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월요일의 말차 카페 ㅣ 마블 카페 이야기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1월
평점 :

사람이 빛나는 장소도 타이밍도 제각각이라고 생각해. / p.149
속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기억에 속편이 첫 작품을 이기는 경우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래서 시리즈를 가지고 있는 책 중 첫 번째 책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속편까지 끌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아니, 지금까지 없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시리즈물도 개인적으로는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짧고 굵게 끝나는 이야기들이 참 좋다.
이 책은 아오야마 미치코의 장편 소설이다. 속편에 대한 생각을 깨게 해 주었던 책이어서 읽게 되었다. 읽기도 전에 어떻게 인식이 깨질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전작이었던 '목요일에는 코코아를'이라는 작품을 되게 재미있게 읽었다. 당시 옮긴이의 말인지 작가의 말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속편인 이 소설에 대해 언급이 되어 있었다. 끝내자마자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 제목을 검색했더니 외서로만 나와서 안타까웠다. 그러다 드디어 한국어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으로 바로 읽게 되었다.
말차를 판매하는 이벤트를 하는 마블 카페를 둘러싼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마블 카페는 매주 월요일에 휴무인데 휴대 전화 가게에서 일하는 화자는 휴무를 착각해 회사를 갔고, 옷에 음식이 묻는 등 재수없는 일이 연달아 일어난다. 심지어 마블 카페가 휴무여서 자신의 운에 한탄을 하던 중 이벤트 데이로 말차를 판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곳에 들어가 말차를 주문하던 중 종업원 같은데 손님에게 시선을 주지 않는 깃페이라는 인물에게 눈길이 간다. 거기에 휴대 전화를 받지도 못하는 종업원에게 자신의 정보를 구구절절 읊게 되기까지 한다. 카페에서 자신이 운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재수없다고 생각하는 화자부터 시작해 마블 카페 근처의 속옷 가게 직원, 카페에서 제공하는 화과자를 만드는 집안, 카페 마스터의 주변 사람들, 주변 사람들이 만나는 고객 등 전편과 마찬가지로 사람들로부터 이어지는 단편 방식의 짧은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전편에는 시드니와 도쿄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이라면 이번 속편은 교토와 도쿄라는 지역을 중심으로 여러 사람들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구월의 '삼각주의 소나무 아래에서'라는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팔월에서 등장했던 남자 대학생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대학교에서 나름 부자이자 인기가 많은 여성과 사귀었던 화자는 이별을 겪는다. 혹시나 구매했던 만화책 때문이라는 생각에 자책을 하면서 구 여자 친구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삼각주 소나무 아래에서 여성을 구경하던 중 친구로부터 큰 깨달음을 얻는다. 또한, 구 여자 친구의 모습도 다르게 보이는 이야기로 마무리가 된다.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생각하는 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참 영리하고도 시각적으로 알려 준 친구의 행동이 와닿았다. 하나의 방법을 미련하게 파고들거나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자책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많이 배웠다.
전편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 중 하나가 딸에게 도시락을 제대로 싸주지 못해 죄책감을 가졌던 어느 일하는 엄마의 이야기인데 색다르게 등장해서 반가웠다. 아마 인상 깊게 보지 않았다면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 스쳐지나갔을지도 모르겠다. 꽤 오랜 시간동안 펜팔을 하는 한 여성 등 전편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생각보다 많이 등장해서 나름 찾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비슷한 구조로 연결이 되기 때문에 전편이 재미있었던 독자라면 속편 역시도 흥미롭게 볼 수 있을 듯하다. 역시 사람은 늘 연결이 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속편 역시도 서사 전부에게 마음이 이입되기도 했었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감을 하기도 했었다. 아마 공간적 배경이 다를 뿐 지나가는 사람들이지 않을까. 너무나 익숙하면서도 다정다감하게 와닿았던 작품이었다.
전편은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를 구원한다.', 속편은 '작은 인연들이 모여 큰 보물이 된다.'라는 문구가 시선을 끌었는데 읽고 나니 바꿔서 달아도 수긍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통적으로 사람은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으며, 모두가 인연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인간애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속편 역시도 만족스러웠다. 더불어 속편은 무조건 불신해야 된다는 편견은 이 책을 기점으로 깨졌다는 게 확실해졌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