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속의 여인 아르테 오리지널 28
로라 립먼 지음, 박유진 옮김, 안수정 북디자이너 / arte(아르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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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곳에 있어야 안전했단 말이에요. / p.15

이 책은 로라 립먼의 장편소설이다. 원래 영미권 소설을 그렇게 즐겨 읽는 편은 아니었는데 요즈음 추리 스릴러 장르의 작품들을 골라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본 작품들을 접했다. 그래서 너무 편중되는 독서 습관은 바꾸고자 다른 나라의 작품들도 조금씩 골라 읽자는 생각으로 선택한 책이다. 심지어 영상화가 된다는 소설이라고 해서 나중에 나오기 전에 미리 원작을 접하자는 생각도 들었다. 나름대로 많은 기대가 되었다.

소설은 이름 모를 한 여성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분수 속에 시신으로 가라앉아 있는 이 사람은 매디에게 더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하는 듯하다. 자신을 건들지 않는다면 안전할 텐데 매디로부터 자신이 수면 위로 끌어 올려져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부탁하는 정도가 아닌 조금은 과격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렇게 몇 페이지에 걸쳐 이 여인과 매디의 관계성, 이 여성의 사연이 등장하는데 이 지점이 매디라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들게 한다.

주인공은 서두에 언급했던 매디이다. 남편 밀턴, 아들 세스와 겉으로 보기에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듯했던 매디는 서른일곱이라는 나이에 남편과 헤어지기로 결정한다. 세스는 그런 매디에게 부정적이었으며, 주변 사람들의 반응 또한 그렇게까지 우호적이지는 않은 듯하다. 매디는 혼자가 된 몸으로 경찰관과 은밀한 관계를 이어나감과 동시에 기자로서 자신의 위치를 잡아가고자 한다. 그러나 60년대라는 시대 흐름상 여성에게 그렇게 큰일이 주어지지 않았는데 매디는 어린 소녀의 실종 사건과 호수 속에서 발견된 시체를 토대로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해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처음에 읽으면서 많이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줄거리를 읽었을 때에는 추리 스릴러 장르로 이해했는데 막상 책장을 넘기다 보니 생각했던 방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살인과 실종이라는 범죄 이야기가 등장하기는 했지만 초점은 매디가 기자로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에 담겨 있었다는 점이었다. 스릴러보다는 사회의 분위기가 느껴졌다는 점에서 결이 조금 다르게 와닿았다.

읽으면서 60년대 당시의 시대상이 너무 가혹하게 느껴졌다. 흔히 말하는 정상적인 가정이 아닌 기혼의, 그것도 아이까지 있는 여성이 사회 진출을 하는 것이 부정적으로 그려진 시기여서 매디의 고군분투가 안타까웠다. 경찰과의 성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기밀을 빼앗는다든지, 다짜고짜 신문사의 간부와 일자리를 놓고 딜을 벌인다든지 매디의 행동이 지극히 사적인 기준에서 많은 의문이 들었지만 그것마저도 지워버릴 만큼 연민이 들었다. 또한, 호수에 있었던 여성이 흑인이라는 점에서 당시에 만연했던 인종 차별에 대한 의식들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기대했던 스릴러의 매력보다는 여성의 욕망이 제한된 시대상의 씁쓸함이 먼저 와닿았던 작품이었다. 보통 기대와 다르면 실망이 큰 법일 텐데 시대를 다룬 사회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 또한 나름의 즐거움이자 만족감으로 남았던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조만간 다시 읽는다면 그때는 스릴러 장르로서의 색다른 느낌도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남게 했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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