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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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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목소리를 잃었다. / p.25
그동안 장르를 비슷하게 읽은 적은 있어도 주제의 공통점은 없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힐링 소설이 인기인 만큼 표지가 그나마 비슷했던 경험은 꽤 있었고, 지금도 있다. 거의 읽는 책들을 보면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 본의 아니게 하나의 주제나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읽게 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힐링 소설의 대표 소재인 도서관과 책카페 등의 배경이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죽음과 관련된 직종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살인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 등 죽음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읽었던 시간이 그랬다. 아마 리뷰에도 적었던 것 같지만 의도하는 바는 아니었다. 어떻게 읽고 보니 수렴이 되었다. 심지어 당시에 읽었던 소설도 죽음이라는 제목이 들어갔다. 이번에도 이어지게 될 것 같다. 나름 이름을 붙이자면 '음식점 소설'이라고 칭할 수 있을 듯하다. 최근에 읽은 책 세 권을 보면 전부 음식이 들어간다. 또한, 곧 읽을 책 역시도 음식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오가와 이토의 장편 소설이다. 음식점 소설의 첫 주자로 선택한 책이다. 예전에 꽤 오래 베스트 셀러에 '라이온의 간식'이라는 책이 올라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줄거리를 보고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동안 기회가 닿지 않아 우선순위가 밀린 상태로 시기만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 책이 재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심지어 오가와 이토의 초기작 중 하나라고 한다. 더욱 망설일 것도 없이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린코는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우선 이름의 유래부터가 사생아라는 이유로 '린'이 들어가게 지었다는 소문이 들린다. 조금은 자유롭게 살아가는 어머니와 데면데면한 사이이며, 도시로 올라와 인도인 남자 친구와 동거하다 이별을 맞은 이후 실어증에 걸렸다. 이후 어쩔 수 없이 할머니의 유산인 겨된장을 들고 시골로 내려왔다. 집에서 키우는 돼지를 챙기는 조건으로 어머니와 함께 거주하게 되었으며, 창고를 빌려 달팽이 식당을 개업한다. 달팽이 식당에서 음식을 먹은 이후 작은 소원들이 이루어지면서 신비한 소문까지 돌게 된다.
처음에 읽으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린코라는 인물이 음식점의 아르바이트를 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사람을 좋아하는 듯한 느낌은 없었다. 거기에 큰 충격으로 말을 할 줄 모르는데 어떻게 음식점을 운영할 수 있을까. 그것도 도시의 번화가도 아닌 번지점프 관광객들만 오는 시골의 허름한 창고에서 말이다. 흔히 생각하는 상식과 다른 위치와 주인의 성격이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주인장 대신 서빙 직원이 있었다면 수긍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조금 불편하고도 복잡한 주문을 받는 달팽이 식당의 성공 요인을 뽑자면 식당 손님을 향한 진심과 음식의 장인 정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연에 맞는, 그리고 무엇보다 싱싱한 재료를 제공하는 주인장 린코의 마인드가 무엇보다 잘 느껴졌다. 찾는 손님들이 원하는 바가 이루어진다면 그것 또한 린코와 손님의 간절한 진심이 통해 하늘에서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았을까.
읽으면서 달팽의 식당의 고객보다는 린코에게 가장 집중이 되었다. 어머니께서는 자녀보다는 자신의 삶에 집중하셨던 듯하였고, 믿고 의지했던 남자 친구로부터 결별을 통보받았다. 초기 배경 자체에도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이 아픈 부분은 따로 있었다. 바로 잠시나마 가족을 둘이나 보냈을 때이다. 심지어 하나의 가족은 직접 처리를 했다. 그 마음은 어땠을까. 아마 나라면 린코처럼 행동하지 못했을 것이다. 소설의 린코가 된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감정이 오롯이 와닿았다.
보통은 손님과의 교류로부터 힐링을 느끼는 소설들과 조금 느낌이 달랐다. 해보다는 달이 더욱 어울리는 소설이었다.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어두운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다. 그저 린코의 행동이 뭔가 모르게 쓸쓸하면서도 외로운 느낌을 주었다. 참 마음이 아릿했다. 이는 무엇보다 사람과 요리에 최선을 다했던 린코의 진심이 느껴져서 그렇지 않았을까. 소설에서 느껴지는 아릿함이 싫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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