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어사 - 지옥에서 온 심판자
설민석.원더스 지음 / 단꿈아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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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글자가 완성되자, 임금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파였다. / p.10

고등학교 시절에는 인터넷 강사님이 곧 부모님이자 연예인이었다. 물론, 당시에도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는 있었지만 그들은 등하교길과 자기 전 찰나의 시간을 책임졌을 뿐이다. 행복을 주는 사람들은 아이돌 가수이지만 인터넷 강사님들은 어떻게 보면 부모님보다 더 많이 보았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만날 기회가 없다는 점에서 연예인처럼 느껴졌다. 너무나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지금도 종종 교육방송에서 볼 때마다 반가움을 느낀다.

이 책은 설민석 작가님과 원더스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한때 너무 익숙하게 보았던 역사 강사님이라는 사실에, 그리고 그분의 첫 소설이라는 점에 관심이 갔다. 자연과학계열을 공부하던 사람이기에 오래 볼 일은 없었지만 대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는 즐겨 보는 프로그램으로도 자주 보았던 분이다. 참 재미있게 역사 이야기를 들려 주셨던 분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상상력이 큰 기대가 되어 읽게 되었다.

소설의 시작은 정조와 벼리라는 여자 아이의 인연으로부터 시작된다. 벼리는 왕의 행렬을 가로막으면서 당장하는 아버지가 요괴가 되었으며, 자신이 귀신을 본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반신반의하던 정조와 신하들에게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의 편지를 읊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뀐다. 그렇게 정조는 벼리에게 새로운 임무를 주는데 그게 바로 요괴어사이다.

요괴어사에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하지만 빨리 달리는 광탈과 알 수 없는 과거를 가지고 있지만 신비한 능력을 가진 무령, 청룡언월도를 가지고 능력을 펼치는 백원, 상상의 동물이자 저승 세계로 건너갈 수 있는 능력의 해태가 비밀리에 활동한다. 정조의 주문에 따라 한을 가진 영혼들을 치유하거나 악을 가진 영혼을 처치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꽤 두꺼운 페이지 수이지만 생각보다 술술 읽혀졌다. 예전에 배웠던 역사적 지식들과 인물들이 등장해 더욱 익숙하게 느껴져서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사도세자와 정조의 이야기는 학창 시절에 배웠던 역사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듯했다. 그래서 더욱 반가웠는데 요괴의 이야기는 마치 옛날의 설화를 보는 것처럼 새롭게 느껴졌다. 역사 소설을 자주 안 읽는 편이었지만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흥미롭게 읽었다. 요괴어사대의 이야기들은 소소하면서도 귀여웠고, 그만큼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정조의 철학이 참 인상적이었고, 마음에 와닿았다. 애초에 요괴어사대를 만들게 된 이유가 떠도는 영혼들도 하나의 백성으로 본다는 지점이었다. 그 이유 자체가 참 좋았는데 과거에 배웠던 정조의 탕평책을 비롯한 정책들을 떠올리게 되니 누구보다 백성을 생각하는 인물임을 느끼게 해 주었다. 현대에도 이렇게 국민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정치가와 행정가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가볍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단순하게 읽을 작품은 아닌 듯하다. 아마 설민석 작가님의 강의를 좋아했던 독자들이라면 새로운 세계관이 만족스러울 것이다. 예상과 다른 결말로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이게 어떻게 보면 기대하는 지점이 아닐까 싶다. 마치 드라마의 중요한 부분에서 끝맺음을 보는 느낌이었는데 다음 이야기를 기대된다. 요괴어사대의 다음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날이 얼른 오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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