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없는 검사의 분투 표정 없는 검사 시리즈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무표정이 후와의 상징이자 무기였다. / p.13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성향이기는 하지만 정의를 참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다. 이런 나의 태도를 보고 누군가는 정이 없다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융통성 하나 없이 차갑다는 핀잔을 주지만 정의를 지킨다면 그래도 중간은 가지 않을까. 가끔 마음이 가는 상황에서는 이성보다는 감정을 앞세워 고민해도 결국에는 눈물을 머금고 정의를 선택했고, 또 그러한 상황을 지향하기 위해 나름 노력하고 살아간다.

이 책은 나카야마 시치리의 장편소설이다. 전에 의사의 윤리를 묻는 작가의 전작을 보았는데 참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인사이트가 열리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법조인이 등장 인물로 나오는 작품이어서 정의가 잘 맞을 듯해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시리즈로 두 번째 이야기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래도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오사카 지검의 검사로 근무하고 있는 후와라는 인물이다. 좀처럼 얼굴에 표정이 드러나지 않는 편이어서 용의자 심문을 할 때에 오히려 상대가 말려드는 일이 많은 듯하다. 그래서 검사로서의 역량과 능력을 누구보다 인정받고 있는 엘리트이기도 하다. 또한, 무엇보다 원칙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들의 만류에도 사무관을 증인을 세워 꼭 함께 다니는 편이다.

어느 날, 오사카에서 정치인이 연루된 학교 부지 관련 이슈가 등장한다. 오사카 지검에서는 특별 검사부를 꾸려 조사하는데 후와 검사에게 맡기려고 한다. 그러나 일이 많기에 이를 거절한다. 자신에게 맡긴 의뢰인들도 중요하기에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다른 검사에게 넘어갔지만 조사 과정에서 관련 문서가 위조된 사실을 발견한다. 이에 따라 다시 후와 검사에게 넘어가는데 계속 거절하다 결국 이를 수락해 사건을 뒤쫓는다. 쫓는 과정에서 새로운 진실이 등장하고 이에 대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추리 소설이기는 하지만 너무나 취향에 맞는 작품이어서 술술 읽혀졌다. 특히, 전편에서 느꼈던 것처럼 생각할 수 있는 지점들이 많았으며, 최근 읽었던 작품 중에서 가장 크게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치 후와 검사와 동일시된 듯한 느낌마저 받았는데 하나하나 너무 마음에 와닿았다. 몰입하면서 읽다 보니 꽤 빠른 시간에 완독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직업인으로서의 윤리를 중점에 두고 읽었다. 후와 검사가 특검 제안을 거절하는 이유가 일이 많다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되지 않느냐는 되물음에도 나름의 원칙을 이야기하며 고사한다. 이 지점이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권력욕과 출세욕에 관심 하나 없이 자신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직업인으로서의 필요한 윤리가 아닐까. 나름의 확고한 주관을 가지고 업무를 처리하고 행동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검사로서 주어진 사건에 최선을 다해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려는 모습과 묵묵히 해내는 후와 검사의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역시 작가의 세계관이 너무나 잘 드러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밖에도 생각하지 못한 반전이 추리 장르로서의 또 다른 재미를 주었던 작품이었다. 후와 검사의 마인드에 반하고, 반대의 매력을 지녔지만 의외로 의리 있다고 느껴진 미하루 사무관의 성실함에 다른 느낌을 받았다. 흥미와 여운 모두 가지고 있는 소설이어서 전작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괴어사 - 지옥에서 온 심판자
설민석.원더스 지음 / 단꿈아이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머릿속에 글자가 완성되자, 임금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파였다. / p.10

고등학교 시절에는 인터넷 강사님이 곧 부모님이자 연예인이었다. 물론, 당시에도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는 있었지만 그들은 등하교길과 자기 전 찰나의 시간을 책임졌을 뿐이다. 행복을 주는 사람들은 아이돌 가수이지만 인터넷 강사님들은 어떻게 보면 부모님보다 더 많이 보았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만날 기회가 없다는 점에서 연예인처럼 느껴졌다. 너무나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지금도 종종 교육방송에서 볼 때마다 반가움을 느낀다.

이 책은 설민석 작가님과 원더스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한때 너무 익숙하게 보았던 역사 강사님이라는 사실에, 그리고 그분의 첫 소설이라는 점에 관심이 갔다. 자연과학계열을 공부하던 사람이기에 오래 볼 일은 없었지만 대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는 즐겨 보는 프로그램으로도 자주 보았던 분이다. 참 재미있게 역사 이야기를 들려 주셨던 분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상상력이 큰 기대가 되어 읽게 되었다.

소설의 시작은 정조와 벼리라는 여자 아이의 인연으로부터 시작된다. 벼리는 왕의 행렬을 가로막으면서 당장하는 아버지가 요괴가 되었으며, 자신이 귀신을 본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반신반의하던 정조와 신하들에게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의 편지를 읊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뀐다. 그렇게 정조는 벼리에게 새로운 임무를 주는데 그게 바로 요괴어사이다.

요괴어사에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하지만 빨리 달리는 광탈과 알 수 없는 과거를 가지고 있지만 신비한 능력을 가진 무령, 청룡언월도를 가지고 능력을 펼치는 백원, 상상의 동물이자 저승 세계로 건너갈 수 있는 능력의 해태가 비밀리에 활동한다. 정조의 주문에 따라 한을 가진 영혼들을 치유하거나 악을 가진 영혼을 처치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꽤 두꺼운 페이지 수이지만 생각보다 술술 읽혀졌다. 예전에 배웠던 역사적 지식들과 인물들이 등장해 더욱 익숙하게 느껴져서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사도세자와 정조의 이야기는 학창 시절에 배웠던 역사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듯했다. 그래서 더욱 반가웠는데 요괴의 이야기는 마치 옛날의 설화를 보는 것처럼 새롭게 느껴졌다. 역사 소설을 자주 안 읽는 편이었지만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흥미롭게 읽었다. 요괴어사대의 이야기들은 소소하면서도 귀여웠고, 그만큼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정조의 철학이 참 인상적이었고, 마음에 와닿았다. 애초에 요괴어사대를 만들게 된 이유가 떠도는 영혼들도 하나의 백성으로 본다는 지점이었다. 그 이유 자체가 참 좋았는데 과거에 배웠던 정조의 탕평책을 비롯한 정책들을 떠올리게 되니 누구보다 백성을 생각하는 인물임을 느끼게 해 주었다. 현대에도 이렇게 국민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정치가와 행정가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가볍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단순하게 읽을 작품은 아닌 듯하다. 아마 설민석 작가님의 강의를 좋아했던 독자들이라면 새로운 세계관이 만족스러울 것이다. 예상과 다른 결말로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이게 어떻게 보면 기대하는 지점이 아닐까 싶다. 마치 드라마의 중요한 부분에서 끝맺음을 보는 느낌이었는데 다음 이야기를 기대된다. 요괴어사대의 다음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날이 얼른 오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약국의 딸들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이다. / p.9

요즈음 들어 하나의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게 실현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독서 좀 한다는 사람으로서 꼭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이자 이룬다면 하나의 자부심이 될 목표이다. 그것은 꽤 페이지 수가 많은 대하소설을 읽는 것이다. 이상하게 주변에서 올해 그런 류의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꽤 많아졌다. 그동안 관심이 없었지만 옆에서 하나둘 도전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이 책은 박경리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작품이 박경리 작가님의 <토지>이다. 최근 펀딩으로 재출간이 된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시기를 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수능 문학 지문 이외에 따로 박경리 작가님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작가님의 작품 하나 정도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입문작으로 선택한 작품이다. 아무래도 문학사에서 큰 이름을 남기셨던 작가님이기에 큰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통영이다. 통영에 살았던 김약국이라는 인물의 전후 세대, 더 나아가 가족의 역사를 말하는 작품이다. 김약국이라고 불리는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아버지 밑에서 자라게 되는데 결국 어머니는 그의 손에 죽음을 당한다. 그렇게 불후한 환경을 지내던 김약국에게 손을 내미는 이는 큰아버지 봉제였는데 부인이 못마땅하게 여기기는 했지만 봉제는 자신의 조카를 먹여 살렸고, 자신의 직업인 한약방을 물려준다. 그렇게 인생이 풀리면 좋겠지만 세상은 김약국에게 냉혹하다 못해 잔인하다.

김약국은 물려받은 한약방을 결국 팔아 넘기고 자신의 사업에 손을 댄다. 아무리 큰아버지께서 그를 돌보았다고 한들 과거 환경은 무시하지 못하기에 김약국은 세상에 고립된 채로 살아간다. 아니, 고립을 당했다기보다는 세상에 고립을 당한 것이 더 옳을지도 모르겠다. 김약국의 처절한 인생사는 당사자로부터 끝나는 것이 아닌 후대의 자녀들에게도 이어진다. 김약국은 다섯 명의 딸을 두고 있지만 그녀들 역시도 참 기구한 삶을 보낸다. 그렇게 제목처럼 이야기는 김약국과 그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과 조금 많이 다른 느낌을 주었다. 특히, 등장 인물의 이름을 암기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독자로서 초반에는 이를 파악하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김약국을 주축으로 아버지와 어머니, 큰아버지와 큰어머니, 그리고 김약국의 처와 딸 다섯 명. 최소 스무 명 정도의 인물 이름이 등장하기에 나중에 실린 인물 소개가 아니었다면 계속 헷갈렸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이야기와 인물의 연관성에 집중하면서 읽다가 이름이 익숙해지면서 그들의 감정선을 파악하고자 했다. 중반에 이르러서는 휘몰아치는 몰입감으로 푹 빠져서 읽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이 참 인상 깊었다. 첫 번째는 통영의 분위기이다. 사실 통영을 태어나서 딱 한 번 가보았는데 풍경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바다 자체를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가 또 있을까 싶다. 나름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도시인데 활자로 느껴지는 통영은 더 마음에 와닿았다. 조촐한 어항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그동안 보았던 통영과는 또 달랐다. 어떻게 보면 통영에 대한 묘사가 김약국의 비극적인 삶을 대신 설명해 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두 번째는 김약국의 삶이다. 어떻게 사람의 삶이 이렇게 힘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고 하지만 김약국의 삶은 그야말로 폐허가 된 땅처럼 느껴졌다. 아마 내가 김약국이라면 세상이 원망스럽다고 느껴졌을 것이다. 어쩌면 김약국이 세상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자신의 선에서 불행이 끝났으면 좋으련만 다섯 명의 딸들마저도 참 안타까웠다.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하거나 마약 중독 등의 어떻게 보면 문제가 있는 남편을 만나 많은 고생을 한다. 심지어 내노라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딸마저 말이다.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게 울렸던 작품이었다. 소설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면서 하나 머릿속에 떠올랐던 점은 사연 없는 집은 없다는 것이다. 사연 많은 김약국과 그의 가족들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너무나 피부로 와닿았고, 그들의 처절한 삶을 경험할 수 있었다. 더불어,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기셨던 박경리 작가님의 작품 세계를 이렇게 활자로 읽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던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따르는 사람들 스토리콜렉터 107
마이크 오머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건 모든 협상가가 갖춘 무기고의 제 1번 연장이었다. / p.12

몇 년 전에는 사이비를 주제로 한 드라마가, 최근에는 그것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가 큰 인기를 끌었다. 사실 크게 종교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기에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꿋꿋하게 버티고 또 버텼다. 전자의 드라마 같은 경우에는 생각보다 무섭고 잔인한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고 해서 조금 겁을 먹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정신이 피폐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그러다 며칠 전 후자의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얼마나 극악무도한 일을 저질렀기에 SNS를 크게 달구고 있는지 호기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종종 시사 다큐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종교들의 민낯을 보았던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과 비교가 힘들 정도로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결국 한 편만 보고 나머지는 차마 보지 못했다. 정신은 둘째치고 그 상황에 놓였던 사람들의 눈빛부터가 이미 힘들었던 것 같다.

이 책은 마이클 오머의 장편소설이다. 다큐멘터리로 보았던 충격이 활자로 보면 조금은 순화가 되지 않을까 해서 읽게 된 책이다. 종교 자체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빠진 사람들의 심리는 늘 의문이자 궁금증, 그리고 호기심이었다. 누가 봐도 논리에 맞지 않는데 왜 거기에서 나오지 못하는 것일까. 적어도 작품을 읽다 보면 그들을 이해하지 않을까. 나름의 기대되는 마음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은 에빌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에빌은 과거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 사이비 종교에서 벌어진 참극을 경험한 생존자이다. 그렇게 아픈 과거를 벗어나 현재는 인질 협상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두 자녀와 함께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에빌에게 같은 경험을 했었던 생존자 이든이 도움을 요청한다. 이든은 자신의 아들 네이선이 납치가 되었고, 그를 구하기 위해 돈을 요구한다고 한다. 그녀로부터 다시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게 되지만 그래도 같은 생존자이자 자녀를 둔 어머니로서 이에 응한다. 그러면서 네이선의 납치 사건과 그 사건으로부터 밝혀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맹목적인 믿음과 SNS의 위험성에 대해 크게 생각을 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원래 종교라는 게 믿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그 믿음이 얼마나 사람을 크게 파괴시키는지 새삼스럽게 피부로 와닿았다. 에빌이 겪었던 그 씻을 수 없는 상처부터 시작해 자기 파괴적인 맹목성이 신체적, 정서적, 성적인 학대로 나아가고, 자신 스스로를 갉아먹는다는 점까지 생각하고 또 몰입하다 보니 쉬이 책장을 넘길 수가 없었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치 찢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소설 안에서 네이선의 형제는 SNS 인플루언서로 등장한다. 단순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하지만 역으로 이용한다면 많은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을 작품을 읽으면서 경각심을 가지게 됐다. 잘못된 정보를 습득함으로서 삐딱한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고, 각종 범죄에 표적이 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이 또한 사이비 종교처럼 자신 스스로를 파괴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결이 다르기는 하지만 이 내용을 읽으면서 묘하게 '프로아나'라는 현상이 떠올랐다.

꽤 두꺼운 페이지 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읽는 내내 이야기에 몰입이 되어서 답답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네이선이 안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과 함께 사이비 종교와 SNS의 이야기들이 펼쳐지면서 무엇보다 가장 크게 현실감이 와닿았던 것 같다. 스릴러 장르의 소설이기는 하지만 사회와 맞물린 고발 소설처럼 느껴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사회파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아마도 그런 지점이 사회와 맞물린 이야기를 선호하는 독자들에게는 큰 만족감을 줄 것이며, 취향에 맞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러브 알러지
박한솔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장 여기서 탈출하고야 말겠다는 굳은 다짐을 하며. / p.23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신체적 반응으로 드러나는 알레르기가 없다는 나의 말에 어느 지인이 복을 타고난 것이라고 했다. 사실 개인적 기호로 가리는 음식은 생각보다 많은데 알레르기는 없다. 어렸을 때 물 알레르기가 있어서 씻는 게 조금 불편하기는 했지만 이는 성장하면서 사라졌고, 먹는 것으로 인한 알레르기가 아니어서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여름에만 조금 힘들었던 것 같다.

이 책은 박한솔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제목이 조금 특이하게 다가왔다. 아니,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흥미가 생겼다. 러브 알레르기라는 게 사랑을 하지 못한다는 뜻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어떻게 신체화 반응으로 나올까. 마치 드라마 도깨비에서처럼 사랑을 하면 검을 뽑을 수 있는 것인가. 사랑이라는 게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관점인데 어떻게 이를 신체에서 알아차리고 반응을 하는 것인지 궁금한 점이 많았다.

소설의 주인공은 휘현과 이든이다. 우선, 휘현은 꽤 공부를 잘했던 인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정 환경에서 부모님께 사랑을 받지 못했고, 어머니께서는 그녀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치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망치듯 해외 유학을 지원했다. 미국으로 온 휘현에게 이든이라는 남자가 나타난다. 이든은 어렸을 때 미국으로 입양이 되었고, 현재는 친어머니를 찾고 있는 중이다. 둘의 만남은 견과류가 함유된 우유로부터 시작되었다.

처음 만난 이든에게 견과류 우유를 건넸는데 알고 보니 이든은 견과류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었다. 휘현은 갑자기 쓰러진 이든을 병원에 데리고 갔고, 두 사람은 같은 수업을 듣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 나아가 이든의 집에서 하숙을 하게 된다. 이든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신체적 반응이 올라왔던 휘현은 러브 알레르기라는 진단을 받는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알레르겐인 이든과 함께 일정한 시간과 장소를 공유하면서 붙어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렸다. 결론적으로 소설은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로맨스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생각보다 두꺼운 페이지 수에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어렵지 않게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일상적이면서 현실적인 두 사람의 이야기와 러브 알레르기라는 조금은 특이한 소재가 읽는 내내 눈길을 사로잡았고, 두 사람을 응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로맨스 소설에 비해 큰 사건 없이 무난하게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어디까지나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족스러웠다.

읽으면서 두 가지 지점을 생각했다. 첫 번째는 러브 알레르기의 원인이다. 휘현이 러브 알레르기를 진단받고 치료하면서 원인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특정한 알레르기라기보다는 심리적인 상태로 인한 신체화 증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이는 러브 알레르기라는 병명이 조금 생소했었고, 크게 현실감 있게 와닿지 않았다. 가정 환경 자체가 불후했기에 이든이 다가왔을 때 불편한 느낌이 두드러기나 기타 반응으로 나오지 않았을까. 소재 자체는 흥미로웠지만 원인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읽었던 것 같다.

두 번째는 사랑의 정의이다. 사실 지금도 사랑의 정의를 논하라고 한다면 어렵다. 누군가와 감정을 교류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아직 느끼지 못하고 있고, 사랑이 우선순위에 없기 때문이다. 소설에서는 휘현과 이든이 수업에서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광고 관련 수업에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사랑이 등장한 것인데 휘현은 회피형이며, 이든은 안정형이어서 두 사람 사이에 견해가 많이 다른 듯했다. 읽으면서 누구의 의견에 더욱 공감할지 나름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두 사람 다 개인적인 의견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사랑에 대한 문장들만큼은 뭔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고, 로맨스 소설의 전형을 보는 듯했다.

휘현과 전 애인이었던 도하의 과거 이야기, 도하와 이든 사이의 신경전 등 세 사람 사이의 격렬한 사건을 기대했었는데 휘현과 이든의 감정에 집중해서 다루었다는 점이 조금 심심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두 사람에게 몰입해서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신선하기도 했다. 마치 조미료나 자극적인 맛 하나 들어가지 않은 곰탕과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건강한 사랑 이야기 한 편을 본 듯해서 만족스럽게 읽었던 로맨스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