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료시카의 밤
아쓰카와 다쓰미 지음, 이재원 옮김 / 리드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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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속 남자의 행적을 쫓는 중입니다. / p.10

이 책은 아쓰카와 다쓰미의 소설집이다. 사실 이 작가의 작품을 내내 읽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국내에 출간된 작품 중에서 이미 한 권은 구매해 조만간 읽을 계획이었고, 다른 소설집 역시도 취향에 맞다면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이 책을 먼저 고르게 된 것이다. 아마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기대감 중에서는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소설집에는 총 네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가방이 바뀐 사립 탐정이 추적하는 이야기, 추리 소설의 범인 찾기를 대학 입시 시험으로 낸 이야기, 대작가와 신입 편집자의 이야기, 프로레슬링 연합 총회에서 언급된 하나의 사건 이야기 등 주제부터 등장 인물, 배경이 다르지만 코로나 시대를 관통하는 추리 작품이라는 공통점 하나로 묶여진 내용들이었다. 전반적으로는 공감이 되면서도 흥미로웠다.

추리 작품을 즐겨 읽는 독자들에게는 참 매력적이라는 작품집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반대로 그동안 잘 읽지 않았던 독자들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추리 작품을 요즈음 즐겨 읽지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타입보다는 결말이 등장하면 수긍하는 스타일에 가까운 독서 스타일을 가진 편이다. 그렇다 보니 처음에는 작품의 트릭을 이해하는 게 조금 어려웠다. 기존의 습관을 벗어나 전자의 방법으로 읽게 만들었던 책이어서 어려우면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마트료시카의 밤>이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다. 대작가와 신입 편집자가 등장하는데 편집자는 대작가의 집에 몰래 들어온 듯하다. 작가의 팬이라는 의미로 자신의 충성심을 구구절절 읊고 작가는 자신의 신작 소스를 함께 연극해 준다면 편집자의 출판사와 계약하겠다는 딜을 건다. 살인 사건의 플롯을 두 사람이 합을 맞춰 이야기를 나누는데 중반에 이르러 분위기가 갑자기 변화된다.

작품집에 수록된 네 작품 모두 제목과 너무 잘 어울렸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 작품이 유독 크게 와닿았다. 인형을 열어 꺼내면 더 작은 모형의 인형이 들어가 있는 마트료시카처럼 처음에 해결이 되었다고 믿었던 사건에는 또 다른 플롯과 트릭이 숨겨져 있었고, 그 사건이 해결되어 수긍하면 또 막다른 무언가 튀어나온다. 마지막 결론에 이르러 '이건 또 뭐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당황스러웠다. 그 느낌이 묘하게 신선했다.

상상력이 약점인 나에게는 작품에 실린 트릭들이 전부 밧줄처럼 느껴졌다. 두 번째 작품인 입시 소설은 꼬아서 내는 수능 문제처럼 보이기도 했다. '추리 소설은 이런 것이다.'라고 보여 주는 듯한 작품이어서 그동안 쉽게 읽으려고 했던 감각을 새삼스럽게 키워주었던 작품이었다. 그 느낌이 되게 인상적이면서 흥미로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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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속의 여인 아르테 오리지널 28
로라 립먼 지음, 박유진 옮김, 안수정 북디자이너 / arte(아르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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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곳에 있어야 안전했단 말이에요. / p.15

이 책은 로라 립먼의 장편소설이다. 원래 영미권 소설을 그렇게 즐겨 읽는 편은 아니었는데 요즈음 추리 스릴러 장르의 작품들을 골라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본 작품들을 접했다. 그래서 너무 편중되는 독서 습관은 바꾸고자 다른 나라의 작품들도 조금씩 골라 읽자는 생각으로 선택한 책이다. 심지어 영상화가 된다는 소설이라고 해서 나중에 나오기 전에 미리 원작을 접하자는 생각도 들었다. 나름대로 많은 기대가 되었다.

소설은 이름 모를 한 여성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분수 속에 시신으로 가라앉아 있는 이 사람은 매디에게 더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하는 듯하다. 자신을 건들지 않는다면 안전할 텐데 매디로부터 자신이 수면 위로 끌어 올려져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부탁하는 정도가 아닌 조금은 과격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렇게 몇 페이지에 걸쳐 이 여인과 매디의 관계성, 이 여성의 사연이 등장하는데 이 지점이 매디라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들게 한다.

주인공은 서두에 언급했던 매디이다. 남편 밀턴, 아들 세스와 겉으로 보기에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듯했던 매디는 서른일곱이라는 나이에 남편과 헤어지기로 결정한다. 세스는 그런 매디에게 부정적이었으며, 주변 사람들의 반응 또한 그렇게까지 우호적이지는 않은 듯하다. 매디는 혼자가 된 몸으로 경찰관과 은밀한 관계를 이어나감과 동시에 기자로서 자신의 위치를 잡아가고자 한다. 그러나 60년대라는 시대 흐름상 여성에게 그렇게 큰일이 주어지지 않았는데 매디는 어린 소녀의 실종 사건과 호수 속에서 발견된 시체를 토대로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해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처음에 읽으면서 많이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줄거리를 읽었을 때에는 추리 스릴러 장르로 이해했는데 막상 책장을 넘기다 보니 생각했던 방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살인과 실종이라는 범죄 이야기가 등장하기는 했지만 초점은 매디가 기자로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에 담겨 있었다는 점이었다. 스릴러보다는 사회의 분위기가 느껴졌다는 점에서 결이 조금 다르게 와닿았다.

읽으면서 60년대 당시의 시대상이 너무 가혹하게 느껴졌다. 흔히 말하는 정상적인 가정이 아닌 기혼의, 그것도 아이까지 있는 여성이 사회 진출을 하는 것이 부정적으로 그려진 시기여서 매디의 고군분투가 안타까웠다. 경찰과의 성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기밀을 빼앗는다든지, 다짜고짜 신문사의 간부와 일자리를 놓고 딜을 벌인다든지 매디의 행동이 지극히 사적인 기준에서 많은 의문이 들었지만 그것마저도 지워버릴 만큼 연민이 들었다. 또한, 호수에 있었던 여성이 흑인이라는 점에서 당시에 만연했던 인종 차별에 대한 의식들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기대했던 스릴러의 매력보다는 여성의 욕망이 제한된 시대상의 씁쓸함이 먼저 와닿았던 작품이었다. 보통 기대와 다르면 실망이 큰 법일 텐데 시대를 다룬 사회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 또한 나름의 즐거움이자 만족감으로 남았던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조만간 다시 읽는다면 그때는 스릴러 장르로서의 색다른 느낌도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남게 했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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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밀리미터의 싸움 - 세계적 신경외과 의사가 전하는 삶과 죽음의 경계
페터 바이코치 지음, 배진아 옮김, 정연구 감수 / 흐름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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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놀즈를 살릴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 p.10

이 책은 패터 바이코치의 의학에 관한 도서이다. 사실 신경외과라는 단어 자체가 그렇게 익숙하게 들린 것을 얼마 안 되었다. 심지어 평생 모르고 살았을 수도 있는데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되었다. 그것도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소재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전부터 신경외과를 주제로 했던 다양한 드라마가 있기는 했지만 그동안 의학 드라마 자체에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터라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호기심을 가지고 선택하게 되었다.

저자이신 페터 바이코치라는 분은 독일에서 저명한 신경외과 의사 선생님이라고 한다. 신경학으로 가장 유명한 병원에서 최연소 과장까지 승진하신 분이라고 하니 명의 중의 명의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는 신경외과의 수술 열두 사례가 실려 있다. 그것도 희귀한 수술 케이스라고 하는데 동맥류로부터 시작해 뇌 수막종 등 다양한 수술 이야기가 너무나 실감나게 펼쳐져 있는 이야기이다.

사실 읽는 내내 조금 어렵고도 버거웠다. 우리가 흔히 자주 접했던 병명과는 거리가 멀었던 터라 낯설게 다가왔다. 기껏 알아야 예전에 간질이라고 불렸던 뇌전증 정도만 익숙하게 들었던 병명이었는데 아무래도 희귀 케이스다 보니 뇌수압, 뇌 수막종 등 생전 처음 듣는 병명과 증상, 용어들이 눈에 익숙해지기는 조금 오랜 시간이 걸렸다.

또한, 정신적으로도 압박감이 생기기도 했다. 생존을 다투는 급박한 케이스들이었기에 수술을 집도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빨려들어가다 보면 마치 읽는 내 자신도 뭔가 조급해지고 긴장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미 과거에 있었던 일이기에 결과가 나왔겠지만 속으로는 수술이 잘 되어 환자의 삶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읽으면서 굳이 경험하지도 않아도 될 감정이 와닿을 정도로 몰입했다.

낯선 이야기들 사이에서 익숙하게 느껴졌던 이야기들도 있어서 그 지점이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초반에 등장했던 가수의 뇌 동맥류 증상을 읽으면서 서두에 언급했던 드라마의 장면이 떠올랐다. 책과 달리 드라마에서는 시신경과 맞닿아 있는 혈관에 동맥류가 생겨 눈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위험성을 언급한 에피소드였는데 커다란 동맥류가 있었다는 그 환자의 사례를 읽자마자 나도 모르게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환자의 증상을 가지고 반가움을 느꼈다는 감정 자체가 조금 이상한 어감이기는 하다는 생각이 든다.그밖에도 전신이나 부분 마취로 수술을 진행하는 것과 달리 각성된 상황에서 수술하는 이야기 역시도 그 드라마와 연관이 되어 있는 내용들이 떠올랐다.

나름 드라마로 보고 들은 에피소드로 어느 정도는 익숙하다 생각했는데 책에서 만나는 신경외과의 이야기들을 읽고 나니 내가 알고 있는 지점은 진짜 빙산의 일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낯설었지만 새로웠고, 신기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책이었다. 책장을 덮고 나니 완벽하게 이 사례들을 이해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 것은 사실이지만 작은 혈관 1밀리미터와 싸움을 하는 의사 선생님들에 대한 경외심이 들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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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시록 살인사건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박진범 북디자이너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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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들이 떠난 곳 아래에는 뭔가가 바닥에 드러누워 있었다. / p.15

이 책은 니시무라 교타로의 장편소설이다. 요즈음 이래저래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가볍게 기분 전환으로 읽을 수 있는 장르가 추리 스릴러 미스터리 장르인 듯하다. 사실 그렇게 선호한다거나 자주 읽는 장르는 아니었지만 독서하면서 단순하게 재미를 느끼기 위해 고르게 된다. 일본 장르 문학으로는 유명한 출판사이기 때문에 더 고민할 것도 없이 선택했다.

처음으로 가메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경찰이자 한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데 비번인 어느 날, 가족들과 함께 거리를 나왔다. 모처럼 딸과 추억을 쌓기 위함이었는데 갑자기 나비가 날아들기 시작한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닌 떼 수준의 많은 나비들이었다. 가메이는 나비가 날아오는 곳을 따라 걸어간다. 발길이 멈춘 곳에는 상자와 함께 한 청년이 시체로 누워 있었다. 그 청년의 사인은 청산가리 중독이었고, 손목에는 성경 구절이 적힌 팔찌를 채워져 있었다.

이후로 아파트 단지에서 한 여성이 연이어 같은 사인으로 발견되었다. 도쓰가와 경부를 필두로 하나의 수사팀이 꾸려졌다. 경찰은 여론을 의식하면서 사건을 파헤치는데 죽음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분신 자살을 택하는 청년들까지 생기기에 이른다. 도쓰가와 경부, 가메이 등의 형사들은 검은 배후의 인물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그들이 왜 스스로 죽음을 택했는지 점점 진실에 도달한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다. 지극히 사적인 취향으로 사회파 미스터리 장르를 선호하는 편이어서 더욱 흥미롭게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400 페이지 중반 정도의 분량을 가졌기에 짧은 시간 내에 완독할 수는 없었지만 퇴근 이후 두 시간씩 읽으면 이틀 정도면 충분히 끝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마지막에는 취침 시간도 미루어서 완독할 정도로 꽤 몰입력이 좋았다.

읽는 내내 소름이 돋았다. 분명 1980년대에 출간된 작품으로 지금으로 보면 한 사십 년 정도가 지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일본이 대한민국보다는 조금 더 빠르게 흘러가는 면이 없지 않아 있기는 하지만 사전 정보를 지우고 보면 충분히 신작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부분은 조금 씁쓸하게 와닿았다. 과거의 청년들과 현재의 청년들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 그렇다.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이 약해져 누군가를 의지하고 싶을 때 종교를 믿겠다는 이야기를 자주했었는데 그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희망의 손길이 아닌 탐욕의 유혹을 내미는 악마와 같은 배후 세력에게는 분노가, 그 세력을 믿을 수밖에 없는 신도들에게는 뭔가 모를 연민이 들었다. 개인적인 상황이었다고 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기는 하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면 또 모를 일이다. 그 지점은 공감이 되었다.

또한, 중후반부에 이르러 신도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과 생각들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었다. 누군가는 이게 무슨 의미일까, 싶기도 하겠지만 지극히 한 명의 독자로서 남을 도우는 행위 자체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선의 의도가 아닌 다른 의미로 옮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의식으로 발현된 행위여서 처음에는 새로웠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여러모로 참 생각이 많아졌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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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피난처에 잘 있습니다
이천우 지음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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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태의 삶이 메말라 버렸다. / p.23

이 책은 이천우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남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같은 성별의 동생을 두고 있는 나에게는 크게 공감이 될지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드라마와 영화, 소설에서 삼남매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자주 등장한다. 좌충우돌 사건들이 꽤 흥미로웠다는 점에서 재미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진태, 진수, 해민이라는 이름을 가진 삼남매이다. 진태는 부인과 이혼 위기에 처했다. 그동안 생각만 하던 말을 2주 전 부인에게 전했고, 칠레의 광산 사고 소식을 무릎 꿇고 보던 부인이 진태의 말처럼 이혼하자는 의견에 동의한다. 설상가상으로 회사에서의 구조조정 명단에 진태의 이름이 올라간 듯한데 여러모로 답답한 상황을 겪고 있다.

둘째인 진수의 입장 역시 나쁜 상황이다. 댄스학원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 파트너가 자신을 선택하지 않아 한강에서 자살 시도를 하기에 이르렀다. 짝사랑이 꽤 깊었던 것 같다. 막내인 해민은 BL 만화 사이트에서 혼자 꿋꿋하게 SF 장르를 올리는 뚝심을 가졌는데 알고 보니 카테고리에 맞지 않은 곳에 올리는 이유가 같이 일하는 언니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 것이다. 결국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때 투병 생활을 하시던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셨다. 어영부영 장례를 치로 아버지의 물건을 정리하던 중 낡은 LP판을 보게 되었고, 이를 재생시키자 시간이 돌아가 8월 5일이 되었다. 진태는 여전히 칠레의 광산 사고를 보는 부인에게 이혼하자는 이야기를 듣고, 진수는 이성 파트너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며, 해민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겪는다. 어떻게 해야 세 남매의 시간을 돌릴 수 있을까.

흥미로운 이야기라는 점에서 후루룩 읽혔다. 페이지 수도 300 페이지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두 시간 정도 내외에 금방 완독할 수 있었다. 특히, 자녀의 입장으로서 부모님의 사랑 이야기가 궁금할 때가 있는데 그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지점들이 많았는데 읽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삼남매의 타임 루프 이야기보다는 아버지의 편지에 더욱 공감이 되었다. 두 번째 타임루프로 돌아가던 삼남매가 아버지의 일기가 담긴 노트들을 발견하는데 그곳에서는 그동안 듣지 못했던 사랑 이야기들이 활자로 적혀 있었다. 두 사람을 사랑했던 이야기부터 아버지께서 마지막 순간에 외치던 이름을 가진 사람과의 사랑 이야기까지 지고지순하고도 순수한 감정들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묘하게 이입이 되었다.

마지막 결말을 읽고 나니 더욱 인상적으로 남았다. 처음에는 내용을 읽으면서 제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거기에 진태의 아내가 보던 뉴스 이야기와의 연관성도 알 수가 없었는데 결론적으로 공간과 시간이 다를 뿐 뉴스에 등장하는 이들과 삼남매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지극히 현실적으로 살아가는 결말이었다는 점에서 너무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출판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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