했다.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아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게 성관계를 맺는다거나 다른 이성을 집으로 불러들이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 지점은 심리적인 학대라고 느껴졌는데 렌지가 성장하면서 이성과 사회적인 관계를 형성하는데 트라우마가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무호적자인 렌지를 국가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할 수 있도록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을 텐데 이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답답함을 느꼈다. 렌지 또한 그 나라의 국민일 텐데 지켜주지 못할 국가라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두 번째는 긍정적인 부분으로 주위 이웃들에 대한 생각이다. 클럽의 삐끼라고 불리는 동네 형과 부자이지만 나와서 살고 있는 괴짜 어른, 식사를 제공하는 상인들, 마을의 유일한 이성 친구,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는 히비키까지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렌지가 성장할 수 있었다. 보고 배운 것이 아무래도 유흥업소와 관련된 일이었기에 중간에 잘못된 길을 들어가는 등의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길을 잃은 아이에게 먹거리를 사 주고, 동네의 전통적인 축제에 열정을 가지고 참여하는 등 크게 엇나가지 않는 성인이 되었다. 렌지를 챙기는 이들이 누군가에게는 손가락질할 직업이나 성격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렌지를 마치 자신의 자녀들과 형제처럼 돌아보았던 마음만큼은 누구도 욕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고 나니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라는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가족과 국가에게 보호를 받지 못하는 렌지이지만 마을이 하나의 울타리가 되어 주었다. 그런 면에서 렌지가 아픔이 있는 마을 떠나지 못했던 것이며, 떠나더라도 금방 돌아올 수 있는 이유였던 것 같다. 어쩌면 이 소설이 떠올린 그 말을 가장 잘 표현해 주었던 작품이지 않을까.
소재 자체만 보면 아프고 힘든 이야기이다. 그러나 터널 안에서 빛을 보듯 이 소설을 읽는 내내 희망이라는 불씨가 보였다. 대한민국에도 나카스와 같은 마을이 많아졌으면 조금이나마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지 않을까. 부모가 보호막이 못 되는 아이를 위해 대신 키워주는 마을, 그리고 이러한 아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소망하게 되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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