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인 1
제인도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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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내 삶은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 p.24

이 책은 제인도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대리 직함을 달고 있다 보니 주제와 내용을 떠나 그 두 글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와 선택하게 된 책이다. 줄거리를 읽고 보니 본의 아니게 휘말리게 되었다는 점에서 나름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 흥미 위주의 책을 자주 읽고 있기에 자극적인 소설로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유찬이라는 인물이다. 자동차 잡지사의 기자로 활동하면서 슈퍼카라고 불리는 고급 차량의 대리 기사를 부업으로 하고 있다. 어느 날, 선배의 부탁으로 대리를 뛰게 되었는데 부른 사람이 알고 보니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이준이었다. 이준의 제의로 같이 술을 마시게 되었다. 다음 날, 일어나 보니 이준은 죽어 있었고 그 현장을 발견한 여성은 유찬을 살인자로 지목한다. 그렇게 살인사건에 휘말린 유찬은 증거 부족으로 유치장을 나오게 되었지만 이미 직장과 모든 일들이 뒤바뀌게 되었다.

술로 하루하루를 살던 유찬에게 선배는 IT 기업 사장의 운전 기사 자리를 소개시켜 준다. 단순하게 운전만 하던 유찬은 그 안에서 같은 회사의 동료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고, 과거 기자라는 점을 살려 회사의 여러 업무를 맡게 된다. 그러나 일하면서 자신과 교대 근무를 하는 박 실장이 사라지고, 의문의 파란 봉투를 운반하게 되며, 사장이 쓰러지는 등 다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면서 모든 것을 의심한다.

두 권으로 나누어져 있는 작품임에도 무엇보다 현실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와 문장이 등장해 술술 읽혀졌다. 그래서 활자로 보는 정통 소설보다는 인터넷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르의 소설처럼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가볍게 보일 수 있겠지만 그만큼 친근하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다소 욕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에서 약간의 개인적인 거부감이 들기도 했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킬링 타임으로 안성맞춤이었던 책이었다.

2편으로 넘어가면서 유찬이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인정받지만 전무의 지독한 견제에 방해를 받는 듯한 이야기가 노골적으로 등장하는데 읽는 내내 있는 사람이 더한다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것도 어떻게 보면 위치가 한참이나 낮은 사람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자신의 입지를 더욱 더 견고하게 만들고, 더욱 높은 자리에 올리고자 하는 수단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게 참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유찬을 조금 더 응원하게 되었다.

또한, 읽으면서 기업의 오너와 그 안에서 펼쳐지는 약육강식의 세계들이 크게 와닿았다. 그것을 그들로부터 듣는 것이 아닌 제삼자의 입장으로 유찬을 비롯한 같은 처지의 운전 기사를 통해 전해진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일들이라고 해도 필터링 없이 과감하고도 직설적으로 전개되는 듯했다. 교양 하나 없이 그냥 평범한 이들이 보는 더럽고 야비한 세계가 와닿았다. 그 부분이 머리에 딱 박히는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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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미궁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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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p.11

한참 오징어 게임이라는 웹드라마가 유행할 때 뭔가 자연인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온 지 이 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달고나와 구슬치기 등 한국 전통 놀이가 많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볼까 고민을 했었는데 잔인하다는 말에 그 생각을 바로 접었다. 사실 아직까지도 많이 궁금한 작품 중 하나이다.

이 소설은 전건우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그동안 앤솔로지 작품을 읽으면서 종종 보았던 작가님이기에 나름 눈에 익었다. 특히, 공항 철도를 주제로 했던 작품과 청년와 호러를 주제로 했던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그러고 보니 장편소설은 아직 읽은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기회에 읽게 되었다.

민욱과 수영 등 다양한 인물들이 한 공간에 모여 있는 듯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리고 출처를 알 수 없는 곳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들린다. 공간에 있는 이들은 자신이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첫 번째 스테이지로 한 남자가 무언가에 묶인 상태에서 등장한다.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 그 남자는 늑대인간으로 변해 사람들을 해칠 것이다. 사람들은 늑대인간으로 변하기 전에 뒤에 있는 문을 통과하거나 남자를 칼로 죽이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아비규환의 분위기 속에서 인물들은 생명을 담보로 게임을 진행한다.

읽는 내내 보지도 못했던 오징어 게임의 장면들이 떠올랐다. 목숨을 거는 게임이라는 점과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점이 그랬다. 특히, 인터넷이나 프로그램 보는 사람들이라면 드라마를 보지 않았더라도 안내 목소리를 잊지 못할 텐데 나 역시도 스테이지를 안내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더빙처럼 들려오는 듯했다. 전체적으로 무서우면서도 긴장감 넘쳤다. 그동안 읽었던 추리 소설보다 더욱 강렬한 인상으로 하나씩 읽게 되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들을 구하는 모습들이 참 인상 깊게 다가왔다. 물론, 모든 인물들이 그렇게 다른 이들을 구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읽었던 작품들을 돌이켜 보면 인간의 악한 마음을 다루었다는 측면에서 이 지점은 인간애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아무래도 내 목숨이 소중한 만큼 다른 이들의 생명 또한 소중하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오는 선한 마음은 아니었을지 나름 상상력을 키워 이를 추측하기도 했다.

읽으면서 사회적인 이슈나 현실과 연관지어 생각하기보다는 어디까지나 상상이지만 등장 인물이 되어 스테이지를 하나하나 깨는 듯한 느낌으로 작품 안에 푹 빠졌다. 마치 방탈출을 하는 듯한 느낌으로 말이다. 인물들은 같이 게임을 하는 동반자이자 조력자로 보이기까지 했다. 이렇게 아무 생각도 없이 읽게 되었다. 단순하게 현실 생활로 지칠 때 온전히 빠져서 읽기에 딱 좋은 작품이었다. 킬링 타임으로 읽기를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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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은 없고요?
이주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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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이 있어서 좋아. / p.16

옛날에는 별일이 없다는 말이 다소 심심하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 지금에 와서는 그것보다 더 나은 평안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무난하고도 무탈하게 보내는 일상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인지한 탓이다. 그렇다 보니 지인들에게 안부 인사로 예전에는 잘 지내냐는 물음을 했다면 요즈음은 별일은 없이 살고 있냐는 물음으로 시작한다. 적어도 주변의 사람들은 그런 마음을 잘 알아 주는 듯하다.

이 책은 이주란 작가님의 소설집이다. 요즈음 별일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손이 간 책이다.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을 자주 읽는 편이면서 따뜻한 이야기가 담길 것 같다는 나름의 예상이 들었다. 매체에서 보았던 오은 시인님의 강력 추천도 눈길에 들어왔다. 일상에서 나름의 위로를 받고 싶어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집에는 총 여덟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수록된 이야기들은 사건이 벌어진다기보다는 일상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마 소설집이라는 사실을 모른 상태에서 읽었다면 여러 사람들의 일화를 다룬 에세이 장르로 착각할 정도로 소소하고도 잔잔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등장 인물은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절망하거나 고민을 안고 산다.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전반적으로 잔잔한 느낌을 주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읽는 내내 등장 인물들의 마음이 오롯이 느껴졌고, 말 한마디에 집중해서 읽었다. 마치 화자가 되어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까지 들었는데 어떻게 보면 나의 이야기처럼 와닿기도 했었다. 위로를 받고 싶어서 읽게 된 책이었는데 역시나 예상처럼 흘러갔고, 그만큼의 이야기들이어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으로 하나씩 완독했다.

그런 지점에서 보았을 때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작품을 뽑는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등장 인물들의 말과 행동이 더욱 인상 깊게 다가오는 경우인 몇 안 되는 케이스이기도 했다. 다시 돌아가는 수연에게 별일 없냐고 묻는 재섭, 전 직장 동료인 은영의 다소 황당한 부탁에도 자신의 거처를 내어 주었던 나, 유리가 불편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거리를 두고 배려했던 수현 등 따뜻한 그 마음들이 그대로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일상적인 별일들을 덮어 주었던 등장 인물들에게 큰 위안을 받았다. 이 소설의 인물들처럼 누군가에게 벌어진 별일을 덮을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들게 했다. 소설에 담긴 인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무엇보다 강렬하게 느껴졌으며, 그게 참 만족스럽게 와닿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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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인간
알도 팔라체스키 지음, 박상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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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정신은 아래로, 지옥으로 묻힙니다. / p.45

보통 생각을 했을 때 사람이라는 동물은 적어도 가시적으로 보이는 형체로 존재한다. 물론, 다른 동물과 식물들도 그렇다. 안 보이는 작은 미생물도 있겠지만 그것들은 너무 작기 때문에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을 뿐이다. 형체하지 않는 사람은 곧 귀신이나 유령이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예시로 든 두 물체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간의 범주에는 들어가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알도 팔라체스키의 장편소설이다. 소재가 독특하게 다가와 선택하게 된 작품이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인간은 늘 형체로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인데 연기로 이루어진 인간이라는 설정이 신기하게 다가왔다. 과연 연기 인간은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행하는 먹는 것과 자는 것, 그리고 위생과 욕구 등 다양한 무언가를 어떻게 해결할까. 보다 근본적인 호기심에 상상력을 달아 줄 것만 같았다.

소설의 주인공은 피렐라라는 이름의 연기 인간이다. 굴뚝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내다 세 명의 노파가 피운 불로 세상에 나온다. 그러다 도시에서 피렐라를 본 사람들은 이를 신기하게 여겼다. 그렇게 나라의 왕에게 초대된 피렐라는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는데 그를 신성시한 존재로 여기기까지 한다. 심지어 국가의 중책을 맡기기도 한다. 그러다가 피렐라의 모습처럼 될 수 있다고 믿었던 한 사람의 죽음으로 여론이 뒤바뀌게 된다. 신성시했던 분위기는 곧 원인을 그에게 돌리고 책임을 묻는다.

읽으면서 두 가지 지점이 인상적이었으며, 반대로 난해한 느낌을 받았다. 첫 번째는 문체이다. 이 소설은 지금까지 읽었던 작품들과 다르게 대화체로 이루어져 있다. 이 지점이 처음에는 많이 당황스러웠다. 사실 종종 대본집도 읽기는 했었는데 그것과는 또 다르게 보였다. 지문이나 나레이션 등이 표시가 되는 대본집과 다르게 그저 큰 따옴표로 대화만 쭉 나열이 되어 있어 어떤 인물이 말하는지 인지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읽다 보니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고, 이 색다른 문체가 매력으로 느껴졌다.

두 번째는 등장 인물들의 이중성이다. 줄거리에 언급했던 것처럼 중반에 이르러 여론이 바뀐다. 초반에는 피렐라의 모습을 보면서 신기함을 넘어 특별한 존재로서 대우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신뢰가 쌓인 이후에 국가의 중책을 맡길 텐데 마치 신이 만든 하나의 특이한 현상으로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쉽게 피렐라를 대한다. 지극히 현실적인 입장에서 보면 뭘 이렇게까지 신봉하는지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었으며, 종교의 색이 느껴지기도 했었다. 사람의 믿음은 이렇게 난해하고도 가볍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사람들의 무지함이 보였다.

연기로 이루어져 있기에 세상에서 가벼운 사람이라고 칭했겠지만 이를 역설적으로 표현했다는 생각이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벼운 사람은 피렐라가 아닌 군중이었으며, 그들이 진짜 변덕과 가벼움을 모두 가진 이들이 아니었을까. 연기처럼 가벼우면서도 쉽게 섞여 사라지는 연기와 같은 군중들 속에서 그저 피렐라는 희생양이 아니었을까. 그들이 연기 인간인 것처럼 보였다.

결론적으로 읽고 나니 인간의 악함을 정면으로 본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성선설보다는 성악설을 믿는 편이기에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그와 동시에 인간이어서 군중의 심리가 한편으로는 공감이 되기도 했었다. 묘하게 찝찝하면서도 답답한 느낌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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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살해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9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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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얼마나 길지는 악마만 알겠지. 이 시궁창에서. / p.266

적어도 사회복지를 전공하는 입장에서는 북유럽의 국가는 꿈의 국가처럼 느껴진다. 전공에서 복지 국가로 대표되는 나라가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이기 때문이다. 사회복지가 지향하는 지점은 복지 국가이다. 세금을 많이 걷지만 그만큼 복지로 누릴 수 있는 국가. 그리고 세금을 내는 것에 대해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로 느끼는 국민성을 가진 국가. 그렇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는 북유럽에 대한 이미지는 좋다.

이 책은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의 장편소설이다. 경찰 살해자라는 제목이 조금은 특이하게 다가왔다. 경찰이 살해를 했다는 것인지 경찰을 살해한 이들의 이야기라는 것인지 궁금했다. 추리 소설이면서도 스릴러 장르가 무엇보다 진하게 느껴졌는데 그 지점을 보고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하게 됐다.

소설의 주요 배경은 스웨덴이다. 처음은 한 여성이 남자의 차에 타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그 여자는 위험에 처한 듯 보였고, 이후에 경찰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 여자의 실종 사건이 벌어지고 마르틴 베크라는 인물이 이를 수사한다. 베크는 그 지역의 경찰인 뇌이드와 함께 사건을 탐색하면서 여자의 전 남편을 만났고, 자신이 잡았던 사건의 범인이 근처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구보다 그를 용의자로 의심했다.

그러던 중 빈집을 터는 도둑들과 경찰 사이에서 육탄전이 벌어진다. 그 과정에서 도둑 한 명과 경찰이 사망하게 된다. 경찰 내에서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도둑은 의도하지 않게 절도가 아닌 억울한 일로 쫓기는 신세로 전락한다. 전체적으로 실종 사건과 더불어, 경찰에게 벌어진 일을 다루고 있다.

추리 소설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베크의 시선에 따라 여성을 납치했던 의문의 남성이 누구인지 의심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읽는 내내 혼란스러웠고, 또 많이 어려웠다. 그동안 읽었던 추리 소설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띄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긴장감보다는 답답함이 더욱 강하게 다가왔다.

가장 강하게 관통했던 생각은 정치와 사회에 대한 회의감이다. 우선, 작가인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는 마르크스 주의자라고 한다. 그래서 초반에 실린 서문에서부터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말까지 정치적인 시선과 색이 많이 묻어난다. 특히, 전 세계에서 복지 국가로 스웨덴을 언급하지만 이 나라는 오물과 같다며 이를 한탄하는 내용과 사회주의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꽤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동안 배웠던 스웨덴에 대한 이미지와 괴리감이 느껴졌던 부분이다.

추리 소설의 선구자라고 하지만 사회고발에 대한 향이 물씬 풍기는 작품이었다. 상대적으로 여성의 실종 사건과 강도와 경찰의 대치는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지만 베크의 신세한탄과 콜베리의 회의감이 더욱 무겁게 와닿았다. 스웨덴에서 태어나고 자라지 않았던, 심지어 근처에 가본 적도 없는 독자이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서문에서 동시대를 가장 선명하게 재현한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사회파 추리 소설의 묘미에 푹 빠져서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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