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것부터 먹고
하라다 히카 지음,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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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를 내세우는 사람만큼 무서운 건 없다. / p.41

음식을 주제로 하는 소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다. 이는 일반 힐링 소설뿐만 아니라 미스터리나 호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오는데 어떻게 보면 뻔할 것 같다는 편견을 가지고 읽었지만 내용부터 와닿는 지점까지 전부 다르다는 생각에 놀란다. 애초에 음식의 종류가 많은 것처럼 소설에 등장하는 음식의 주제도 다양할 텐데 아직까지는 단편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있다는 반성도 든다.

이 책은 히라다 히카의 연작 소설이다. 낮술이라는 작품이 꽤 유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올해 책을 이렇게 많이 읽기 전까지는 음식을 주제로 한 소설 자체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읽지는 못했는데 괜히 관심이 생겼다. 항상 음식 하면 자연스럽게 인간의 따스함이라는 게 공통적으로 느껴진 부분 중 하나이기도 했다. 미스터리 소설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서 힐링을 느끼고 싶다는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선택하게 된 책이다.

소설은 의료 스타트업 회사인 그랜마의 대표인 다나카는 회사 직원들에게 새로운 도우미를 채용하겠다고 밝혔고, 가케이라는 도우미가 그랜마에 들어오면서부터 시작된다. 더불어, 가케이의 비밀도 이야기 중 하나에 등장한다. 그랜마를 설립하고 일군 다섯 명의 동창들은 회사에 대한 불만 또는 자신의 비전, 쉽게 터놓을 수 없는 개인사 등의 각각의 고민을 가지고 있는데 가케이는 무심하면서도 따뜻하게 이를 야식으로서 위로해 주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타미와 마이카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타미는 회사를 이직하려고 고민하고 있는 인물 중 하나이다. 꽤 좋은 회사에서도 면접을 요청할 정도로 큰 인재인듯 하고, 현재 만나고 있는 애인의 부모님 쪽에서도 대기업에 들어가야 결혼을 허락해 주실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와중에도 섣불리 회사를 옮길 생각을 하지 않는다. 고민하고 있는 이타미에게 가케이는 도미밥과 반찬을 내밀면서 회사에 남을 것을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놓는다.

무엇보다 능력과 상황 자체가 이직을 말하고 있음에도 이타미가 이를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읽는 내내 이러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마 내가 이타미였다면 고민이라는 게 사치라는 생각이 명확할 텐데 말이다. 아마도 회사에 대한 미련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같이 회사를 일군 직원들에 대한 미안함일까. 정답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이타미가 되어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고민을 하는 나를 발견했다. 무엇보다 현실과 이상,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타미가 되고 보니 심정을 이해할 수 있어서 마음에 와닿았다.

마이카는 필리핀 혼혈의 사람이다. 보통 일본인에 비해 약간 개방적인 성향을 가진 듯하다. 사람들로부터 필리핀에서 와서 그런지 개방적이라는 말을 듣는다. 읽는 내내 마이카에게 느낀 감정도 그랬다. 다른 직원들과 다르게 가케이에게 조금은 편하게말을 놓는 것도 그랬고, 자신이 불행하지 않다고 시원하게 느끼는 부분도 그랬다. 물론, 다나카는 이를 마이카에게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뭔가 읽는 내내 숨겨진 아픔을 보듬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누군가는 불행을 크게 생각하지 않지만 마이카는 약간 스스로의 불행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이는 아마 자신을 키워준 사람을 먹여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마이카의 어른으로서의 모습과 투정을 부리고 싶은 어린 아이 같은 모습이 겹쳐서 보였기에 그랬던 것 같다. 마치 이를 알아차린 가케이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 덮으면서 든 생각은 제목은 잘 지었다라는 것이다. 제목 자체가 말을 하다가 마는 것도 아니고 왜 이렇게 지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어쩌면 각자의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그랜마의 직원들에게 가케이가 '우선 이것부터 먹고 마음 풀자.'라는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내용도 보면 직원들에게 야식을 먼저 주는 이야기들이 펼쳐지는데 이게 딱 맞아 떨어져서 나도 모르게 납득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랜마의 회사 이름 유래처럼 친할머니처럼 직원들을 챙기는 가케이의 모습에 어울리는 제목이었다.

리뷰를 이렇게 적으면서 하라다 히카는 <할머니와 나의 삼천 엔>이라는 소설을 집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동네의 한 청년을, 손녀와 며느리를 따뜻하게 생각해 주었던 고토코 할머니의 인상이 아직도 선명한데 이렇게 따뜻한 소설을 통해 또 다른 할머니인 가케이 아주머니를 다시 만나게 되어서 행복했다. 조만간 낮술이라는 제목의 소설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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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게 빛나는 안전가옥 쇼-트 15
김혜영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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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는 게 내가 되는 것이라는 그 말. / p.76

이 책은 김혜영 작가님의 단편 소설집이다. 이제 믿고 보게 되는 안전가옥의 쇼트 시리즈 중 하나이다. 지난달에 읽었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빠르게 다른 소설집이 나왔다는 소식을 알았다. 사실 김혜영 작가님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는데 그래도 항상 보던 쇼트 시리즈이기 때문에 새로운 작가님의 소설이라는 것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을 안고 읽게 되었다.

이 소설집은 세 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첫 편인 <열린 문>은 한 남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남매는 밥 하나 먹는 것도 어머니의 눈치를 본다거나 부모님으로부터 양육을 받지 못하는 듯하다. 남매의 첫째인 오빠가 갑자기 도둑을 때려잡겠다고 하면서 현관문을 연다. 제목처럼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소설이 끝나자마자 순간 멍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현관문에 드러나는 존재에 대해 상상하다가 결국은 아동 학대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를 느끼게 했다. 개인적으로 라면을 끓였다가 어머니께서 일어나는 경우를 방지하고자 몰래 라면을 생으로 먹는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아이들이 쓸쓸하게 느껴졌다.

두 번째 편인 <우물>은 액취증을 가진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주영은 액취증 환자였다. 근처에만 가도 알 수 없는 냄새 때문인지는 몰라도 여자는 늘 혼자였다. 그러던 그녀에게 친구가 생겼다. 효민이라는 친구인데 그녀는 비염이 심해 주영의 강한 체취를 맡지 못했다. 둘은 서로의 신체 증상에 개의치 않고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이런 우정의 관계도 효민이가 수술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달라진다. 수술을 하고 난 이후 처음 만난 자리에서 효민은 구토를 한다. 주영은 자신의 냄새를 맡기 시작해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자리를 도망쳤으며, 또 혼자가 되었다. 그런 그녀에게 검은 물을 가지고 오는 한 사람이 등장한다. 검은 물을 마시고 나니 냄새가 사라짐을 느꼈고, 주영에게 그 사람은 삽과 우비를 주면서 산으로 안내했다.

마지막을 읽고 나니 섬뜩한 느낌이 들었던 소설이었다. 처음에는 주영이가 고립된 환경에 대해 연민이 들었다.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닌 어쩔 수 없는 질병으로 사람을 가까이 할 수 없었고, 욕을 먹거나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안타까웠다. 그러다 검은 물을 주는 여자가 등장하면서부터 공포의 그림자가 조금씩 드리워졌다. 이는 분위기가 아니라 인간 자체가 공포이자 호러였다. 호의로서 주영에게 접근해 검은 물을 전달해 주었지만 자신이 그만큼 해 주었으니 너 역시도 그 댓가를 지불해야 된다는 논리를 보면서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무서움을 피부로 느꼈다.

세 번째 편인 표제작 <푸르게 빛나는>은 알 수 없는 푸른 빛의 벌레와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여진과 규환은 신혼 부부로 경기도 외곽의 새로운 아파트에 살림을 차리게 됐다. 그 와중에 좋은 일로 여진이 임신을 하게 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여진에게 푸른색을 가진 벌레가 눈에 보인다. 이를 규환에게 알려 방역 업체를 부르고, 커뮤니티에 이를 알렸지만 다른 사람은 보지 못했다. 심지어 규환마저도 말이다. 벌레가 등장하면서부터 규환과 여진의 관계는 조금씩 삐그덕거리기 시작하고 커뮤니티에는 여진이 본 벌레를 연구하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인간의 자본주의를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처음에는 여진의 불안감이 이해가 되었다. 아무래도 임산부이기 때문에 작은 것에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벌레가 등장했다면 나 역시도 여진처럼 행동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여진이 너무 과하다고 느껴졌고, 벌레를 연구하는 한 남자의 존재도 참 뭔가 말할 수 없이 부정적으로 보였다. 읽어가면서 아파트 집값 때문에 이를 쉬쉬하면서 넘어가는 입주민들과 규환의 태도에 정이 떨어졌다. 전체적으로 뭔가 마음을 주고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인물이 없어서 다른 의미로 답답하게 읽었던 소설이었다. 인물과 별개로 스토리 자체는 현실감이 느껴져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를 가벼우면서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번 소설은 긍정적인 의미로 다소 무겁게 읽었던 것 같다. 인간의 파멸과 이기심, 자본주의 등 부정적으로 느껴졌던 단어들을 내내 곱씹었다. 스스로 경계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김혜영 작가님의 단편이 또 나온다는 소식을 책을 덮고 알게 되었다. 지금 이 소설집에서 느껴지는 세계관이 다음 편에서는 얼마나 이어질지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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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료하는 당신만의 물망초 식당
청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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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두려움을 극복하게 할 수 있을까? / p.42

주변 지인들에 비해 편식이 없는 편이다. 막창이나 곱창, 홍어, 순대 등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들이 대체적으로 좋아하거나 먹는 음식이어서 바깥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자유롭게 이것저것 먹을 수 있다. 식사 약속을 한 상대가 나의 식성을 굳이 고려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가리는 음식이 없기 때문에 같이 식사를 하기 편한 사람 중 하나라는 말을 듣는다. 이것은 나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집에서 항상 같이 식사를 하는 가족들은 이런 반응을 이해하지 못한다. 음식에 자주 들어가는 재료를 참 싫어한다. 어렸을 때에는 파, 양파를 아예 못 먹는 상황이었기에 김치볶음밥에는 늘 햄과 김치만 들어갔다. 지금은 생으로 먹을 정도로 나이가 들어서 그나마 낫다고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결정적으로 다진 마늘을 아직도 안 먹기 때문에 음식을 만드는 어머니는 늘 하소연을 하신다. 한국 음식에 다진 마늘이 빠지면 대체 어떤 음식을 만들 수 있느냐고 말이다. 이 부분은 참 죄송하지만 눈에 다진 마늘이 보이는 순간 그곳으로는 숟가락과 젓가락이 안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책은 청예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음식점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보통 지금까지 보았던 식당 표지와 다른 심플한 표지여서 눈길이 갔는데 심리적 편식을 고쳐 준다는 내용에 관심이 갔다. 사실 편식에 크게 개의치 않을 뿐 아니라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억지로 음식을 먹게 하는 것 자체가 더 문제라고 생각하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편식을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물망초 식당의 주인이자 소설의 주인공인 문망초는 어머니의 금귀비 정찬을 물려받기 위해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총 일곱 명의 고객들의 심리적 편식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음식을 제공해 서명을 받아야 이를 물려 준다는 것인데 어머니의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기에 망초는 아버지의 뜻을 따라 이를 완수하고자 한다. 빈 공간에 물망초 식당이라는 임시 가게를 개업해 손님의 사연을 듣고 난 후 음식을 제공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렸을 때 급식실과 부모님으로부터 김치에 대한 강요를 받아 성인이 된 지금까지 김치를 먹지 못한다는 우현이라는 인물부터 시작해 이별에 대한 상처로 족발을 먹지 못한다는 남자, 가난함을 숨기기 위해 더욱 강한 척하는 여성, 취업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모에게 상처를 받은 아르바이트생까지 현실적인 손님들의 사연 하나하나가 공감되었다. 거기에 이들의 심리적 편식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문망초의 진심과 고민들이 어울어져 더욱 와닿았다.

하나하나 너무 다 좋았지만 꽁치 완자, 닭 수제비, 채식 떡볶이 사연이 가장 공감이 되었다. 아버지가 어렸을 때 요리해 준 꽁치가 너무나 지긋지긋해서 먹지 않는다는 손님은 가난의 상징을 꽁치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과거의 생각들이 겹쳐지면서 걸걸하고도 투박한 말투와 용모 등으로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망초는 고민 끝에 꽁치로 완자를 만들어 손님에게 내놓는다. 꽁치 또한 아버지의 사랑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기도 했다. 손님은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꽁치를 먹게 되었다.

닭 수제비 사연은 무지개 다리를 건넌 강아지에 대한 미안함으로 한 중년 남자의 사연이다. 손님은 강아지에게 닭을 많이 주었는데 애완견 모임의 사람들은 그렇게 사람 음식을 주면 안 된다며 조언했었다. 강아지는 12 년을 살다 떠났음에도 자신이 간식과 사람 음식을 주어 평균 수명보다 일찍 갔다는 죄책감으로 이후로 닭을 먹지 못하고 있다. 망초는 강아지를 키우는 친구 할머니의 도움으로 닭 수제비를 대접했으며, 할머니의 조언으로 들으면서 손님은 생각을 바꾸게 된다. 

채식 떡볶이 사연은 이모로부터 상처를 받은 아르바이트생의 사연이다. 손님은 망초가 자주 보았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었다. 망초와 동갑이기도 한 손님은 이모가 준 떡볶이를 먹으면서 서른이 되어도 밥값을 하지 못한다면 한심하다는 등의 애정 섞인 인신 공격을 듣는다. 이후로부터 떡볶이도 못 먹게 되었다. 누구보다 친절하고도 상냥한 사람임에도 자존감이 떨어진 모습에 이를 북돋고자 망초와 친구들은 이벤트를 연다.

강한 척하는 꽁치 완자 손님의 삐뚤어진 마음과 닭 수제비 손님의 죄책감, 채식 떡볶이 손님의 취업준비생으로서의 자존감은 나의 과거를 보는 듯했다. 또한,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던 순간이, 몇 년 전 무지개 다리를 건넌 강아지의 모습이, 취업하지 못한 나를 한심하게 생각할 친척들의 시선이 떠올라 마음이 아렸다. 심지어 울컥해 잠시 덮고 읽기도 했었다. 그만큼 머리와 마음을 모두 기억에 남는 사연이었다. 그밖에도 가족을 무엇보다 사랑하는 문망초의 마음과 이런 문망초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동희 등 의지가 되어 주는 인물들은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역시 사람은 도움이 없이 온전히 문제를 해결하거나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모든 등장 인물이 다 좋았다.

단골로 등장하는 단어가 공감이기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별 다섯 개를 줄 정도로 감정을 온전히 흡수할 수 있는 소설은 드물었다. 내내 문망초가 되어 손님들의 마음을 치유해 줄 수 있는 요리사가, 각자의 고민을 안고 물망초 식당을 찾았던 손님이, 어려움을 겪을 때 깨달음을 줄 수 있는 동희가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만큼 푹 빠져서 읽게 된 소설이었다. 읽고 나니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고민과 상처도 치유받는 느낌도 들었다. 하반기 최고의 소설로 뽑을 수 있을 정도로 하나하나 인상적이었기에 당분간 이 여운을 가지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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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의 말차 카페 마블 카페 이야기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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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빛나는 장소도 타이밍도 제각각이라고 생각해. / p.149

속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기억에 속편이 첫 작품을 이기는 경우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래서 시리즈를 가지고 있는 책 중 첫 번째 책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속편까지 끌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아니, 지금까지 없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시리즈물도 개인적으로는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짧고 굵게 끝나는 이야기들이 참 좋다.

이 책은 아오야마 미치코의 장편 소설이다. 속편에 대한 생각을 깨게 해 주었던 책이어서 읽게 되었다. 읽기도 전에 어떻게 인식이 깨질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전작이었던 '목요일에는 코코아를'이라는 작품을 되게 재미있게 읽었다. 당시 옮긴이의 말인지 작가의 말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속편인 이 소설에 대해 언급이 되어 있었다. 끝내자마자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 제목을 검색했더니 외서로만 나와서 안타까웠다. 그러다 드디어 한국어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으로 바로 읽게 되었다.

말차를 판매하는 이벤트를 하는 마블 카페를 둘러싼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마블 카페는 매주 월요일에 휴무인데 휴대 전화 가게에서 일하는 화자는 휴무를 착각해 회사를 갔고, 옷에 음식이 묻는 등 재수없는 일이 연달아 일어난다. 심지어 마블 카페가 휴무여서 자신의 운에 한탄을 하던 중 이벤트 데이로 말차를 판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곳에 들어가 말차를 주문하던 중 종업원 같은데 손님에게 시선을 주지 않는 깃페이라는 인물에게 눈길이 간다. 거기에 휴대 전화를 받지도 못하는 종업원에게 자신의 정보를 구구절절 읊게 되기까지 한다. 카페에서 자신이 운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재수없다고 생각하는 화자부터 시작해 마블 카페 근처의 속옷 가게 직원, 카페에서 제공하는 화과자를 만드는 집안, 카페 마스터의 주변 사람들, 주변 사람들이 만나는 고객 등 전편과 마찬가지로 사람들로부터 이어지는 단편 방식의 짧은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전편에는 시드니와 도쿄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이라면 이번 속편은 교토와 도쿄라는 지역을 중심으로 여러 사람들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구월의 '삼각주의 소나무 아래에서'라는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팔월에서 등장했던 남자 대학생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대학교에서 나름 부자이자 인기가 많은 여성과 사귀었던 화자는 이별을 겪는다. 혹시나 구매했던 만화책 때문이라는 생각에 자책을 하면서 구 여자 친구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삼각주 소나무 아래에서 여성을 구경하던 중 친구로부터 큰 깨달음을 얻는다. 또한, 구 여자 친구의 모습도 다르게 보이는 이야기로 마무리가 된다.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생각하는 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참 영리하고도 시각적으로 알려 준 친구의 행동이 와닿았다. 하나의 방법을 미련하게 파고들거나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자책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많이 배웠다.

전편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 중 하나가 딸에게 도시락을 제대로 싸주지 못해 죄책감을 가졌던 어느 일하는 엄마의 이야기인데 색다르게 등장해서 반가웠다. 아마 인상 깊게 보지 않았다면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 스쳐지나갔을지도 모르겠다. 꽤 오랜 시간동안 펜팔을 하는 한 여성 등 전편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생각보다 많이 등장해서 나름 찾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비슷한 구조로 연결이 되기 때문에 전편이 재미있었던 독자라면 속편 역시도 흥미롭게 볼 수 있을 듯하다. 역시 사람은 늘 연결이 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속편 역시도 서사 전부에게 마음이 이입되기도 했었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감을 하기도 했었다. 아마 공간적 배경이 다를 뿐 지나가는 사람들이지 않을까. 너무나 익숙하면서도 다정다감하게 와닿았던 작품이었다.

전편은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를 구원한다.', 속편은 '작은 인연들이 모여 큰 보물이 된다.'라는 문구가 시선을 끌었는데 읽고 나니 바꿔서 달아도 수긍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통적으로 사람은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으며, 모두가 인연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인간애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속편 역시도 만족스러웠다. 더불어 속편은 무조건 불신해야 된다는 편견은 이 책을 기점으로 깨졌다는 게 확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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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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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목소리를 잃었다. / p.25

그동안 장르를 비슷하게 읽은 적은 있어도 주제의 공통점은 없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힐링 소설이 인기인 만큼 표지가 그나마 비슷했던 경험은 꽤 있었고, 지금도 있다. 거의 읽는 책들을 보면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 본의 아니게 하나의 주제나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읽게 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힐링 소설의 대표 소재인 도서관과 책카페 등의 배경이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죽음과 관련된 직종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살인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 등 죽음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읽었던 시간이 그랬다. 아마 리뷰에도 적었던 것 같지만 의도하는 바는 아니었다. 어떻게 읽고 보니 수렴이 되었다. 심지어 당시에 읽었던 소설도 죽음이라는 제목이 들어갔다. 이번에도 이어지게 될 것 같다. 나름 이름을 붙이자면 '음식점 소설'이라고 칭할 수 있을 듯하다. 최근에 읽은 책 세 권을 보면 전부 음식이 들어간다. 또한, 곧 읽을 책 역시도 음식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오가와 이토의 장편 소설이다. 음식점 소설의 첫 주자로 선택한 책이다. 예전에 꽤 오래 베스트 셀러에 '라이온의 간식'이라는 책이 올라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줄거리를 보고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동안 기회가 닿지 않아 우선순위가 밀린 상태로 시기만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 책이 재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심지어 오가와 이토의 초기작 중 하나라고 한다. 더욱 망설일 것도 없이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린코는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우선 이름의 유래부터가 사생아라는 이유로 '린'이 들어가게 지었다는 소문이 들린다. 조금은 자유롭게 살아가는 어머니와 데면데면한 사이이며, 도시로 올라와 인도인 남자 친구와 동거하다 이별을 맞은 이후 실어증에 걸렸다. 이후 어쩔 수 없이 할머니의 유산인 겨된장을 들고 시골로 내려왔다. 집에서 키우는 돼지를 챙기는 조건으로 어머니와 함께 거주하게 되었으며, 창고를 빌려 달팽이 식당을 개업한다. 달팽이 식당에서 음식을 먹은 이후 작은 소원들이 이루어지면서 신비한 소문까지 돌게 된다.

처음에 읽으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린코라는 인물이 음식점의 아르바이트를 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사람을 좋아하는 듯한 느낌은 없었다. 거기에 큰 충격으로 말을 할 줄 모르는데 어떻게 음식점을 운영할 수 있을까. 그것도 도시의 번화가도 아닌 번지점프 관광객들만 오는 시골의 허름한 창고에서 말이다. 흔히 생각하는 상식과 다른 위치와 주인의 성격이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주인장 대신 서빙 직원이 있었다면 수긍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조금 불편하고도 복잡한 주문을 받는 달팽이 식당의 성공 요인을 뽑자면 식당 손님을 향한 진심과 음식의 장인 정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연에 맞는, 그리고 무엇보다 싱싱한 재료를 제공하는 주인장 린코의 마인드가 무엇보다 잘 느껴졌다. 찾는 손님들이 원하는 바가 이루어진다면 그것 또한 린코와 손님의 간절한 진심이 통해 하늘에서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았을까.

읽으면서 달팽의 식당의 고객보다는 린코에게 가장 집중이 되었다. 어머니께서는 자녀보다는 자신의 삶에 집중하셨던 듯하였고, 믿고 의지했던 남자 친구로부터 결별을 통보받았다. 초기 배경 자체에도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이 아픈 부분은 따로 있었다. 바로 잠시나마 가족을 둘이나 보냈을 때이다. 심지어 하나의 가족은 직접 처리를 했다. 그 마음은 어땠을까. 아마 나라면 린코처럼 행동하지 못했을 것이다. 소설의 린코가 된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감정이 오롯이 와닿았다.

보통은 손님과의 교류로부터 힐링을 느끼는 소설들과 조금 느낌이 달랐다. 해보다는 달이 더욱 어울리는 소설이었다.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어두운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다. 그저 린코의 행동이 뭔가 모르게 쓸쓸하면서도 외로운 느낌을 주었다. 참 마음이 아릿했다. 이는 무엇보다 사람과 요리에 최선을 다했던 린코의 진심이 느껴져서 그렇지 않았을까. 소설에서 느껴지는 아릿함이 싫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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