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가 전해 준 것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기들이 제일 똑똑한 줄 알고 두 발로 걷고 날지 못하는 녀석들이란다. / p.10

이 책은 오가와 이토의 단편소설이다. 요즈음 자주 눈에 띈 작가라는 점에서 선택했다. 소장하고 있는 장편소설 한 편은 조만간 읽을 계획을 가지고 있고, 최근에 새로운 도서가 출판된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그렇게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라는 게 아이러니하다. 지금까지 두 작품을 읽었는데 하나는 그렇게 긍정적인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다른 하나의 작품은 결말이 아직까지도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그래도 미니 소설이라는 점에서 부담감 없이 읽을 수 있고, 나름 만족감을 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기대하면서 읽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리본이라는 이름을 가진 왕관앵무이다. 아무도 들을 수 없었던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 야에 씨에게 점점 의지하기 시작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리본은 할머니 앵무인 야에 씨를 통해 인간이라는 생물체는 무엇인지부터 시작해 어떤 새가 되어야 하는가, 모진 세상을 어떻게 날아가야 하는가, 인간과 자신의 다른 점 등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하나씩 배웠다. 그러면서 야에 씨가 리본에게 다정한 날개의 주인이 되라는 이야기를 남기고 둘은 떨어지게 되었다. 리본은 새로운 소녀를 주인으로 맞이해 또 다른 삶을 살아간다.

전반적으로 판형도 작은 편이고, 채 백 페이지도 안 된다는 점에서 금방 완독할 수 있었다. 자간이나 페이지에 적힌 글자 수도 적은 편이어서 독자들에게는 부담 없이 읽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도 한 시간이 걸리지 않았는데 저녁 먹고 가벼운 마음으로 첫 페이지를 넘기면 후딱 읽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이렇게까지 빠르게 읽은 작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짧은 시간이었다.

어떻게 보면 리본의 첫인상은 자의식이 꽤 높은 조류인가 싶었다. 아무래도 배운 적이 없었고, 눈으로 늘 사람들을 봤기 때문에 자신이 인간이라는 존재와 같은 종으로 착각할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가 되었다. 마치 강아지가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먹었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었는데 그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리본이 야에 씨로부터 인간과 자신이 다른 생물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지 않았을까. 배웠더라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문제지만 리본은 그야말로 순백의 가까운 조류여서 나름 납득이 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점점 리본의 성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야에 씨를 통해 새라는 종이 살아가는 방법을, 주인이었던 소녀를 통해 세상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데 마치 리본의 엄마가 된 듯 흐뭇함을 느꼈다. 그렇다고 해서 리본이 일취월장으로 크게 자라났던 것은 아니었지만 소소하게나마 발전하는 모습들이 더욱 뿌듯했다. 이 지점이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성장의 의미를, 그리고 힐링의 감정을 느끼게 해 주지 않을까. 나 역시도 리본의 모습들을 보면서 그러한 느낌을 받았다. 오히려 남는 페이지를 아껴서 읽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작가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작품들에서 읽지는 않았지만 입소문으로 들었던 작품들까지 듣다 보니 '힐링'이라는 주제에 잘 어울리는 일본 작가 하면 자연스럽게 오가와 이토가 떠오르게 되는데 그게 딱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리본의 더욱 큰 성장기들을 읽지 못해 아쉬운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독자인 내 머릿속에서는 더욱 성숙한 모습을 그리게 되었다는 점에서 재미있었던 동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