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대여점 - 무엇이든 빌려드립니다
이시카와 히로치카 지음, 양지윤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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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것이리라. / p.146

기억과 경험을 돌이켜서 보면 지금까지 그렇게 대여하는 편은 아닌 것 같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이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것이겠지만 처음에는 몇 번 빌리러 가기는 했었지만 버스로 가야 되는 게 조금 귀찮기도 하고, 사서 읽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어서 점점 뜸해지는 중이다. 옷은 말할 것도 없다. 빌리는 것도, 빌려주는 것도 거의 없다.

이 책은 이시카와 히로치카의 장편 소설이다. 이성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제목이었다. 페이스 오프 수준으로 이식을 하지 않는 이상 외모를 대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요즈음 인기 많은 힐링 소설 중 하나인 듯한 느낌이 제목에서부터 솔솔 풍겼다. 힐링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읽는 편이기에 나름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은 신비한 능력을 가진 안지라는 주인과 네 마리의 여우가 운영하는 외모대여점 이야기이다. 더 자세히 들어가면 외모대여점을 방문하는 열 명의 고객들의 사연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중간마다 안지가 외모대여점을 물려받게 된 이유와 안지의 할아버지인 소노지에 대한 비밀도 함께 나온다. 문체도 이해하기 쉬웠고, 이야기도 술술 읽힐 정도로 흥미로워서 참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이다.

네 마리의 여우는 고객이 원하는 외모를 대여해 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 중에서 호노카와 마토이는 아르바이트생으로 조금 제약이 있으며, 구레하와 사와카는 변신 여우로 정식 직원이자 변신술을 할 수 있는 베테랑이기도 하다. 안지는 외모대여를 의뢰하는 고객의 니즈와 여우들의 성격 및 기술을 고려해 매칭한다. 고객들에게는 두 가지 규칙이 있는데 하나는 나쁜 일에 외모 대여를 사용하지 말 것, 또 하나는 변신한 여우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것이다. 변신 여우들이기는 하지만 고객들은 이들이 여우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제목의 비밀이 읽자마자 풀렸다. 외모 대여가 맞기는 하지만 다른 의미로 보면 영혼을 바꾸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우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이 외모를 원하는대로 변신하기는 하지만 결론적으로 직원과 고객 사이에서는 영혼이 바뀌기 때문이다. 그래도 외모를 대여하는 게 뭔가 매력적인 소재라고 느껴진다. 아마 영혼 대여라고 했다면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을 것이다.

총 열 명의 고객이 등장하는데 반대의 성별로 변신을 요청하는 고객, 여장 외모로 의뢰하는 남성 고객 등 각자 다른 사연들의 초반에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이상한 생각과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으로 오해를 했다. 책장을 넘기면서 이것 또한 오해라는 생각에 미안함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현실적으로 와닿았기에 외모지상주의의 씁쓸함을 느끼기도, 동료를 위한 배려와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지기도 했었다.

안지의 비밀이 드러날 때에는 표현할 수 없는 인간적인 연민이 들었다. 안지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나서부터 사람들과의 거리를 두고 살았다. 인간과 가까이 지내면 오히려 그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비밀은 할아버지인 소노지로부터 내려오는데 운명을 받아들이고 같은 인간을 멀리한다는 게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외모대여점을 열었다는 것 자체가 사람을 좋아하기에 가능했을 일인데 말이다.

고객들의 이야기로 현실의 벽과 편견을 느꼈기에 그 부분은 참 답답했었지만 모든 이야기의 결말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힐링 소설은 늘 이렇게 인류애와 따뜻함을 남겨 준다는 점에서 큰 매력이 있다. 판타지 한 스푼을 얹은 동화같은 이야기가 마음을 녹일 수 있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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