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에 대처하는 법 - 불안장애 이해하고 극복하기
안드레아스 슈트뢸레.옌스 플라그 지음, 유영미 옮김 / 나무생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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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리적 불안은 모두에게 닥칠 수 있는 성격의 것이다. / p.10

항상 불안을 달고 살지만 이게 일상생활에서 큰 불편함을 느끼게 된 것은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부터인 것 같다. 학교 다닐 때까지는 부모님의 도움 하에, 그리고 미성년자이기에 바운더리가 있었던 터라 불안을 잔잔하게 느꼈고, 이를 크게 와닿지 못했다. 그저 당시의 불안이라고 한다면 지각이나 숙제 등 아무리 심해도 매를 맞는다는 것 정도의 일이었을 테니 말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책임을 지는 일들이 많아지면서부터 이를 체감했다. 특히,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지만 생각만큼 일이 순서대로 오지 않는다. 또한, 예상한 시나리오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업무를 하는 와중에도 새로운 업무는 계속 쌓이고, 시간은 또 정해져 있다. 그러한 순간에 나름 계획성 있게 처리하지만 결국은 사건이 터지게 된다. 담당자로서 상사에게 혼나는 것은 물론이며, 신뢰 자체가 크게 깨지는 상황에 이른다. 이러면서부터 나도 모르게 불안을 더욱 크게 느꼈다. 그리고 조급하게 일을 처리해 같은 상황을 반복하기도 했다.

이 책은 안드레아스 슈트뢸레와 옌스 플라그의 불안에 관한 책이다. 다시 직장을 다니게 되면서부터 고질병이 나오고 있다. 현재 상사이신 분은 그 누구보다 성향을 잘 알고 계시기에 천천히 일을 처리하라는 말씀을 해 주시기는 하지만 일을 매번 쫓겨서 진행하다 보니 잔실수들이 많아지고 있다. 아마 불안함을 느끼기에 더욱 행동으로서 나온 듯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측면에서 도움을 받고 싶어 선택하게 된 책이다.

불안이 왜 생기는지부터 시작해 불안의 원인, 치료법까지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어 가지고 있는 습관이나 심리적 상태를 체크하기에 유용했던 책이어서 천천히 시간을 들여 읽었다. 단순하게 불안 자체를 다루는 것뿐만 아니라 불안장애의 종류에도 범불안장애, 공황장애, 특정한 공포증 등 세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으며, 뇌신경학적 부분은 그림으로 표현해 훨씬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각 불안 증세에 대한 사례들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 대한 내용까지 담겼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불안을 다룬 책들을 읽기는 하지만 대부분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는 법에 초점을 두었던 것과 다른 점이었다. 불안장애 구성원을 둔 가족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와 불안장애를 이해하지 못했을 때 생기는 문제들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었다. 이 지점이 특별한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뷰를 남기기 위해 처음부터 하나씩 정독을 했지만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읽는 게 더욱 효과적이며, 추후 또 다른 불안이 생긴다면 재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유용했다. 또한, 이러한 불안장애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가족, 더 나아가 많은 사람들과 연결이 되었다는 점을 느꼈다. 불안으로 힘들 때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듯해서 만족스러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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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요괴상점
기구름 지음 / 씨엘비북스(CLB BOOKS)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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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더 빠르고 강해지네. / p.178

요괴와 좀비는 태생적으로 조금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다. 약간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관점이지만 출생지가 다르다는 생각이다. 요괴는 대한민국 국적이라면 좀비는 미국 국적이라고 할까. 뭔가 요괴라는 어감 자체가 전통적이다. 그렇다고 요괴에게는 친근함을 더 느끼거나 하지는 않는다. 요괴와 좀비 둘 다 그렇게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이 책은 기구름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요괴를 좋아하지 않지만 표지가 예뻐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그동안 힐링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집이 그려진 표지들을 보면 마음이 편안했는데 이 표지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과거에 재미있게 했었던 게임의 한 배경이 떠올랐다. 그곳에서는 팬더도, 원숭이도, 뱀도 전부 몬스터로 때려잡아야 하는데 그곳에 표지와 같은 건물이 있을 것 같다. 익숙한 느낌으로 읽게 되었다.

배경은 조선시대의 한 저잣거리이다. 마포장터라는 곳에서 한기라는 인물은 요괴상점을 운영하고 있다. 부모님으로부터 이제 한성요괴상점을 물려받아도 된다는 말을 듣고, 그곳의 주인이 되었다. 조선을 가지고자 하는 요괴를 비롯해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요괴까지 이들을 헤치는 요괴를 처치하면서 그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요괴와 친하지 않다 보니 결투 장면에 대한 상상력이 조금 걱정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우려와 다르게 술술 읽혔던 것 같다. 요괴와 싸운다는 게 중요한 사건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는 줄거리에서 비중을 크게 차지하지는 않았으며, 주인공인 한기의 성장, 그리고 그들은 돕는 흑백 요괴와 팬더, 주변 인물들의 상호관계가 더욱 눈길을 끌어 가볍게 그리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실제 인물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한기만큼 중요도를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의 조력자로서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이 있다. 이는 황희이다. 황희정승으로 국사 시간에 자주 들었던 기억이 있는 조선시대의 문인인데, 소설에서는 국가 관직 중 하나를 맡고 있는 인물로 표현된다. 요괴를 처치하더라도 국가의 법률이나 허가 등이 필요할 텐데 이럴 때마다 한기에게 도움을 주고, 때로는 같이 요괴를 처리하러 나서기도 한다. 특별한 능력을 지니지는 않았지만 알고 있었던 반가운 이름의 등장이 흥미로웠다.

두 번째는 조선시대의 서울 풍경을 잘 묘사했다는 점이다. 전생에는 살았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나의 상태로는 조선시대를 살아본 적이 없기에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 다만, 문장이나 단어의 표현으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당시 서울의 지명이었던 한성을 비롯해 날짜나 전국의 지명까지도 시대상을 잘 반영한 듯했다. 아마 아래에 설명이 없었더라면 이해하기 힘들었을 텐데 그 부분도 친절하게 기재가 되어 있어서 좋았다.

온전히 소설에 빠져 읽으면서 현재 가지고 있던 고민과 걱정을 잠시 잊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런 점에서 깊이 생각하지 않고 기분 전환을 위해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가치나 여운을 주는 힐링 소설은 아니었지만 다른 의미로 힐링과 재미를 주었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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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생활자 안전가옥 앤솔로지 10
최현수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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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에게는 처음으로 명국을 떠나는 밤이었다. / p.12

언제인지 잘 모르겠지만 한때 귀에 이중생활이라는 단어가 꽂혔던 순간이 있었다. 영화부터 접하는 많은 것들의 소재가 이중생활이었다. 간첩과 스파이의 이중생활, 두 살림을 차리는 한 남자의 이중생활 등 큰 스토리는 각기 달랐지만 결론적으로는 두 가지 생활을 해내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어디까지나 성향이나 취향으로 이중생활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어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던 것 같다.

이 책은 안전가옥 출판사의 앤솔로지 단편집이다. 주제를 관통하는 앤솔로지 작품들을 묶었던 FIC-PICK 시리즈는 즐겨 읽었지만 이번에 읽은 책은 조금 다른 표지를 가진 시리즈이다. 전에 발간되었던 냉면이나 대멸종은 주변 지인들로부터 재미있을 것이라고 추천을 받기는 했지만 그동안 생각만 했을 뿐 읽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신간 소식을 접해 반대로 도장 깨기를 하자는 계획을 세워 읽게 되었다.

이 소설집에는 크게 다섯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이산복 작가님을 제외한 다른 작가님들은 처음 접하는 작품들인데 그 안에서 오히려 취향에 맞는 이야기들을 자주 만났기에 이 부분이 가장 기대가 되었다. 또한, 이중생활자라는 공통 주제를 가지고 어떤 세계관을 경험하게 해 주실지에 대한 궁금증이 꽤 크게 들었다. 읽으면서 다채로움에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전효원 작가님의 <부처핸접>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한 사찰의 비구니 스님인 여성이다. 사찰의 주지 스님은 치매에 걸려 악귀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절은 조폭들에게 넘어갈 위기에 처해 오억 원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인다. 그때 우연히 템플 스테이를 온 래퍼 경연 대회 심사위원의 말을 듣고 대회에 참가한다. 소설은 스님의 좌충우돌 대회 참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가장 크게 웃었으면서도 현실적으로 상상이 가능한 소설이었다. 사실 스님 하면 속세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종교인의 편견이 강하게 자리 잡았기에 조금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읽다 보니 화자의 상황이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 심지어 강한 비트의 랩과 목탁을 베이스로 둔 반야심경이 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속세에 들어온 스님의 이중생활이 웃기면서도 참 슬펐던 작품이었다.

그밖에도 아슬아슬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다른 작품의 화자들의 입장에서 많은 공감과 재미를 느꼈다. 사실 그렇게 이중생활에 대해 깊은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직장에서는 직장인의 자아로, 집에서는 자녀나 가족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는 것을 보면 온전히 하나의 인격체로 생활하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나 역시도 각자 역할에 맞는 옷을 입으면서 살아가는 이중생활자인 것은 아닐까. 이런저런 이중생활이라는 주제로 나 역시 흥미로운 상상력을 펼쳐서 흥미로운 독서 시간이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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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거시제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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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기쁨의 정체는 무엇일까. / p.9

한국어에서도 형태에 따라 과거와 미래, 현재 시제로 나눌 수 있겠지만 문법적인 크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했었다. 태어나서 자연스럽게 엄마, 아빠 등의 짧은 단어로부터 말하기 시작했을 테니 말이다. 나 역시도 지금 이 순간까지 시제를 생각하면서 대화하지는 않는다. 아마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그렇게 분석하면서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영어를 배우던 순간에 가장 새롭게 느껴졌던 것이 시제에 관한 부분이었다. 미래를 표현할 때에는 Will을 붙이고, 과거를 표현할 때에는 Did를 붙인다는 게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밖에도 단어나 문법에 따라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도 있는데 학교에서 어디까지나 공부의 영역으로만 언어를 배운 사람이다 보니 많이 헷갈렸던 것 같다. 한국어를 이렇게 배운다고 하면 그것 역시도 헷갈리지 않았을까.

이 책은 배명훈 작가님의 단편 소설집이다. 작품보다 이름이 더욱 각인된 분이다. 즐겨 보는 북 크리에이터분께서 배명훈 작가님의 열렬한 팬으로 익히 알고 있었다. SF 소설로는 작가님들의 작가님, 연예인으로 말하자면 스타들의 스타 그런 느낌으로 인지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작품을 읽어 보지 못했다. 물론, 계획을 하기는 했었지만 아무래도 많은 상상력과 이해력을 동원해야 하는 작품이라는 나름의 편견이 자리하고 있어서 내내 겁만 먹고 있었다. 그러던 중 신작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렇게 용기를 내어 읽게 되었다.

소설집에는 총 아홉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사실 처음에 읽었을 때에는 조금 이해하기 난해한 부분이 많았다. 그동안 SF 소설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느낌이었다. 과학적 지식으로 지식의 부족이 아니고, 그렇다고 거대한 세계관으로 상상력 부족도 아니었다. 그저 눈으로는 읽고 있지만 머릿속으로는 줄거리보다 글자가 더 튀어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책을 읽으면서 줄거리를 파악하는 편인데 그림보다는 활자가 더욱 눈에 띄었던 것에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개인적으로는 두 작품이 가장 인상 깊게 남았다. 첫 번째는 표제작인 <미래과거시제>이며, 두 번째는 <임시조종사>이다. 전체적으로 묘한 느낌을 주었지만 유독 두 작품이 강하게 와닿았던 이유는 표현 자체가 가장 독특했기 때문이다. 전자는 제목처럼 미래과거시제로 말하는 강은신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의 화법이 신기했다. 강은신이 표현하는 시제를 말하지 않았더라면 출판사의 오타로 생각했을 정도일 것이다. 눈에 거슬렸지만 이상하게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후자는 책의 장르를 착각하게 만든 형태이다. 구전으로 내려온 고전 문학들을 보는 것도 소설의 형태로 가공이 되어 하나의 이야기로만 봤으며, 판소리는 눈이나 귀로 듣기만 했는데 이를 활자로 본다는 것 자체가 신선하게 느껴졌던 작품이다. 익숙하지 않은 판소리 활자를 보면서 머릿속에서는 북소리나 추임새를 상상하기는 했었지만 대중 가요를 많이 접하는 입장에서 줄거리를 이해하면서 읽는다는 게 조금은 어려웠지만 나름의 재미가 느껴졌던 작품이다.

읽으면서 활자가 춤을 추는 것은 이렇다는 것을 보여 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보면 독자가 제대로 읽고 있는지 테스트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줄거리 파악에만 집중했던 독자로서 활자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참 새로우면서도 묘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움으로 시작했지만 재독이 끌리는 소설집을 만났다는 생각으로 마무리가 되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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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의 365일
유이하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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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는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 p.44

요즈음 일하면서 벚꽃을 보는 일이 많다. 업무의 특성상 매일 외근을 나가기 때문에 운전하면 그야말로 벚꽃이 장관이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벚꽃을 평생 보는 느낌이다. 처음에 입사했을 때에도 직장 동료분들께서 아마 봄이 되면 꽃 보러 다닐 필요가 없을 정도로 예쁜 풍경을 보게 될 것이라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그게 곧 사실이라는 점을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다. 물론, 꽃구경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이렇게 보니 일하는 낙이 생겨서 좋은 마음으로 다니게 된다.

이 책은 유이하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표지를 보고 호기심을 가지게 되어서 관심이 갔다. 벚꽃을 많이 보는 봄이라는 계절이 선택에 한몫을 했는데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기에 크게 고민할 틈도 없었다. 이미 줄거리가 머릿속에 그려지지만 그래도 나름의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소야라는 소년과 히나라는 소녀이다. 소야는 색채 검사에서 점점 색채를 잃어 죽음에 이르는 무채병을 진단받았으며, 히나는 전교 1등 특별반에 있다가 학년이 올라가면서 일반반으로 내려왔다. 소야는 같은 반이 된 히나를 보고 첫눈에 반했지만 이러한 마음을 숨기고 있는다. 그러던 중 무채병 진단지인 블랙 레터를 히나가 발견하게 되어 두 사람 사이에 비밀이 생겼고, 소야는 히나에게 홧김에 사귀자는 말을 건넸다. 그렇게 일 년의 계약 연애를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인물들의 시각에서 생각을 해 보았다. 첫 번째는 소야의 입장이다. 소야는 시한부가 되었지만 의사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이들에게 자신의 병을 숨긴다. 부모님과 두 동생, 그리고 아끼는 동네 친구인 가케루와 리카에게도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소중한 이들이 자신의 질병을 모른다면 웃으면서 보낼 수 있기에 이런 모습을 오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상상했었다. 소야의 입장은 이해가 되지만 모르면서 소중한 이를 잃는 마음은 상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적당한 시기에 이를 알리지 않았을까. 소야와 반대의 선택을 했을 것이다.

두 번째는 히나의 입장이다. 히나는 소야의 다소 즉흥적인 연애 제안에 일 년 계약을 조건으로 수락한다. 처음에는 왜 일 년을 말했을지 의문이 들었다. 물론, 무채병이 일 년만 살 수 있는 질병이기는 해도 뭔가 마지막을 생각하게 된다는 느낌이 들었을 텐데 말이다. 어차피 언급하지 않아도 일 년 계약 연애가 될 텐데 이에 못을 박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러면서 남는 이들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라면 소야의 제안에 수락을 했을지 말이다. 어차피 끝이 정해진 연애여서 마음껏 상대를 사랑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를 거절했을 것이다. 평생을 그리워하면서 힘들 바에는 애초에 마음을 안 주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주 등장하는 로맨스 소설의 전형적인 클리셰와 설정들이 등장해서 독자에 따라 진부한 스토리로 읽혀질 수 있겠지만 그 또한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만족스러운 작품일 것이다. 로맨스에 집중이 되는 작품이었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시각으로 묵직한 느낌이 들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특히, 떠나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 남겨진 이들에 대한 생각들이 잘 드러나 있어서 풋풋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와 별개로 철학적인 질문을 스스로 하면서 읽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던 이야기여서 좋았다.

두 사람의 가득 채운 사랑 이야기가 풋풋한 설렘을 주었다. 더불어, 한 소년의 시각으로 소중한 이들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며, 한 소녀의 시각으로 남겨진 이의 아픔을,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가지고 있는 시간은 유한하기에 허투루 쓰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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