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혼술이다 - 혼자여도 괜찮은 세계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체 나는 왜 이렇게 혼술이 무서운 걸까? / p.23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술도 좋지만 혼자 마시는 술을 그것보다 더 선호하는 편이다. 특히, 방에서 독서를 하거나 OTT를 시청하면서 마시는 술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환상의 맛이기도 하다. 평일에는 직장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술을 자제하는 편이어서 혼자 있는 상황에서도 절주하지만 금요일 퇴근 이후가 되면 자연스럽게 맥주 캔을 들고 귀가하는 일이 잦다. 금요일과 토요일은 뭐 하나 신경 쓸 것도 없이 혼술을 즐긴다.

합법적으로 음주가 가능한 스무 살부터 가족과 가볍게 1차로, 혼자 방에서 2차로 마시는 게 습관화가 되었는데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부터 편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잘못된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몇 년 전, 전 직장에서 비슷한 또래의 동료와 혼술 예찬을 하고 있는데 듣던 상사가 술은 어울려서 마시는 게 좋다면서 나와 동료를 이상한 사람 보듯이 말씀하셨던 적이 있다. 지금은 그나마 혼술 문화가 보편적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괜찮지만 혼자 마시는 게 사람과 어울릴 줄 모르는 사회부적응자로 낙인을 찍는 시대가 있었기에 불편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이 책은 이나가키 에미코의 에세이다. 마치 나의 음주 교훈과 같은 제목으로 느껴져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지금은 혼술의 맛을 모르는 이들에게 새로운 매력을 알려 주고 싶을 정도로 푹 빠져 사는 사람인데 제목이 큰 공감이 되었다. 특히, 공간적 배경이 집이나 방이 아닌 길거리의 술집이라는 점에서 고수의 향기가 났기에 나름 조금 배우고 싶은 점도 있었다. 에세이에서 큰 기대를 하는 일은 생각보다 드문 편인데 이번 책에서는 기대감으로 가득 채우고 읽었던 것 같다.

저자는 회사에서 사케에 관한 특집 기사를 맡게 된 것을 계기로 혼술의 세계에 입문했다고 한다. 그동안 혼술을 하고 싶은 열망이 강렬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처럼 보였다. 업무를 계기로 사케의 매력을 느꼈고, 혼술을 도전해 보기로 한다. 사실 그동안 직장 동료들과 함께 사케를 마시면서 기사를 준비하게 되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저자를 피하기 시작했고, 이유를 물으니 말이 너무 많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충격을 먹고 혼술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초반에는 혼술에 도전하는 여정이, 중후반부에는 혼술을 잘할 수 있는 저자의 비법이 담겨 있다.

에세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곱씹게 되는 무거움 또는 술술 읽히는 가벼움 둘 중 하나가 크게 갈리는 편인데 이 작품은 딱 후자 스타일이었다. 술이라는 주제로 엮은 하나의 일기이자 도전기라고 해야 될까. 일본 작가이기 때문에 나에게는 초면이었겠지만 그곳에서는 인플루언서 중 한 명이기에 유명인이 쓴 에세이 정도로 느껴졌다.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읽다 보면 마지막 장을 넘길 수 있다.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셨던 분이어서 나름의 유머는 덤인 듯하다.

읽으면서 지극히 개인적으로 정의를 내렸던 혼술과 차이가 있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혼술을 '혼자 사색하면서 마시는 술'이라고 정의하는 게 나의 스타일이라고 하면 저자는 '모르는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마시는 술'이 저자의 스타일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고독을 씹는다고 표현했지만 선술집의 주인, 옆에 혼자 온 손님 등 초면인 사람들과 통성명부터 시시콜콜 일상 대화까지 나누는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들이었데 생각했던 결과는 많이 달랐다. 철학적인 혼술을 원하는 나라는 독자와 사회적인 혼술을 원하는 저자의 괴리감이라고 할까.

전반적으로는 '나랑 너무 다르다.'라는 느낌을 가졌는데 어느 한 부분에서는 공감이 되기도 했다. 저자는 혼술을 맨몸으로 혼자 세계와 마주하는 경험이라고 표현했다.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쓸쓸함 때문에 도망치지 않고, 당당하게 사는 경험이라고 했는데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물론, 쓸쓸함과 고독 마주하기 위해 혼술을 즐기는 내향형 독자에게는 두 번째에서 약간 고개를 갸웃거리기는 했다. 나름 잘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혼술이라는 행위를 두려워하는 것에서 인생을 끌어와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그 조차도 하나의 큰 경험이라는 점에서 이해가 되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들었던 생각은 저자가 혼술에 진심이라는 점이었다. 이를 진지하게 임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혼자 선술집을 드나들 정도로 고수가 될 열정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중년의 연세에도 이렇게 도전하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읽은 누군가는 혼술이 뭐 이렇게 대단한 거라고 크게 의미를 부여하냐고 물겠지만 세상 사는 일이 뭐 대단한 것에 연속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사소한 것투성이인데 작은 것에 열정 쏟을 수 있지 않겠냐고 대변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했던 결이 달라서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저자의 혼술 라이프를 순수한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날개가 전해 준 것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기들이 제일 똑똑한 줄 알고 두 발로 걷고 날지 못하는 녀석들이란다. / p.10

이 책은 오가와 이토의 단편소설이다. 요즈음 자주 눈에 띈 작가라는 점에서 선택했다. 소장하고 있는 장편소설 한 편은 조만간 읽을 계획을 가지고 있고, 최근에 새로운 도서가 출판된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그렇게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라는 게 아이러니하다. 지금까지 두 작품을 읽었는데 하나는 그렇게 긍정적인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다른 하나의 작품은 결말이 아직까지도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그래도 미니 소설이라는 점에서 부담감 없이 읽을 수 있고, 나름 만족감을 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기대하면서 읽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리본이라는 이름을 가진 왕관앵무이다. 아무도 들을 수 없었던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 야에 씨에게 점점 의지하기 시작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리본은 할머니 앵무인 야에 씨를 통해 인간이라는 생물체는 무엇인지부터 시작해 어떤 새가 되어야 하는가, 모진 세상을 어떻게 날아가야 하는가, 인간과 자신의 다른 점 등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하나씩 배웠다. 그러면서 야에 씨가 리본에게 다정한 날개의 주인이 되라는 이야기를 남기고 둘은 떨어지게 되었다. 리본은 새로운 소녀를 주인으로 맞이해 또 다른 삶을 살아간다.

전반적으로 판형도 작은 편이고, 채 백 페이지도 안 된다는 점에서 금방 완독할 수 있었다. 자간이나 페이지에 적힌 글자 수도 적은 편이어서 독자들에게는 부담 없이 읽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도 한 시간이 걸리지 않았는데 저녁 먹고 가벼운 마음으로 첫 페이지를 넘기면 후딱 읽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이렇게까지 빠르게 읽은 작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짧은 시간이었다.

어떻게 보면 리본의 첫인상은 자의식이 꽤 높은 조류인가 싶었다. 아무래도 배운 적이 없었고, 눈으로 늘 사람들을 봤기 때문에 자신이 인간이라는 존재와 같은 종으로 착각할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가 되었다. 마치 강아지가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먹었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었는데 그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리본이 야에 씨로부터 인간과 자신이 다른 생물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지 않았을까. 배웠더라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문제지만 리본은 그야말로 순백의 가까운 조류여서 나름 납득이 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점점 리본의 성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야에 씨를 통해 새라는 종이 살아가는 방법을, 주인이었던 소녀를 통해 세상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데 마치 리본의 엄마가 된 듯 흐뭇함을 느꼈다. 그렇다고 해서 리본이 일취월장으로 크게 자라났던 것은 아니었지만 소소하게나마 발전하는 모습들이 더욱 뿌듯했다. 이 지점이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성장의 의미를, 그리고 힐링의 감정을 느끼게 해 주지 않을까. 나 역시도 리본의 모습들을 보면서 그러한 느낌을 받았다. 오히려 남는 페이지를 아껴서 읽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작가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작품들에서 읽지는 않았지만 입소문으로 들었던 작품들까지 듣다 보니 '힐링'이라는 주제에 잘 어울리는 일본 작가 하면 자연스럽게 오가와 이토가 떠오르게 되는데 그게 딱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리본의 더욱 큰 성장기들을 읽지 못해 아쉬운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독자인 내 머릿속에서는 더욱 성숙한 모습을 그리게 되었다는 점에서 재미있었던 동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망의 결말 호시 신이치 쇼트-쇼트 시리즈 5
호시 신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로봇 계약 갱신했어. / p.14

이 책은 호시 신이치의 단편소설집이다. 예전에 쇼트쇼트 시리즈의 첫 작품집이었던 <완벽한 미인>을 우연히 읽게 된 기억이 있다. 그 작품들을 음식으로 표현하자면 '베트남 음식'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음식의 맛은 지워지고 없지만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이 잊혀지지 않아 종종 떠오르는 음식. 그게 나에게는 베트남 음식인데 처음 접했던 호시 신이치의 작품집이 그랬다.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읽었던 그 느낌이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그 기분을 다시금 느끼고 싶었는데 같은 작품집을 읽기에는 익숙해서 그 느낌을 못 받을 것 같다. 그러다 찾게 된 게 쇼트쇼트 시리즈의 신작인 이 책이었다. 내용을 이해하거나 감정을 이입하기보다는 호시 신이치 작품집에 두드러지는 그 특이함을 다시금 경험해 보고 싶어서 선택했다. 아마 책을 펼치기 전에 기대하는 것도 작품성이나 내용보다는 그때 느꼈던 기분이지 않았을까.

작품집에는 총 열한 작품이 실려 있다. <완벽한 미인>에서는 오십 편 넘는 작품이 수록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잡는 느낌부터가 얇고 가벼웠다. 초단편 소설의 대가라는 수식어가 딱 어울리게 대부분의 작품들은 채 스무 페이지가 되지 않았으며, 전체 다 읽고 나서도 해설 제외 겨우 이백 페이지가 조금 넘었다. 시간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한두 편씩 읽어서 완독에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렸다.

반면, 사실 내용 자체는 페이지 수와 다르게 금방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어떤 작품은 '이게 이렇게 끝난다고? 뭘 말하는 거지?'라고 물음표를 가득 띄웠고, 또 다른 작품은 '이렇게 짧게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대박인데?'라고 느낌표를 주기도 했다. 문장 부호를 이렇게까지 머릿속에서 TAB 키처럼 작동시킨 적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전작을 읽을 때보다 더욱 뭔가 혼란스러웠다. 이 기분은 익숙하면서도 또 색다르게 와닿았다.

개인적으로 <1년 동안>이라는 작품과 <내 자식을 위해서라면>이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1년 동안>은 첫 작품이다. 주인공은 하나의 로봇을 1년간 대여받게 된다. 처음에는 순종적이던 로봇이 갈수록 자신의 고집을 피우기 시작한다. 기간이 끝나면 반납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같은 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회사 동료에게도 비슷한 증상을 보이고 있었는데 그 동료는 이상하게 연장하겠다고 한다.

물음표와 느낌표 중 전자의 생각을 가지게 했던 작품이다. 가장 처음에 실렸기에 더욱 집중하면서 읽었는데 결론을 읽고 나니 이게 뭔가 싶었다. 내용 자체는 이해가 되는데 과연 작가는 무슨 의미를 전달하는 것인지 파악이 되지 않아 다시 돌아가 서너 번을 재독했는데 물음표만 늘어날 뿐 잘 모르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표면적으로는 알겠다 하지만 아무래도 주인공과 같은 상황을 경험한 적이 없어서 로봇과 비유가 될 정도가 되나 싶어서 공감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묘한 물음표의 느낌이 싫지는 않았다.

<내 자식을 위해서라면>이라는 작품은 주인공으로 지역 내 유지가 등장한다. 나름 권력과 명예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인품도 꽤나 훌륭했던 것 같다. 그런 주인공에게 이상한 이야기가 하나 들려온다. 아들이 범죄를 저질렀고, 이를 좋게 풀어가려면 정신병력이 유전인 것처럼 꾸며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들을 걱정한 주인공은 흔히 말하는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했던 주변 사람들은 점차 그에게 등을 돌렸고, 기껏 쌓았던 명성은 조금씩 무너져 내렸다. 주변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때 아들에게 연락이 왔다.

반대로 후자의 생각을 가지게 했던 작품이다. 사실 처음에 주인공에게 어둠의 검은 손을 내밀었던, 눈에 보이지 않는 인물의 생각에는 크게 동의할 수 없었지만 결론적으로 본다면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부성애를 이렇게 짧은 소설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보였다. 가볍게 읽었을 때에는 약간 덤앤더머 부자가 아닐까 할 정도로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그 안에서 깊이 들여다 보니 자신이 오랜 시간 공을 들였던 사회 지위들을 내려놓을 정도로 아들을 생각했던 마음이 뭔가 뭉클하게 느껴졌다.

책을 덮고 나니 내용 전부 기억에 남는 작품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심지어 전작에 비해 확연하게 적은 작품 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면서 호기심이 가득하게 읽었던 적은 아주 간만이었던 것 같다. 내용은 휘발되었더라도 물음표를 가지고 하나하나 의미를 찾아보려고 노력했던 것, 느낌표를 가지고 숨겨진 의미를 찾아 감탄했던 것이 꽤 나름대로 남는 것이 있었던 작품집이었다. 아마 전작에서 받았던 느낌을 더욱 더 구체화시킬 수 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컬러 필드 안전가옥 쇼-트 25
박문영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있는 그대로, 당신의 색깔로 세상을 만나세요. / p.12

이 책은 박문영 작가님의 경장편소설이다. 항상 믿고 보는 안전가옥 출판사의 쇼트 시리즈 신작이어서 주저할 것도 없이 읽게 되었다. 사실 소재 자체에는 크게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우선, 연애에 관심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관심이 가졌던 내용이라면 MBTI와 결을 같이하는 무언가의 존재가 등장한다는 점 정도이다. 기대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읽었던 작품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안류지라는 이름의 여성이다. 매칭 분야의 대기업인 컬러 필드에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이기도 하다. 컬러 필드는 한 도시와 협력을 맺어 국가의 목표이자 하나의 가능성을 추구하고자 했다. 성적 페로몬이 색깔이라는 수단으로 표현되는 뱅글을 활용해 자유로운 연애를 장려했고, 저출산 시대를 극복하고자 하는 국가와의 상생을 도모한 것이다. 그 도시 안에서는 비독점다자연애가 가능했는데 류지는 그 안에서 백환이라는 이름의 이성과 이 년동안 동거하는 중이었다.

중심 이야기는 한 명의 교수가 피살된 상황에 류지가 출장을 나가게 되면서부터 시작된다. 교수는 모조품의 컬러 필드 뱅글을 착용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꽤나 평판이 좋던 사람이었기에 살해될 이유에 대해 온갖 추측이 난무한 듯하다. 그러던 중 교수의 부인이 자수하는 일이 벌어진다. 류지는 부인이 진짜 범인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실제 범인을 찾아가는데 의외로 가까운 곳에 인물이 있었다고 보는 중이다. 거기에 류지의 눈에 들어오는 장은조라는 여성이 등장했다. 류지와 백환, 그리고 장은조까지 이 세 사람의 대립 구도가 펼쳐진다.

짧게 후루룩 읽을 수 있는 시리즈여서 이 작품도 금방 완독할 수 있었다. 기대감보다는 출판사에 대한 의리를 가지고 시작한 작품이었는데 막상 책을 펼쳤더니 목차부터가 신선하게 눈에 들어와서 호기심을 가졌다. 그렇게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는데 어느 인물 누군가에게 감정적으로 동요가 된다기보다는 현대 상황과 맞물려 많은 공감이 되었던 것 같다. 결혼 적령기라고 불리는 나이대의 독자들이라면 조금 더 흥미롭게 와닿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꼬리표이다. 작품에서 컬러 필드 뱅글은 줄거리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성적 페로몬을 색깔로 인식해 가시적으로 보이는 아이템이다. 이뿐만 아니라 색깔의 궁합을 데이터로 보여 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는데 이를 애용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색깔을 보고 자신들의 연인 상대 또는 배우자를 찾아간다. 류지와 백환 역시도 꽤 높은 확률을 가지고 있는 커플이었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MBTI가 낙인을 찍었던 것처럼 컬러 필드 또한 하나의 꼬리표로 작용한 것은 아닐까. 등장하는 인물도 자신의 본연의 색을 표현하기보다는 이상향을 컬러 필드에 맞춘 꼴이 되어가고 있었다는 점에서 조금 씁쓸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두 번째는 황당한 정책이다. 컬러 필드라는 도시에서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아니더라도 임신 및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인구 수를 올리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과 방법이든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상하게 읽으면서 가까운 미래의 모습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사회 역시도 출산률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시도하고 있는데 더 나아가다 보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아이가 태어나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반응으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출산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그로인해 벌어지는 사회적 비용이나 문제들은 생각한다면 있어서는 안 될 정책이라고 보여졌다. 부디 이러한 불안함이 터무니없는 상상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짧게 후루룩 읽을 수 있는 시리즈여서 이 작품도 금방 완독할 수 있었다. 기대감보다는 출판사에 대한 의리를 가지고 시작한 작품이었는데 막상 책을 펼쳤더니 목차부터가 신선하게 눈에 들어와서 호기심을 가졌다. 그렇게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는데 어느 인물 누군가에게 감정적으로 동요가 된다기보다는 현대 상황과 맞물려 많은 공감이 되었던 것 같다. 결혼 적령기라고 불리는 나이대의 독자들이라면 조금 더 흥미롭게 와닿지 않을까. 그 지점들이 생각보다 깊게 남았던 작품이어서 만족스러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 시절의 풍경은 우리를 창조한다. / p.14

이 책은 셸리 리드의 장편소설이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라는 작품이 읽었을 당시에 많은 감정의 파도를 느끼게 했던 작품이어서 아직까지도 여운이 남아 있었는데 그 작품을 이을 수 있는 클래식 작품이라는 문구에 마음이 동해서 읽게 되었다. 가제본으로 먼저 읽고 싶다는 생각에 참여했다. 많은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빅토리아라는 이름의 여성이다. 작은 도시에서 자라온 빅토리아는 순종적인 어머니와 무뚝뚝한 아버지 사이에서 여성으로서의 모습을 보고 자랐다. 그러던 중 어느 순간에 어머니와 이모, 사촌 오빠가 집을 나갔고 곧 사망했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 이모부와 아버지, 남동생과 함께 살았는데 어머니의 모습처럼 그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장녀로서의 본분을 묵묵히 수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내시 복숭아 과수원의 일도 도왔다.

동생을 찾으러 가던 어느 날, 사랑 자체를 보고 자라지 못했던 빅토리아는 처음 보았던 윌이라는 남성에게 이끌린다. 윌은 외지에서 온 사람이었는데 주변 사람들은 그를 조롱하다 못해 배척하기에 이른다. 심지어 동생은 윌에게 협박을 한다. 빅토리아는 윌과 가족 몰래 아슬아슬한 사랑을 이어나간다. 행복도 잠시, 윌이 끔찍한 모습으로 발견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범인을 동생이라고 짐작했지만 이를 외면한다. 윌과 나눈 사랑의 결실이었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블루 베이비라는 이름을 짓고 그를 지키기 위해 가족으로부터 도망쳤고, 아이를 출산했다.

해외 소설임에도 그렇게까지 어려운 단어나 문체는 아니어서 술술 읽혀졌다. 물론, 미국의 지역을 잘 모르기 때문에 미주로 나름 상상하면서 읽는 게 그나마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지점이기도 했다. 해외 소설보다는 한국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중간에 덮어야 하나 걱정했었지만 결론적으로 하루에 전부 완독할 정도로 꽤 몰입력이 좋았던 작품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그동안 읽었던 주인공의 배경에 비하면 조금 나은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폭력적인 아버지의 모습이 아니었으며, 이모부 역시도 유쾌한 사람이었다. 사촌 오빠 역시도 다정해서 빅토리아가 내내 의지할 수 있었다. 그저 흠이라고 한다면 속된 말로 망나니처럼 다니는 동생이지 않았을까. 전체적으로는 그렇게까지 모든 사람이 주인공을 버렸다는 느낌을 못 받았다. 오히려 복받은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주변에 두는 것이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닐 테니 말이다. 기구한 운명은 아닌 듯했다.

그러다 중반부에 이르러 빅토리아에게 뭔가 표현할 수 없는 연민이 들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제어한 가정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자신이 윌에게 느끼는 감정을 낯설게 받아들이는 모습, 청소년기의 여성이라면 누구나 하게 되는 2차 성징조차도 온통 남자가 가득한 집에서 대처할 줄 몰라 불안해하는 모습, 자신의 아이를 지키고자 엄동설한에 라즈베리를 먹으면서 겨우겨우 버티는 모습, 결론적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능력이기에 이름도 모르는 부부의 차에 블루 베이비를 놓아두고 떠나는 모습 등 빅토리아의 행동 하나하나가 눈에 담겼다.

빅토리아는 잔잔하게 자신의 아이와 가족을 그리워했고, 누구보다 빠르게 다른 곳에 아버지의 흔적이었던 복숭아 나무를 옮겼고, 새로운 터전에서 성공했다. 그런 면에서 그녀의 인생은 파도의 연속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지점이 제목과 대비가 되었다고 느끼기도 했다. 아무것도 몰랐던 그녀가 혼자 파도와 부딪혀 무언가를 해내고 결국 무언가를 해내었다. 읽는 내내 빅토리아의 모습에서 경외감과 함께 많은 여운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