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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준 너에게, 마지막 러브레터를
고자쿠라 스즈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3년 2월
평점 :

내게는 방과 후에 꼭 들르는 곳이 있다. / p.24
학창시절에는 러브장이라는 게 유행했다. 여러 가지 그림과 고백 문구를 적어 사귀는 사람이나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는 한 권의 공책을 뜻한다. 연애한 적은 있었지만 상대방에게 받은 적이 없었고, 반대로 초등학교 때 마음에 두고 있던 아이에게 주었던 기억이 있다. 그 시절에는 러브레터보다는 러브장을 주고받았던 문화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러워 꺼내기 힘들 정도의 흑역사이다.
이 책은 고자쿠라 스즈의 장편 소설이다. 학생들의 러브 스토리는 끊을 수 없는 중독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어느 정도의 스토리가 머리에 그려짐에도 불구하고 막상 신간이 나오면 꼭 읽게 된다. 이 작품 역시도 일본 로맨스라는 점에서 예상되는 지점이 있었지만 일상에서 크게 느끼지 못할 설렘을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고르게 되었다. 기대보다는 흥미 위주의 선택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아이하라라는 이름을 가진 학생으로 소극적이며, 못난 자신에게 큰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인물인 듯하다. 소꿉 친구인 이치노세를 마음에 두고 있지만 그는 가장 친한 친구인 리쓰와 연애를 하고 있다. 좋아하는 남자와 사귀는 것도 모자라 예쁜 외모로 많은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기에 리쓰에게 좋은 마음이 들 리가 없다. 그럼에도 이를 숨기고 소극적으로 분노와 질투를 삭힌다. 이런 아이하라에게 해방할 수 있는 공간과 책이 있다. 도서관에 마음이라는 이름의 소설. 교과서에 실린 문학이기에 아무도 손대지 않는 작품인데 어느 날 그 책에 편지가 온다.
읽으면서 두 가지의 감정이 들었다. 첫 번째는 편지가 주는 감정이었다. 편지를 쓸 때와 편지를 기다릴 때 조금은 결이 다른 설렘이 요동치고, 글자로 꾹꾹 눌러 담은 감정과 생각이 하나의 인연을 만든다는 점에서 시대를 막론하고 러브레터가 주는 영향을 생각보다 꽤 크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소설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아이하라는 얼굴과 목소리도 모르는 가토라는 사람을 편지 하나로 사랑하게 되고, 그의 편지를 내내 기다린다. 심지어 생전 하지도 않던 땡땡이를 치기도 한다. 러브레터가 주는 힘과 풋풋한 설렘을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사람과의 감정이었다. 주된 이야기는 가토와 아이하라의 편지이지만 그 안에서 풀어나가는 작은 사건과 결말이 있다. 아이하라는 이 비밀스러운 편지를 숨기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다. 리쓰에게 상처가 줄 말을 하게 되면서 힘들어하기도 하고, 결말 부분에 드러나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도 참 인상 깊게 보았다. 가깝고 소중한 사람일수록 솔직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점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생각했던 것처럼 상상이 가능한 연애 소설이었다. 예상대로 흘러가며, 생각할 지점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편지가 그 책에 그것도 아이하라에게 올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고, 중반에 이르러서 아이하라처럼 편지의 주인이었던 가토라는 인물이 누구인지 추측하게 되었다. 가토라는 성을 가진 여러 사람들을 보면서 나름 편지의 인물과 비교하면서 읽다 보니 금방 완독할 수 있었다. 뻔하면서도 또 다른 재미가 있었던 작품이었다. 아마 요즈음 인기가 있는 일본 연애 소설에 흥미를 가진 독자라면 이 작품 역시도 크게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