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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미궁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2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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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p.11
한참 오징어 게임이라는 웹드라마가 유행할 때 뭔가 자연인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온 지 이 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달고나와 구슬치기 등 한국 전통 놀이가 많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볼까 고민을 했었는데 잔인하다는 말에 그 생각을 바로 접었다. 사실 아직까지도 많이 궁금한 작품 중 하나이다.
이 소설은 전건우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그동안 앤솔로지 작품을 읽으면서 종종 보았던 작가님이기에 나름 눈에 익었다. 특히, 공항 철도를 주제로 했던 작품과 청년와 호러를 주제로 했던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그러고 보니 장편소설은 아직 읽은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기회에 읽게 되었다.
민욱과 수영 등 다양한 인물들이 한 공간에 모여 있는 듯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리고 출처를 알 수 없는 곳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들린다. 공간에 있는 이들은 자신이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첫 번째 스테이지로 한 남자가 무언가에 묶인 상태에서 등장한다.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 그 남자는 늑대인간으로 변해 사람들을 해칠 것이다. 사람들은 늑대인간으로 변하기 전에 뒤에 있는 문을 통과하거나 남자를 칼로 죽이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아비규환의 분위기 속에서 인물들은 생명을 담보로 게임을 진행한다.
읽는 내내 보지도 못했던 오징어 게임의 장면들이 떠올랐다. 목숨을 거는 게임이라는 점과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점이 그랬다. 특히, 인터넷이나 프로그램 보는 사람들이라면 드라마를 보지 않았더라도 안내 목소리를 잊지 못할 텐데 나 역시도 스테이지를 안내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더빙처럼 들려오는 듯했다. 전체적으로 무서우면서도 긴장감 넘쳤다. 그동안 읽었던 추리 소설보다 더욱 강렬한 인상으로 하나씩 읽게 되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들을 구하는 모습들이 참 인상 깊게 다가왔다. 물론, 모든 인물들이 그렇게 다른 이들을 구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읽었던 작품들을 돌이켜 보면 인간의 악한 마음을 다루었다는 측면에서 이 지점은 인간애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아무래도 내 목숨이 소중한 만큼 다른 이들의 생명 또한 소중하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오는 선한 마음은 아니었을지 나름 상상력을 키워 이를 추측하기도 했다.
읽으면서 사회적인 이슈나 현실과 연관지어 생각하기보다는 어디까지나 상상이지만 등장 인물이 되어 스테이지를 하나하나 깨는 듯한 느낌으로 작품 안에 푹 빠졌다. 마치 방탈출을 하는 듯한 느낌으로 말이다. 인물들은 같이 게임을 하는 동반자이자 조력자로 보이기까지 했다. 이렇게 아무 생각도 없이 읽게 되었다. 단순하게 현실 생활로 지칠 때 온전히 빠져서 읽기에 딱 좋은 작품이었다. 킬링 타임으로 읽기를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