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피난처에 잘 있습니다
이천우 지음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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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태의 삶이 메말라 버렸다. / p.23

이 책은 이천우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남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같은 성별의 동생을 두고 있는 나에게는 크게 공감이 될지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드라마와 영화, 소설에서 삼남매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자주 등장한다. 좌충우돌 사건들이 꽤 흥미로웠다는 점에서 재미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진태, 진수, 해민이라는 이름을 가진 삼남매이다. 진태는 부인과 이혼 위기에 처했다. 그동안 생각만 하던 말을 2주 전 부인에게 전했고, 칠레의 광산 사고 소식을 무릎 꿇고 보던 부인이 진태의 말처럼 이혼하자는 의견에 동의한다. 설상가상으로 회사에서의 구조조정 명단에 진태의 이름이 올라간 듯한데 여러모로 답답한 상황을 겪고 있다.

둘째인 진수의 입장 역시 나쁜 상황이다. 댄스학원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 파트너가 자신을 선택하지 않아 한강에서 자살 시도를 하기에 이르렀다. 짝사랑이 꽤 깊었던 것 같다. 막내인 해민은 BL 만화 사이트에서 혼자 꿋꿋하게 SF 장르를 올리는 뚝심을 가졌는데 알고 보니 카테고리에 맞지 않은 곳에 올리는 이유가 같이 일하는 언니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 것이다. 결국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때 투병 생활을 하시던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셨다. 어영부영 장례를 치로 아버지의 물건을 정리하던 중 낡은 LP판을 보게 되었고, 이를 재생시키자 시간이 돌아가 8월 5일이 되었다. 진태는 여전히 칠레의 광산 사고를 보는 부인에게 이혼하자는 이야기를 듣고, 진수는 이성 파트너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며, 해민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겪는다. 어떻게 해야 세 남매의 시간을 돌릴 수 있을까.

흥미로운 이야기라는 점에서 후루룩 읽혔다. 페이지 수도 300 페이지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두 시간 정도 내외에 금방 완독할 수 있었다. 특히, 자녀의 입장으로서 부모님의 사랑 이야기가 궁금할 때가 있는데 그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지점들이 많았는데 읽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삼남매의 타임 루프 이야기보다는 아버지의 편지에 더욱 공감이 되었다. 두 번째 타임루프로 돌아가던 삼남매가 아버지의 일기가 담긴 노트들을 발견하는데 그곳에서는 그동안 듣지 못했던 사랑 이야기들이 활자로 적혀 있었다. 두 사람을 사랑했던 이야기부터 아버지께서 마지막 순간에 외치던 이름을 가진 사람과의 사랑 이야기까지 지고지순하고도 순수한 감정들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묘하게 이입이 되었다.

마지막 결말을 읽고 나니 더욱 인상적으로 남았다. 처음에는 내용을 읽으면서 제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거기에 진태의 아내가 보던 뉴스 이야기와의 연관성도 알 수가 없었는데 결론적으로 공간과 시간이 다를 뿐 뉴스에 등장하는 이들과 삼남매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지극히 현실적으로 살아가는 결말이었다는 점에서 너무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출판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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