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혼술이다 - 혼자여도 괜찮은 세계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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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나는 왜 이렇게 혼술이 무서운 걸까? / p.23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술도 좋지만 혼자 마시는 술을 그것보다 더 선호하는 편이다. 특히, 방에서 독서를 하거나 OTT를 시청하면서 마시는 술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환상의 맛이기도 하다. 평일에는 직장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술을 자제하는 편이어서 혼자 있는 상황에서도 절주하지만 금요일 퇴근 이후가 되면 자연스럽게 맥주 캔을 들고 귀가하는 일이 잦다. 금요일과 토요일은 뭐 하나 신경 쓸 것도 없이 혼술을 즐긴다.

합법적으로 음주가 가능한 스무 살부터 가족과 가볍게 1차로, 혼자 방에서 2차로 마시는 게 습관화가 되었는데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부터 편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잘못된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몇 년 전, 전 직장에서 비슷한 또래의 동료와 혼술 예찬을 하고 있는데 듣던 상사가 술은 어울려서 마시는 게 좋다면서 나와 동료를 이상한 사람 보듯이 말씀하셨던 적이 있다. 지금은 그나마 혼술 문화가 보편적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괜찮지만 혼자 마시는 게 사람과 어울릴 줄 모르는 사회부적응자로 낙인을 찍는 시대가 있었기에 불편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이 책은 이나가키 에미코의 에세이다. 마치 나의 음주 교훈과 같은 제목으로 느껴져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지금은 혼술의 맛을 모르는 이들에게 새로운 매력을 알려 주고 싶을 정도로 푹 빠져 사는 사람인데 제목이 큰 공감이 되었다. 특히, 공간적 배경이 집이나 방이 아닌 길거리의 술집이라는 점에서 고수의 향기가 났기에 나름 조금 배우고 싶은 점도 있었다. 에세이에서 큰 기대를 하는 일은 생각보다 드문 편인데 이번 책에서는 기대감으로 가득 채우고 읽었던 것 같다.

저자는 회사에서 사케에 관한 특집 기사를 맡게 된 것을 계기로 혼술의 세계에 입문했다고 한다. 그동안 혼술을 하고 싶은 열망이 강렬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처럼 보였다. 업무를 계기로 사케의 매력을 느꼈고, 혼술을 도전해 보기로 한다. 사실 그동안 직장 동료들과 함께 사케를 마시면서 기사를 준비하게 되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저자를 피하기 시작했고, 이유를 물으니 말이 너무 많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충격을 먹고 혼술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초반에는 혼술에 도전하는 여정이, 중후반부에는 혼술을 잘할 수 있는 저자의 비법이 담겨 있다.

에세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곱씹게 되는 무거움 또는 술술 읽히는 가벼움 둘 중 하나가 크게 갈리는 편인데 이 작품은 딱 후자 스타일이었다. 술이라는 주제로 엮은 하나의 일기이자 도전기라고 해야 될까. 일본 작가이기 때문에 나에게는 초면이었겠지만 그곳에서는 인플루언서 중 한 명이기에 유명인이 쓴 에세이 정도로 느껴졌다.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읽다 보면 마지막 장을 넘길 수 있다.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셨던 분이어서 나름의 유머는 덤인 듯하다.

읽으면서 지극히 개인적으로 정의를 내렸던 혼술과 차이가 있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혼술을 '혼자 사색하면서 마시는 술'이라고 정의하는 게 나의 스타일이라고 하면 저자는 '모르는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마시는 술'이 저자의 스타일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고독을 씹는다고 표현했지만 선술집의 주인, 옆에 혼자 온 손님 등 초면인 사람들과 통성명부터 시시콜콜 일상 대화까지 나누는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들이었데 생각했던 결과는 많이 달랐다. 철학적인 혼술을 원하는 나라는 독자와 사회적인 혼술을 원하는 저자의 괴리감이라고 할까.

전반적으로는 '나랑 너무 다르다.'라는 느낌을 가졌는데 어느 한 부분에서는 공감이 되기도 했다. 저자는 혼술을 맨몸으로 혼자 세계와 마주하는 경험이라고 표현했다.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쓸쓸함 때문에 도망치지 않고, 당당하게 사는 경험이라고 했는데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물론, 쓸쓸함과 고독 마주하기 위해 혼술을 즐기는 내향형 독자에게는 두 번째에서 약간 고개를 갸웃거리기는 했다. 나름 잘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혼술이라는 행위를 두려워하는 것에서 인생을 끌어와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그 조차도 하나의 큰 경험이라는 점에서 이해가 되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들었던 생각은 저자가 혼술에 진심이라는 점이었다. 이를 진지하게 임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혼자 선술집을 드나들 정도로 고수가 될 열정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중년의 연세에도 이렇게 도전하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읽은 누군가는 혼술이 뭐 이렇게 대단한 거라고 크게 의미를 부여하냐고 물겠지만 세상 사는 일이 뭐 대단한 것에 연속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사소한 것투성이인데 작은 것에 열정 쏟을 수 있지 않겠냐고 대변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했던 결이 달라서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저자의 혼술 라이프를 순수한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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