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은 없고요?
이주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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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이 있어서 좋아. / p.16

옛날에는 별일이 없다는 말이 다소 심심하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 지금에 와서는 그것보다 더 나은 평안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무난하고도 무탈하게 보내는 일상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인지한 탓이다. 그렇다 보니 지인들에게 안부 인사로 예전에는 잘 지내냐는 물음을 했다면 요즈음은 별일은 없이 살고 있냐는 물음으로 시작한다. 적어도 주변의 사람들은 그런 마음을 잘 알아 주는 듯하다.

이 책은 이주란 작가님의 소설집이다. 요즈음 별일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손이 간 책이다.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을 자주 읽는 편이면서 따뜻한 이야기가 담길 것 같다는 나름의 예상이 들었다. 매체에서 보았던 오은 시인님의 강력 추천도 눈길에 들어왔다. 일상에서 나름의 위로를 받고 싶어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집에는 총 여덟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수록된 이야기들은 사건이 벌어진다기보다는 일상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마 소설집이라는 사실을 모른 상태에서 읽었다면 여러 사람들의 일화를 다룬 에세이 장르로 착각할 정도로 소소하고도 잔잔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등장 인물은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절망하거나 고민을 안고 산다.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전반적으로 잔잔한 느낌을 주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읽는 내내 등장 인물들의 마음이 오롯이 느껴졌고, 말 한마디에 집중해서 읽었다. 마치 화자가 되어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까지 들었는데 어떻게 보면 나의 이야기처럼 와닿기도 했었다. 위로를 받고 싶어서 읽게 된 책이었는데 역시나 예상처럼 흘러갔고, 그만큼의 이야기들이어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으로 하나씩 완독했다.

그런 지점에서 보았을 때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작품을 뽑는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등장 인물들의 말과 행동이 더욱 인상 깊게 다가오는 경우인 몇 안 되는 케이스이기도 했다. 다시 돌아가는 수연에게 별일 없냐고 묻는 재섭, 전 직장 동료인 은영의 다소 황당한 부탁에도 자신의 거처를 내어 주었던 나, 유리가 불편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거리를 두고 배려했던 수현 등 따뜻한 그 마음들이 그대로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일상적인 별일들을 덮어 주었던 등장 인물들에게 큰 위안을 받았다. 이 소설의 인물들처럼 누군가에게 벌어진 별일을 덮을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들게 했다. 소설에 담긴 인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무엇보다 강렬하게 느껴졌으며, 그게 참 만족스럽게 와닿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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