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살해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9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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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얼마나 길지는 악마만 알겠지. 이 시궁창에서. / p.266

적어도 사회복지를 전공하는 입장에서는 북유럽의 국가는 꿈의 국가처럼 느껴진다. 전공에서 복지 국가로 대표되는 나라가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이기 때문이다. 사회복지가 지향하는 지점은 복지 국가이다. 세금을 많이 걷지만 그만큼 복지로 누릴 수 있는 국가. 그리고 세금을 내는 것에 대해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로 느끼는 국민성을 가진 국가. 그렇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는 북유럽에 대한 이미지는 좋다.

이 책은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의 장편소설이다. 경찰 살해자라는 제목이 조금은 특이하게 다가왔다. 경찰이 살해를 했다는 것인지 경찰을 살해한 이들의 이야기라는 것인지 궁금했다. 추리 소설이면서도 스릴러 장르가 무엇보다 진하게 느껴졌는데 그 지점을 보고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하게 됐다.

소설의 주요 배경은 스웨덴이다. 처음은 한 여성이 남자의 차에 타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그 여자는 위험에 처한 듯 보였고, 이후에 경찰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 여자의 실종 사건이 벌어지고 마르틴 베크라는 인물이 이를 수사한다. 베크는 그 지역의 경찰인 뇌이드와 함께 사건을 탐색하면서 여자의 전 남편을 만났고, 자신이 잡았던 사건의 범인이 근처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구보다 그를 용의자로 의심했다.

그러던 중 빈집을 터는 도둑들과 경찰 사이에서 육탄전이 벌어진다. 그 과정에서 도둑 한 명과 경찰이 사망하게 된다. 경찰 내에서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도둑은 의도하지 않게 절도가 아닌 억울한 일로 쫓기는 신세로 전락한다. 전체적으로 실종 사건과 더불어, 경찰에게 벌어진 일을 다루고 있다.

추리 소설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베크의 시선에 따라 여성을 납치했던 의문의 남성이 누구인지 의심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읽는 내내 혼란스러웠고, 또 많이 어려웠다. 그동안 읽었던 추리 소설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띄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긴장감보다는 답답함이 더욱 강하게 다가왔다.

가장 강하게 관통했던 생각은 정치와 사회에 대한 회의감이다. 우선, 작가인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는 마르크스 주의자라고 한다. 그래서 초반에 실린 서문에서부터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말까지 정치적인 시선과 색이 많이 묻어난다. 특히, 전 세계에서 복지 국가로 스웨덴을 언급하지만 이 나라는 오물과 같다며 이를 한탄하는 내용과 사회주의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꽤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동안 배웠던 스웨덴에 대한 이미지와 괴리감이 느껴졌던 부분이다.

추리 소설의 선구자라고 하지만 사회고발에 대한 향이 물씬 풍기는 작품이었다. 상대적으로 여성의 실종 사건과 강도와 경찰의 대치는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지만 베크의 신세한탄과 콜베리의 회의감이 더욱 무겁게 와닿았다. 스웨덴에서 태어나고 자라지 않았던, 심지어 근처에 가본 적도 없는 독자이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서문에서 동시대를 가장 선명하게 재현한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사회파 추리 소설의 묘미에 푹 빠져서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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