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생활자 안전가옥 앤솔로지 10
최현수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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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에게는 처음으로 명국을 떠나는 밤이었다. / p.12

언제인지 잘 모르겠지만 한때 귀에 이중생활이라는 단어가 꽂혔던 순간이 있었다. 영화부터 접하는 많은 것들의 소재가 이중생활이었다. 간첩과 스파이의 이중생활, 두 살림을 차리는 한 남자의 이중생활 등 큰 스토리는 각기 달랐지만 결론적으로는 두 가지 생활을 해내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어디까지나 성향이나 취향으로 이중생활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어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던 것 같다.

이 책은 안전가옥 출판사의 앤솔로지 단편집이다. 주제를 관통하는 앤솔로지 작품들을 묶었던 FIC-PICK 시리즈는 즐겨 읽었지만 이번에 읽은 책은 조금 다른 표지를 가진 시리즈이다. 전에 발간되었던 냉면이나 대멸종은 주변 지인들로부터 재미있을 것이라고 추천을 받기는 했지만 그동안 생각만 했을 뿐 읽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신간 소식을 접해 반대로 도장 깨기를 하자는 계획을 세워 읽게 되었다.

이 소설집에는 크게 다섯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이산복 작가님을 제외한 다른 작가님들은 처음 접하는 작품들인데 그 안에서 오히려 취향에 맞는 이야기들을 자주 만났기에 이 부분이 가장 기대가 되었다. 또한, 이중생활자라는 공통 주제를 가지고 어떤 세계관을 경험하게 해 주실지에 대한 궁금증이 꽤 크게 들었다. 읽으면서 다채로움에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전효원 작가님의 <부처핸접>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한 사찰의 비구니 스님인 여성이다. 사찰의 주지 스님은 치매에 걸려 악귀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절은 조폭들에게 넘어갈 위기에 처해 오억 원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인다. 그때 우연히 템플 스테이를 온 래퍼 경연 대회 심사위원의 말을 듣고 대회에 참가한다. 소설은 스님의 좌충우돌 대회 참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가장 크게 웃었으면서도 현실적으로 상상이 가능한 소설이었다. 사실 스님 하면 속세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종교인의 편견이 강하게 자리 잡았기에 조금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읽다 보니 화자의 상황이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 심지어 강한 비트의 랩과 목탁을 베이스로 둔 반야심경이 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속세에 들어온 스님의 이중생활이 웃기면서도 참 슬펐던 작품이었다.

그밖에도 아슬아슬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다른 작품의 화자들의 입장에서 많은 공감과 재미를 느꼈다. 사실 그렇게 이중생활에 대해 깊은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직장에서는 직장인의 자아로, 집에서는 자녀나 가족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는 것을 보면 온전히 하나의 인격체로 생활하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나 역시도 각자 역할에 맞는 옷을 입으면서 살아가는 이중생활자인 것은 아닐까. 이런저런 이중생활이라는 주제로 나 역시 흥미로운 상상력을 펼쳐서 흥미로운 독서 시간이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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