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의 365일
유이하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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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는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 p.44

요즈음 일하면서 벚꽃을 보는 일이 많다. 업무의 특성상 매일 외근을 나가기 때문에 운전하면 그야말로 벚꽃이 장관이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벚꽃을 평생 보는 느낌이다. 처음에 입사했을 때에도 직장 동료분들께서 아마 봄이 되면 꽃 보러 다닐 필요가 없을 정도로 예쁜 풍경을 보게 될 것이라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그게 곧 사실이라는 점을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다. 물론, 꽃구경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이렇게 보니 일하는 낙이 생겨서 좋은 마음으로 다니게 된다.

이 책은 유이하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표지를 보고 호기심을 가지게 되어서 관심이 갔다. 벚꽃을 많이 보는 봄이라는 계절이 선택에 한몫을 했는데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기에 크게 고민할 틈도 없었다. 이미 줄거리가 머릿속에 그려지지만 그래도 나름의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소야라는 소년과 히나라는 소녀이다. 소야는 색채 검사에서 점점 색채를 잃어 죽음에 이르는 무채병을 진단받았으며, 히나는 전교 1등 특별반에 있다가 학년이 올라가면서 일반반으로 내려왔다. 소야는 같은 반이 된 히나를 보고 첫눈에 반했지만 이러한 마음을 숨기고 있는다. 그러던 중 무채병 진단지인 블랙 레터를 히나가 발견하게 되어 두 사람 사이에 비밀이 생겼고, 소야는 히나에게 홧김에 사귀자는 말을 건넸다. 그렇게 일 년의 계약 연애를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인물들의 시각에서 생각을 해 보았다. 첫 번째는 소야의 입장이다. 소야는 시한부가 되었지만 의사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이들에게 자신의 병을 숨긴다. 부모님과 두 동생, 그리고 아끼는 동네 친구인 가케루와 리카에게도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소중한 이들이 자신의 질병을 모른다면 웃으면서 보낼 수 있기에 이런 모습을 오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상상했었다. 소야의 입장은 이해가 되지만 모르면서 소중한 이를 잃는 마음은 상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적당한 시기에 이를 알리지 않았을까. 소야와 반대의 선택을 했을 것이다.

두 번째는 히나의 입장이다. 히나는 소야의 다소 즉흥적인 연애 제안에 일 년 계약을 조건으로 수락한다. 처음에는 왜 일 년을 말했을지 의문이 들었다. 물론, 무채병이 일 년만 살 수 있는 질병이기는 해도 뭔가 마지막을 생각하게 된다는 느낌이 들었을 텐데 말이다. 어차피 언급하지 않아도 일 년 계약 연애가 될 텐데 이에 못을 박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러면서 남는 이들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라면 소야의 제안에 수락을 했을지 말이다. 어차피 끝이 정해진 연애여서 마음껏 상대를 사랑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를 거절했을 것이다. 평생을 그리워하면서 힘들 바에는 애초에 마음을 안 주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주 등장하는 로맨스 소설의 전형적인 클리셰와 설정들이 등장해서 독자에 따라 진부한 스토리로 읽혀질 수 있겠지만 그 또한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만족스러운 작품일 것이다. 로맨스에 집중이 되는 작품이었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시각으로 묵직한 느낌이 들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특히, 떠나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 남겨진 이들에 대한 생각들이 잘 드러나 있어서 풋풋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와 별개로 철학적인 질문을 스스로 하면서 읽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던 이야기여서 좋았다.

두 사람의 가득 채운 사랑 이야기가 풋풋한 설렘을 주었다. 더불어, 한 소년의 시각으로 소중한 이들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며, 한 소녀의 시각으로 남겨진 이의 아픔을,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가지고 있는 시간은 유한하기에 허투루 쓰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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