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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 없는 검사의 분투 ㅣ 표정 없는 검사 시리즈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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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표정이 후와의 상징이자 무기였다. / p.13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성향이기는 하지만 정의를 참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다. 이런 나의 태도를 보고 누군가는 정이 없다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융통성 하나 없이 차갑다는 핀잔을 주지만 정의를 지킨다면 그래도 중간은 가지 않을까. 가끔 마음이 가는 상황에서는 이성보다는 감정을 앞세워 고민해도 결국에는 눈물을 머금고 정의를 선택했고, 또 그러한 상황을 지향하기 위해 나름 노력하고 살아간다.
이 책은 나카야마 시치리의 장편소설이다. 전에 의사의 윤리를 묻는 작가의 전작을 보았는데 참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인사이트가 열리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법조인이 등장 인물로 나오는 작품이어서 정의가 잘 맞을 듯해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시리즈로 두 번째 이야기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래도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오사카 지검의 검사로 근무하고 있는 후와라는 인물이다. 좀처럼 얼굴에 표정이 드러나지 않는 편이어서 용의자 심문을 할 때에 오히려 상대가 말려드는 일이 많은 듯하다. 그래서 검사로서의 역량과 능력을 누구보다 인정받고 있는 엘리트이기도 하다. 또한, 무엇보다 원칙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들의 만류에도 사무관을 증인을 세워 꼭 함께 다니는 편이다.
어느 날, 오사카에서 정치인이 연루된 학교 부지 관련 이슈가 등장한다. 오사카 지검에서는 특별 검사부를 꾸려 조사하는데 후와 검사에게 맡기려고 한다. 그러나 일이 많기에 이를 거절한다. 자신에게 맡긴 의뢰인들도 중요하기에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다른 검사에게 넘어갔지만 조사 과정에서 관련 문서가 위조된 사실을 발견한다. 이에 따라 다시 후와 검사에게 넘어가는데 계속 거절하다 결국 이를 수락해 사건을 뒤쫓는다. 쫓는 과정에서 새로운 진실이 등장하고 이에 대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추리 소설이기는 하지만 너무나 취향에 맞는 작품이어서 술술 읽혀졌다. 특히, 전편에서 느꼈던 것처럼 생각할 수 있는 지점들이 많았으며, 최근 읽었던 작품 중에서 가장 크게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치 후와 검사와 동일시된 듯한 느낌마저 받았는데 하나하나 너무 마음에 와닿았다. 몰입하면서 읽다 보니 꽤 빠른 시간에 완독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직업인으로서의 윤리를 중점에 두고 읽었다. 후와 검사가 특검 제안을 거절하는 이유가 일이 많다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되지 않느냐는 되물음에도 나름의 원칙을 이야기하며 고사한다. 이 지점이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권력욕과 출세욕에 관심 하나 없이 자신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직업인으로서의 필요한 윤리가 아닐까. 나름의 확고한 주관을 가지고 업무를 처리하고 행동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검사로서 주어진 사건에 최선을 다해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려는 모습과 묵묵히 해내는 후와 검사의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역시 작가의 세계관이 너무나 잘 드러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밖에도 생각하지 못한 반전이 추리 장르로서의 또 다른 재미를 주었던 작품이었다. 후와 검사의 마인드에 반하고, 반대의 매력을 지녔지만 의외로 의리 있다고 느껴진 미하루 사무관의 성실함에 다른 느낌을 받았다. 흥미와 여운 모두 가지고 있는 소설이어서 전작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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