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사전 - 작가를 위한 갈등 설정 가이드 작가들을 위한 사전 시리즈
안젤라 애커만.베카 푸글리시 지음, 오수원 옮김 / 윌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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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혼란스러운 곳이다. / p.49

대학교 다니면서 딜레마 때문에 전공을 심각하게 고려했던 적이 있다. 업무를 요청하는 사람의 바깥 배경을 모두 제외하고 순수하게 인도적 차원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게 죽기보다 이해가 안 되었다. 예를 들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금전적인 도움을 요청한다고 하면 개인적인 신념과 가치관을 접고 보장 서비스를 연계해 이를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의 규범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어기는 사람에게 직업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업무를 행해야 되는 것인가. 윤리적 딜레마에 빠져 과연 직업인으로서 이를 잘할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아서 힘들었다.

이 책은 안젤라 애커만과 베카 푸글리시의 소설 창작에 대한 서적이다. 작가를 위한 갈등 설정 가이드이지만 살면서 경험하는 딜레마에 도움을 받고 싶어서 선택했다. 거기에 얼마 전에 읽었던 창작 관련 도서가 나름 재미있게 읽혔다. 아무래도 소설을 집필하면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인물 사이의 갈등 아니겠는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이 또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읽게 되었다.

초반에는 캐릭터가 갈등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이유부터 갈등의 종류, 이용하는 방법 등을 설명해 준다. 약 1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이러한 내용에 실려 있으며, 전반적인 내용이 마무리 된 이후에는 인물이 딜레마를 겪을 수 있는 상황에 따라 사례와 생길 수 있는 문제, 인물이 가지고 있는 욕구, 긍정적인 방향 등이 하나하나 자세하게 제시되어 있다. 제목 그대로 딜레마 사전이었다. 

바깥 상황으로 겪는 외적 갈등과 윤리와 가치관 등의 문제로 겪는 내적 갈등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자세하게 기재가 되어 있어서 좋았다. 특히, 주인공이 겪는 선택의 방법으로 어느 쪽을 선택해도 끔찍한 결과를 맞이하는 소피의 선택이나 그것보다는 조금 더 위헌한 선택인 모턴의 두 갈래 논법, 원하지 않는데 받아들여야 하는 홉슨의 선택 등 처음 듣는 내용이어서 새로웠다. 또한, 주인공과 대치되는 관계로 침략자나 라이벌뿐만 아니라 친구처럼 붙어 있지만 이익이 되는 관계에서 적으로 돌변하는 프레너미 관계도 흥미로웠다.

상황별 제시되는 내용들도 자세함이 돋보였다. 단순하게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상황도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와 주인공의 실수로 주게 된 경우 등 세세하게 기술이 되어 있어서 좋았다. 처음 읽기 때문에 쭉 훑는다는 느낌으로 읽었다. 읽으면서 알고 있는 소설이나 드라마 주인공의 갈등이 떠오르기도 했다. 예를 들면 사랑하는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해야 될 때 즐겨 보았던 뷰티 인사이드라는 드라마의 한세계라는 인물이 겹쳐서 보이는 식이다. 이렇게 하나씩 찾아서 연결시키는 재미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한 번의 호흡으로 쭉 읽는 것보다 원하는 부분만 필요할 때마다 뽑아서 읽는 것이 조금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집필하면서 주인공에게 갈등의 서사를 주고 싶을 때 어울리는 딜레마나 갈등을 찾아서 읽는다면 더욱 매력적이면서도 입체적인 인물로 그릴 수 있을 듯하다. 

읽는 내내 주인공이 겪는 갈등과 딜레마 상황이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딜레마나 크게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판타지 세계에서는 외계인이나 히어로가 등장하겠지만 갈등만 놓고 본다면 말이다. 배우자의 불륜이나 연애 상대의 이별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듣고 있으며, 회사의 비리나 부조리함은 뉴스의 기사로 본다. 어쩌면 현실은 소설보다 더 극적으로 답이 없다. 보는 내내 이러한 마음이 들어서 조금은 씁쓸했다.

처음에 생각했던 것처럼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딜레마에서 큰 도움을 주지는 못했지만 소설 속의 세상도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묘하게 위안을 받았다. 언젠가는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소설을 집필할 때 도움을 받아 매력적인 갈등 상황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들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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