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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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풍경은 우리를 창조한다. / p.14

이 책은 셸리 리드의 장편소설이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라는 작품이 읽었을 당시에 많은 감정의 파도를 느끼게 했던 작품이어서 아직까지도 여운이 남아 있었는데 그 작품을 이을 수 있는 클래식 작품이라는 문구에 마음이 동해서 읽게 되었다. 가제본으로 먼저 읽고 싶다는 생각에 참여했다. 많은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빅토리아라는 이름의 여성이다. 작은 도시에서 자라온 빅토리아는 순종적인 어머니와 무뚝뚝한 아버지 사이에서 여성으로서의 모습을 보고 자랐다. 그러던 중 어느 순간에 어머니와 이모, 사촌 오빠가 집을 나갔고 곧 사망했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 이모부와 아버지, 남동생과 함께 살았는데 어머니의 모습처럼 그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장녀로서의 본분을 묵묵히 수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내시 복숭아 과수원의 일도 도왔다.

동생을 찾으러 가던 어느 날, 사랑 자체를 보고 자라지 못했던 빅토리아는 처음 보았던 윌이라는 남성에게 이끌린다. 윌은 외지에서 온 사람이었는데 주변 사람들은 그를 조롱하다 못해 배척하기에 이른다. 심지어 동생은 윌에게 협박을 한다. 빅토리아는 윌과 가족 몰래 아슬아슬한 사랑을 이어나간다. 행복도 잠시, 윌이 끔찍한 모습으로 발견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범인을 동생이라고 짐작했지만 이를 외면한다. 윌과 나눈 사랑의 결실이었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블루 베이비라는 이름을 짓고 그를 지키기 위해 가족으로부터 도망쳤고, 아이를 출산했다.

해외 소설임에도 그렇게까지 어려운 단어나 문체는 아니어서 술술 읽혀졌다. 물론, 미국의 지역을 잘 모르기 때문에 미주로 나름 상상하면서 읽는 게 그나마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지점이기도 했다. 해외 소설보다는 한국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중간에 덮어야 하나 걱정했었지만 결론적으로 하루에 전부 완독할 정도로 꽤 몰입력이 좋았던 작품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그동안 읽었던 주인공의 배경에 비하면 조금 나은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폭력적인 아버지의 모습이 아니었으며, 이모부 역시도 유쾌한 사람이었다. 사촌 오빠 역시도 다정해서 빅토리아가 내내 의지할 수 있었다. 그저 흠이라고 한다면 속된 말로 망나니처럼 다니는 동생이지 않았을까. 전체적으로는 그렇게까지 모든 사람이 주인공을 버렸다는 느낌을 못 받았다. 오히려 복받은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주변에 두는 것이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닐 테니 말이다. 기구한 운명은 아닌 듯했다.

그러다 중반부에 이르러 빅토리아에게 뭔가 표현할 수 없는 연민이 들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제어한 가정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자신이 윌에게 느끼는 감정을 낯설게 받아들이는 모습, 청소년기의 여성이라면 누구나 하게 되는 2차 성징조차도 온통 남자가 가득한 집에서 대처할 줄 몰라 불안해하는 모습, 자신의 아이를 지키고자 엄동설한에 라즈베리를 먹으면서 겨우겨우 버티는 모습, 결론적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능력이기에 이름도 모르는 부부의 차에 블루 베이비를 놓아두고 떠나는 모습 등 빅토리아의 행동 하나하나가 눈에 담겼다.

빅토리아는 잔잔하게 자신의 아이와 가족을 그리워했고, 누구보다 빠르게 다른 곳에 아버지의 흔적이었던 복숭아 나무를 옮겼고, 새로운 터전에서 성공했다. 그런 면에서 그녀의 인생은 파도의 연속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지점이 제목과 대비가 되었다고 느끼기도 했다. 아무것도 몰랐던 그녀가 혼자 파도와 부딪혀 무언가를 해내고 결국 무언가를 해내었다. 읽는 내내 빅토리아의 모습에서 경외감과 함께 많은 여운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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