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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는 사람들 ㅣ 스토리콜렉터 107
마이크 오머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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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모든 협상가가 갖춘 무기고의 제 1번 연장이었다. / p.12
몇 년 전에는 사이비를 주제로 한 드라마가, 최근에는 그것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가 큰 인기를 끌었다. 사실 크게 종교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기에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꿋꿋하게 버티고 또 버텼다. 전자의 드라마 같은 경우에는 생각보다 무섭고 잔인한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고 해서 조금 겁을 먹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정신이 피폐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그러다 며칠 전 후자의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얼마나 극악무도한 일을 저질렀기에 SNS를 크게 달구고 있는지 호기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종종 시사 다큐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종교들의 민낯을 보았던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과 비교가 힘들 정도로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결국 한 편만 보고 나머지는 차마 보지 못했다. 정신은 둘째치고 그 상황에 놓였던 사람들의 눈빛부터가 이미 힘들었던 것 같다.
이 책은 마이클 오머의 장편소설이다. 다큐멘터리로 보았던 충격이 활자로 보면 조금은 순화가 되지 않을까 해서 읽게 된 책이다. 종교 자체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빠진 사람들의 심리는 늘 의문이자 궁금증, 그리고 호기심이었다. 누가 봐도 논리에 맞지 않는데 왜 거기에서 나오지 못하는 것일까. 적어도 작품을 읽다 보면 그들을 이해하지 않을까. 나름의 기대되는 마음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은 에빌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에빌은 과거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 사이비 종교에서 벌어진 참극을 경험한 생존자이다. 그렇게 아픈 과거를 벗어나 현재는 인질 협상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두 자녀와 함께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에빌에게 같은 경험을 했었던 생존자 이든이 도움을 요청한다. 이든은 자신의 아들 네이선이 납치가 되었고, 그를 구하기 위해 돈을 요구한다고 한다. 그녀로부터 다시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게 되지만 그래도 같은 생존자이자 자녀를 둔 어머니로서 이에 응한다. 그러면서 네이선의 납치 사건과 그 사건으로부터 밝혀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맹목적인 믿음과 SNS의 위험성에 대해 크게 생각을 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원래 종교라는 게 믿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그 믿음이 얼마나 사람을 크게 파괴시키는지 새삼스럽게 피부로 와닿았다. 에빌이 겪었던 그 씻을 수 없는 상처부터 시작해 자기 파괴적인 맹목성이 신체적, 정서적, 성적인 학대로 나아가고, 자신 스스로를 갉아먹는다는 점까지 생각하고 또 몰입하다 보니 쉬이 책장을 넘길 수가 없었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치 찢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소설 안에서 네이선의 형제는 SNS 인플루언서로 등장한다. 단순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하지만 역으로 이용한다면 많은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을 작품을 읽으면서 경각심을 가지게 됐다. 잘못된 정보를 습득함으로서 삐딱한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고, 각종 범죄에 표적이 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이 또한 사이비 종교처럼 자신 스스로를 파괴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결이 다르기는 하지만 이 내용을 읽으면서 묘하게 '프로아나'라는 현상이 떠올랐다.
꽤 두꺼운 페이지 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읽는 내내 이야기에 몰입이 되어서 답답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네이선이 안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과 함께 사이비 종교와 SNS의 이야기들이 펼쳐지면서 무엇보다 가장 크게 현실감이 와닿았던 것 같다. 스릴러 장르의 소설이기는 하지만 사회와 맞물린 고발 소설처럼 느껴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사회파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아마도 그런 지점이 사회와 맞물린 이야기를 선호하는 독자들에게는 큰 만족감을 줄 것이며, 취향에 맞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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