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목욕탕
마쓰오 유미 지음, 이수은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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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어쩌면 좋을까. / p.10

요즈음 힐링 소설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느끼는 내용부터 판타지 한 스푼 얹은 이야기까지 주인공에게 어려움을 해결하면서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편안함과 삶의 자세를 다시 생각할 수 있어서 좋다. 너무 소설 같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내용으로 현실을 벗어나 큰 위로를 받는다. 

이 책은 마쓰오 유미의 장편 소설이다. 처음에 표지만 보고 힐링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어 읽고 싶었다. 보통 힐링 소설의 소재는 서점과 도서관인 경우가 많은데 목욕탕이어서 호기심이 먼저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줄거리를 보니 힐링과 조금 거리가 있는 미스터리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였다. 그래도 관심이 생겨 고민을 하고 있던 중에 네이버 카페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리오는 사오라는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부모님께서는 돌아가시고 동생은 학교를 자퇴했다. 거기에 일하던 직장에서도 프리랜서의 개념으로 퇴사하게 되면서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힌 듯하다. 어려운 상황에서 큰 걱정을 하던 중 법률 사무소의 조수가 찾아와 전할 말이 있다고 한다. 의심이 들기는 했지만 리오와 사오는 조수의 차를 타고 법률 사무소로 향한다. 그곳에서 변호사에게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듣는다.

리오의 어머니께서는 가정사를 가지고 있던 분이셨다. 아버지께 듣던 바로는 자녀가 없는 집으로 입양이 되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변호사가 말하는 것은 큰 삼촌이 리오와 사오에게 유언과 재산을 남겼다는 것이다. 리오의 어머니께 남길 재산이었으나 이미 사망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리오에게 돌아왔다. 어느 한적한 곳의 목욕탕을 남겼으며, 목욕탕에 근무하는 직원을 고용승계하는 조건이었다. 아무래도 현실이 있는 리오는 이를 수락했다. 목욕탕에 근무하는 두 남매는 나머지 일을 할 테니 카운터에서 손님을 안내만 해 달라고 한다. 그렇게 목욕탕 고객들로부터 큰 삼촌이 고민을 해결해 주었다는 미담과 목욕탕이 가진 비밀도 하나둘 알게 된다. 그러면서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던 동생은 조금씩 긍정적으로 성격이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미스터리 소설이어서 목욕탕의 비밀이 신비로웠다. 목욕탕을 운영하게 된 이유부터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비밀까지 온통 미스터리 투성이다. 리오에게 투영해 상상해 보니 믿지 않을 사실들이었다. 물론, 직원들의 비밀은 나중에 직접 리오가 확인하고 이를 활용해 고객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열쇠가 되지만 말이다. 보고도 못 믿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큰 스케일의 미스터리는 아니지만 소설 내용을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중요하고도 무게가 있는 비밀이라고 느껴졌다. 소소하면서도 묵직한 비밀이다.

미스터리도 인상 깊었지만 리오와 사오가 성장해간다는 측면이 좋았다. 특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학교 친구들에게 버림을 받아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오가 고객들의 고민을 듣고 해결하면서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이 참 흐뭇했다. 비록 실질적으로 고객들에게 이를 전달하는 존재는 리오겠지만 누구보다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사오의 모습을 보면 사람에게 상처를 받아서 피하게 된 것일 뿐 본질은 사람을 되게 좋아하는 스타일의 친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그와 별개로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힐링 소설이라는 것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표지에서부터 예상되는 따스함은 어디 안 간다는 것을 또 새삼스럽게 느꼈다. 단순한 힐링 이야기에 신비로운 비밀을 알고 싶은 독자라면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온탕에서 나오는 따뜻한 수증기처럼 수상한 목욕탕에서 피어오르는 따뜻한 힐링이 마음을 녹여 주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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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듀나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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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지금까지 저런 것들을 상상할 수조차 없었는가? / p.306

장르 소설을 읽다 보면 유명한 작가님들의 소설을 꼭 읽고 싶다. 그런데 의외로 유명한 소설을 크게 읽을 일이 없다. 가령, 추리 소설이라고 하면 애거서 크리스티가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다른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서 아직까지 읽지 못했다. 일본 작가 중에서도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과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보다는 다른 소설들을 찾아서 읽게 된다.

이 책은 듀나 작가님의 SF 단편 소설집이다. 얼마 전 듀나 작가님의 추리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면서 묘한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SF 소설 인터뷰집을 통해 내적 친밀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SF 장르 소설은 첫 도전이다. 거기에 기존에 집필하셨던 소설의 개정판이라고 하니 더 큰 기대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초반에 수록된 작품들이 가장 흥미로웠다. 가장 먼저 수록된 <동전 마술>은 동전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개팅에 나온 남자 주인공 정기에게 여자 주인공 민영은 동전 마술을 하나 보여준다. 백원짜리 동전을 천장을 향해 던졌는데 동전이 사라졌다.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자 일정한 시간에 던지면 사라지는 마법이라고 했다. 정기는 민영을 만났던 장소를 지나가다 똑같이 올렸는데 동전은 그대로 떨어졌다.

<물음표를 머리에 인 남자>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하는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인경은 어느 날부터 남자 친구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보인다. 손으로 잡으려고 했으나 잡히지도 않는다. 이러한 일을 포털 사이트에 올리니 사람들은 믿지 않았지만 같은 일을 경험한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모이게 되었는데 인경 또래의 여성들이다. 점점 갈수록 사람은 늘어났는데 이 사람들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비밀이 있었다.

<A, B, C, D, E & F>는 온라인에서 만난 두 남녀에 대한 이야기이다. A라는 사람은 B라는 사람을 만나 연애를 시작한 듯하다. 어차피 만나지 않을 사이이기 때문에 A는 조금씩 자신과 동떨어져 꾸미기 시작했으며, B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C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었다. 그리고 점점 관계가 안 좋게 흘러가면서 D와 E 등 새로운 인물들을 자꾸 만들어낸다. 

전반적으로 세 작품 모두 신비로우면서도 의문이 들어서 좋았다. <동전 마술>과 <물음표를 머리에 인 남자>는 어떻게 보면 기이한 일이지만 현실에서 일어날 것처럼 생생함을 느꼈다. 실제로 어느 구역에서는 동전을 던지면 사라질 것만 같고, 어떤 특정 남자에게는 물음표가 보일 것만 같았다. 동전 마술에서는 스쳐 지나가는 인물에 대한 그리움과 물음표를 머리에 인 남자에서는 현실을 반영한 풍자가 그려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비해 <A, B, C, D, E & F>는 게임이나 채팅 애플리케이션으로 연애 상대를 만나는 사람이라면 경험할 법한 일이다. 심지어 소설 화자처럼 주변의 친구로부터 이와 비슷한 내용을 들은 기억이 있다. 무엇보다 크게 공감이 되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자기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된 뷰티 인사이드가 떠오르기도 했었다.

줄거리보다 생각과 느낌이 더 크게 다가온 작품도 있었다. 표제작인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이다. 다른 세상에서 생존해야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사실 내용은 SF적인 요소들이 등장해서 이해하는 게 쉽지 않았다. 특히, 주인공이 브로콜리라는 이름의 생명체를 잡아서 먹는 모습이 있는데 알고 있는 채소인 브로콜리와 괴리감이 있었다. 남자의 고군분투도 와닿았지만 마지막에 주인공과 대치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씁쓸함과 함께 깊이 생각에 빠졌다.

단편집에는 몇 장 분량의 짧은 이야기부터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이야기까지 총 열세 편의 소설이 마치 무지개처럼 느껴졌다. 심지어 배경도 고전을 느낄 수 있는 조선 시대부터 경험한 적이 없는 미래의 시간까지 광범위했으며, 상상할 수 없는 기술이 등장하는 소설부터 현실을 풍자하는 소설까지 소재와 주제도 너무 다양해 소설 계의 31가지 아이스크림을 연상하게 했다. 그만큼 읽는 재미가 있었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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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신은 얼마 안전가옥 쇼-트 13
하승민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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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의 신입니다. / p.8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코인이 동학 개미부터 시작해 투자에 들썩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유독 시들하다는 느낌이 든다. 원래 코인 자체에 관심이 없어서 들을 일이 없기도 하지만 과거에는 뉴스나 프로그램이나 눈만 뜨면 어쩔 수 없이 보였다. 지금은 코인 이야기를 들을 일이 거의 없다. 듣게 되는 경우도 시사나 경제보다는 코인을 주제로 했던 한 소설의 리뷰로 자주 보게 된다. 

아직도 안정을 가장 크게 고려하는 사람으로서 코인과 투자는 관심이 없다. 살면서 코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에는 언급한 소설을 읽었을 때다. 코인의 그래프가 너무 실감나게 표현되어 있어서 나도 모르게 코인을 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아마 당시 리뷰에도 적었던 것 같은데 자본금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하승민 작가님의 코인을 주제로 한 경장편 소설이다. 요즈음 한동안 비소설을 읽다가 주의 환기 차원에서 소설을 읽을 생각을 가지고 고르던 중 안전 가옥 쇼트 시리즈 신간 소식을 듣고 연달아 선택했다. 한 2~3 주 전에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하나인 범유진 작가님의 아홉수 가위를 읽고 만족스러웠기에 큰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직접 책을 실물로 보고 가지고 있던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 중에 가장 두꺼워서 첫 번째로 당황했고, 단편이 서너 편이 수록되어 있는 다른 시리즈에 비해 하나의 이야기가 경장편으로 수록되어 있어서 두 번째로 당황했다. 가볍게 시간이 될 때마다 볼 예정이었는데 두께와 종류에 걱정이 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흥미로운 주제와 이야기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보니 아직 안 읽은 재와 물거품이라는 소설도 하나의 이야기인 경장편 소설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정환은 과거에 나름 촉망한 청소년이었으나 현재는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이다. 매일 치킨집 주인에게 혼나는 게 일상이며, 같이 일하고 있는 이성의 아르바이트생에게 흑심을 품고 있기도 하다. 정환은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현기로부터 알 수 없는 거래를 제안받는다. 한 사람을 납치해서 데리고 온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코인 수익의 절반을 주겠다는 은밀한 거래. 정환은 투자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떻게 보면 어려우면서도 이상한 부탁을 거절한다. 그러나 계속 오르는 코인 투자금과 어두운 현실에 고민하다 결국은 현기의 부탁을 수락한다. 현기가 원하는 사람을 납치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접근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중에도 현기와 정환의 코인 투자금은 크게 오르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또 하나의 인물이 등장한다. 과거 의사였지만 현재는 코인 사업을 하고 있는 최닥이라는 인물. 정치계의 인물과 접촉해 래더코인에 대해 설명하는 유명 인사이다. 최닥과 접촉하는 인물들은 래더코인에 부정적이거나 의심하기도 하지만 아직 법적으로 구멍이 많다는 점을 노려 합법적으로 조작할 계획을 세운다. 여기에 등장하는 래더코인은 정환과 현기가 투자하고 있는 코인이다.

처음에는 정환이라는 인물에 연민을 느꼈다. 분명히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는 젊은 청년을 말이다. 거기에 업주로부터 안 좋은 소리를 듣고 있지만 성실하게 치킨을 튀기고 있는 정환이 조금은 안타까웠다. 취업난으로 하루하루 힘든 일상을 보내는 젊은 사람이라면 크게 공감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처음에 느꼈던 감정이었을 뿐이다. 

중후반으로 흘러갈수록 이러한 연민은 사라지고 조금 부정적인 감정으로 바뀌었다. 정환이라는 인물은 열심히 사는 인물이 아닌 패배 의식과 자기 연민에 빠진 사람이었던 것이다. 자신이 취업에 실패한 이유는 집안 환경과 회사를 다닌 동생 탓이다. 거기에 자신보다 낮은 사람처럼 보이는 이성의 아르바이트생 때문에 명문 기업에 못 들어가는 것이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나중에 아르바이트생에게 하는 말들을 보고 나도 모르게 욕이 나올 뻔했다. 아무리 이해해 보려고 해도 그 상황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물이었다.

인물들의 감정선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와 별개로 인간의 욕망과 자본주의의 현실은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어쩌면 코인과 투자에 큰 관심을 가지고자 하는 시대를 그대로 투영한 것 같다. 오르는 코인 투자금을 보면서 더 나은 삶을 상상하는 두 인물이 곧 로또 당첨금을 생각하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또한, 이미 누가 봐도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최닥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의 욕망의 자본주의 모습들에서 더욱 크게 와닿지 않을까 싶다.

만약 등장 인물 중 하나였다면 신에게 되묻게 될 것 같다. 왜 코인으로 희망고문을 하셨는지 말이다. 신에 대한 원망스러움으로 결말을 맞이할 듯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포기하고 치킨을 튀기는 일상을 받아들이면서 살았을 것이라고 울분 터지는 소리를 하지 않았을까. 한편으로는 자본주의의 쓴맛을 느끼게 해 주었다는 점에서 통쾌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소설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의 감정이다. 등장 인물에게는 청천벽력이었을 것이다. 특히, 최닥의 마지막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모든 것이 어두우면서도 우울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지만 책을 덮고 나니 무거움이 가득한 소설이었다. 어떤 면으로든 현실과 맞닿아 다시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이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큰 매력이라는 사실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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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사전 - 작가를 위한 갈등 설정 가이드 작가들을 위한 사전 시리즈
안젤라 애커만.베카 푸글리시 지음, 오수원 옮김 / 윌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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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혼란스러운 곳이다. / p.49

대학교 다니면서 딜레마 때문에 전공을 심각하게 고려했던 적이 있다. 업무를 요청하는 사람의 바깥 배경을 모두 제외하고 순수하게 인도적 차원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게 죽기보다 이해가 안 되었다. 예를 들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금전적인 도움을 요청한다고 하면 개인적인 신념과 가치관을 접고 보장 서비스를 연계해 이를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의 규범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어기는 사람에게 직업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업무를 행해야 되는 것인가. 윤리적 딜레마에 빠져 과연 직업인으로서 이를 잘할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아서 힘들었다.

이 책은 안젤라 애커만과 베카 푸글리시의 소설 창작에 대한 서적이다. 작가를 위한 갈등 설정 가이드이지만 살면서 경험하는 딜레마에 도움을 받고 싶어서 선택했다. 거기에 얼마 전에 읽었던 창작 관련 도서가 나름 재미있게 읽혔다. 아무래도 소설을 집필하면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인물 사이의 갈등 아니겠는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이 또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읽게 되었다.

초반에는 캐릭터가 갈등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이유부터 갈등의 종류, 이용하는 방법 등을 설명해 준다. 약 1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이러한 내용에 실려 있으며, 전반적인 내용이 마무리 된 이후에는 인물이 딜레마를 겪을 수 있는 상황에 따라 사례와 생길 수 있는 문제, 인물이 가지고 있는 욕구, 긍정적인 방향 등이 하나하나 자세하게 제시되어 있다. 제목 그대로 딜레마 사전이었다. 

바깥 상황으로 겪는 외적 갈등과 윤리와 가치관 등의 문제로 겪는 내적 갈등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자세하게 기재가 되어 있어서 좋았다. 특히, 주인공이 겪는 선택의 방법으로 어느 쪽을 선택해도 끔찍한 결과를 맞이하는 소피의 선택이나 그것보다는 조금 더 위헌한 선택인 모턴의 두 갈래 논법, 원하지 않는데 받아들여야 하는 홉슨의 선택 등 처음 듣는 내용이어서 새로웠다. 또한, 주인공과 대치되는 관계로 침략자나 라이벌뿐만 아니라 친구처럼 붙어 있지만 이익이 되는 관계에서 적으로 돌변하는 프레너미 관계도 흥미로웠다.

상황별 제시되는 내용들도 자세함이 돋보였다. 단순하게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상황도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와 주인공의 실수로 주게 된 경우 등 세세하게 기술이 되어 있어서 좋았다. 처음 읽기 때문에 쭉 훑는다는 느낌으로 읽었다. 읽으면서 알고 있는 소설이나 드라마 주인공의 갈등이 떠오르기도 했다. 예를 들면 사랑하는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해야 될 때 즐겨 보았던 뷰티 인사이드라는 드라마의 한세계라는 인물이 겹쳐서 보이는 식이다. 이렇게 하나씩 찾아서 연결시키는 재미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한 번의 호흡으로 쭉 읽는 것보다 원하는 부분만 필요할 때마다 뽑아서 읽는 것이 조금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집필하면서 주인공에게 갈등의 서사를 주고 싶을 때 어울리는 딜레마나 갈등을 찾아서 읽는다면 더욱 매력적이면서도 입체적인 인물로 그릴 수 있을 듯하다. 

읽는 내내 주인공이 겪는 갈등과 딜레마 상황이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딜레마나 크게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판타지 세계에서는 외계인이나 히어로가 등장하겠지만 갈등만 놓고 본다면 말이다. 배우자의 불륜이나 연애 상대의 이별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듣고 있으며, 회사의 비리나 부조리함은 뉴스의 기사로 본다. 어쩌면 현실은 소설보다 더 극적으로 답이 없다. 보는 내내 이러한 마음이 들어서 조금은 씁쓸했다.

처음에 생각했던 것처럼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딜레마에서 큰 도움을 주지는 못했지만 소설 속의 세상도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묘하게 위안을 받았다. 언젠가는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소설을 집필할 때 도움을 받아 매력적인 갈등 상황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들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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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대여점 - 무엇이든 빌려드립니다
이시카와 히로치카 지음, 양지윤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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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것이리라. / p.146

기억과 경험을 돌이켜서 보면 지금까지 그렇게 대여하는 편은 아닌 것 같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이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것이겠지만 처음에는 몇 번 빌리러 가기는 했었지만 버스로 가야 되는 게 조금 귀찮기도 하고, 사서 읽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어서 점점 뜸해지는 중이다. 옷은 말할 것도 없다. 빌리는 것도, 빌려주는 것도 거의 없다.

이 책은 이시카와 히로치카의 장편 소설이다. 이성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제목이었다. 페이스 오프 수준으로 이식을 하지 않는 이상 외모를 대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요즈음 인기 많은 힐링 소설 중 하나인 듯한 느낌이 제목에서부터 솔솔 풍겼다. 힐링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읽는 편이기에 나름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은 신비한 능력을 가진 안지라는 주인과 네 마리의 여우가 운영하는 외모대여점 이야기이다. 더 자세히 들어가면 외모대여점을 방문하는 열 명의 고객들의 사연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중간마다 안지가 외모대여점을 물려받게 된 이유와 안지의 할아버지인 소노지에 대한 비밀도 함께 나온다. 문체도 이해하기 쉬웠고, 이야기도 술술 읽힐 정도로 흥미로워서 참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이다.

네 마리의 여우는 고객이 원하는 외모를 대여해 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 중에서 호노카와 마토이는 아르바이트생으로 조금 제약이 있으며, 구레하와 사와카는 변신 여우로 정식 직원이자 변신술을 할 수 있는 베테랑이기도 하다. 안지는 외모대여를 의뢰하는 고객의 니즈와 여우들의 성격 및 기술을 고려해 매칭한다. 고객들에게는 두 가지 규칙이 있는데 하나는 나쁜 일에 외모 대여를 사용하지 말 것, 또 하나는 변신한 여우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것이다. 변신 여우들이기는 하지만 고객들은 이들이 여우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제목의 비밀이 읽자마자 풀렸다. 외모 대여가 맞기는 하지만 다른 의미로 보면 영혼을 바꾸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우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이 외모를 원하는대로 변신하기는 하지만 결론적으로 직원과 고객 사이에서는 영혼이 바뀌기 때문이다. 그래도 외모를 대여하는 게 뭔가 매력적인 소재라고 느껴진다. 아마 영혼 대여라고 했다면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을 것이다.

총 열 명의 고객이 등장하는데 반대의 성별로 변신을 요청하는 고객, 여장 외모로 의뢰하는 남성 고객 등 각자 다른 사연들의 초반에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이상한 생각과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으로 오해를 했다. 책장을 넘기면서 이것 또한 오해라는 생각에 미안함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현실적으로 와닿았기에 외모지상주의의 씁쓸함을 느끼기도, 동료를 위한 배려와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지기도 했었다.

안지의 비밀이 드러날 때에는 표현할 수 없는 인간적인 연민이 들었다. 안지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나서부터 사람들과의 거리를 두고 살았다. 인간과 가까이 지내면 오히려 그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비밀은 할아버지인 소노지로부터 내려오는데 운명을 받아들이고 같은 인간을 멀리한다는 게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외모대여점을 열었다는 것 자체가 사람을 좋아하기에 가능했을 일인데 말이다.

고객들의 이야기로 현실의 벽과 편견을 느꼈기에 그 부분은 참 답답했었지만 모든 이야기의 결말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힐링 소설은 늘 이렇게 인류애와 따뜻함을 남겨 준다는 점에서 큰 매력이 있다. 판타지 한 스푼을 얹은 동화같은 이야기가 마음을 녹일 수 있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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