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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
마쓰다 아오코 지음, 권서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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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레지스탕스. / p.116

이 책은 아저씨의 눈에 소녀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설정에서 시작하는 소설이다. 여러 기사를 통해 일본이 한국보다 여성에 대한 인권이 낮다고 알고 있다. 일본 페미니스트 작가의 소설이라는 게 첫 번째로 시선이 갔고, 일본에서의 페미니즘에 대한 시각이 궁금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아저씨들이 사라진다는 설정 자체가 너무 흥미롭게 느껴져서 읽게 되었다.

주인공인 게이코는 남자 직원에게 성추행을 당했으나, 역으로 이상한 소문이 퍼져 억울하게 퇴사를 하게 된 인물이다. 그렇게 상처를 받고 한 달동안 캐나다에서 머문다. 캐나다에는 동성과 동거하는 친구 커플이 살고 있는데, 거기에서 친구가 일본에 살았을 때와 다르게 목소리가 커졌으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친구로 변했다는 것을 인지한다. 그리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왔을 때 여성들이 억압되어 있는 일본 사회 구조를 바라보게 되고,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이후 세상에 저항하는 콘셉트의 여자 아이돌 그룹의 XX에게 빠지게 된다. XX는 다른 여자 아이돌 그룹들과 다르게 귀여움이나, 여성스러움, 섹시함 등을 어필하지 않는다. 또한, 무대에서도 다 잡아먹을 것만 같은 눈빛과 무대 매너로 그룹의 센터 자리를 맡고 있다. 게이코는 이러한 XX를 좋아하지만, 최애가 속한 그룹 역시도 남자 프로듀서의 작품으로서 아저씨의 욕구나 니즈에 맞게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약간의 흔들림을 가지고 있었으나, 보통 아이돌 그룹에서 볼 수 없기에 더욱 더 깊이 빠져든다. 그러면서 아저씨들의 판타지가 만연한 사회를 강도 높게 비판한다.

가장 크게 게이코가 여자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부분들이 공감이 되었다. 남자 아이돌 그룹보다는 여자 아이돌 그룹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감정 이입이 쉬웠던 것 같기도 하다. 소설 중 짧은 치마와 속바지를 보이며 춤추고 노래하는 수많은 여자 아이돌을 보는 것이 힘들게 느껴졌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면서 XX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이와 반대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게이코가 좋아하는 콘셉트의 여자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지는 않으나, 무대를 보면서 힘들어했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여자 아이돌 그룹이 음악 프로그램에서 얇고도 짧은 의상을 걱정스럽게 시청했던 과거의 생각들이 떠올랐다. 남자 아이돌 그룹은 잘 차려진 실장님 콘셉트의 수트거나 장난꾸러기 콘셉트의 캐주얼 의상을 주로 입는 반면, 여자 아이돌 그룹은 무릎 이하로 내려간 옷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서 이러한 부분이 팬으로서 마음이 아팠다. 격한 안무에 그렇지 못한 의상이 늘 마음에 걸렸다.

또한, 가장 뒷통수를 맞은 부분으로는 교복에 대한 내용이었다. 게이코는 단순하게 여자 아이돌들의 스쿨룩 콘셉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평범한 여학생들에게 범위로 확장시켰다. 그 부분을 읽는 순간 머리에서는 과거에서부터 스쿨룩을 입었던 많은 여자 아이돌의 얼굴들이 스쳤다. 심지어 매체에 나오는 스쿨룩은 안 보고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일률적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학교 형태의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떠올렸다. 그녀의 말처럼 교복을 입는 평범한 여학생들이 매체에 나오는 그들과 같은 시선으로서 소비가 되는 것이 당연한 사회라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문제였다.

결혼하면 남편의 성을 따른다는 것도, 여자 아이돌 그룹의 콘셉트가 귀여움으로 제한적인 것도, 일본과 한국의 문화 자체가 비슷하면서도 다르기 때문에 전부 통용이 되지는 않는다. 게이코가 반했던 세상을 비판하는 가사를 가진 센 콘셉트가 한국에서는 특정 소속사의 하나의 장르일 정도로 너무 익숙한 일이다. 그래서 소설에서도 한국 여자 아이돌 그룹을 일본 여성들이 좋아한다는 이야기와 일본 여자 아이돌 그룹과 비교를 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러한 점은 한국인으로서 흥미롭게 보였던 부분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일본 소설에서 보였던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졌으며, 한국인의 정서를 가진 사람이 보기에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제쳐두고 보더라도 페미니즘이 하나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고민할 내용이 많았다. 그러한 맥락으로 중간마다 픽션이라는 것을 자꾸 잊게 되었다. 소설이기는 하나,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측면에서 사회 분야의 서적을 읽고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만큼 나에게는 무겁게 느껴졌다. 교복과 여자 아이돌, 출산과 양육 등 지금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어쩌면 한국에서도 당연하게 느껴지고 있을 시선들을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네이버 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 '한스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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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상처받은 기억은 사라지지 않을까 - 불편한 기억 뒤에 숨겨진 진짜 나를 만나다
강현식 지음 / 풀빛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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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는 그 누구보다 소중하다. / p.44

세상에 상처 하나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살면서 누구나 작든 크든 상처 하나씩은 받고 살아간다. 나 역시도 말 한 마디에, 행동 하나에, 상처를 받았다. 그것을 계속 떠오를 때도, 이기고자 없던 취미도 만들어서 노력할 때도 있었다. 왜 내 상처는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의문이었다. 신이 나타나 내 기억을 도려내서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런데 그것은 쉽지 않다.

이 책은 누다심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시는 강현식 심리상담가님의 책이다. 주위에서 쉽게 겪을 수 있는 첫사랑과 조금 무거운 주제의 성폭행과 학대, 요즈음 문제가 되고 있는 가스라이팅과 펫로스증후군,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된 오염강박까지 가까우면서도 먼 주제들이 있어 관심이 생겼다. 또한, 나와의 교집합이 있는 부분들도 있어 처음에는 위로를 받고자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새롭게 느껴진 부분은 첫사랑과 오염강박, 공감이 되었던 부분은 가스라이팅과 펫로스증후군이었다. 사실 첫사랑은 마음 깊이 간직한다는, 조금은 아름다운 무언가로 묘사가 되어 있기에 극복한다는 생각은 깊게 하지 못했다. 첫사랑의 이별 역시도 하나의 상처였을 텐데 말이다. 특히, 사례를 보면 첫사랑의 아픔으로 비혼을 결심하게 되었고, 이를 잊지 못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을 회피하게 되며, 만남이 성사가 되었더라도 죄책감을 느끼는 부분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내용 중에서 의미망모형이라는 심리학 용어와 미숙하기 때문에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오염강박은 요즈음 코로나19 팬더믹으로 인해 더욱 심해진 부분이 있어서 관심이 갔다. 오래 자주 씻게 되고, 외부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의 결벽증 사례를 보면서 이것 또한 큰 문제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 열댓 번 이상 손을 씻을 정도로 과하게 청결을 유지하는 편이기도 하고, 덕분에 늘 거치면서 갈라진 손을 부작용으로 살고 있는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가스라이팅과 펫로스증후군은 경험을 했었고, 지금도 상처를 가지고 있는 부분이기에 마음 깊이 와닿게 되었다. 가스라이팅 사례에 나온 민서 씨가 자존감을 잃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과거가 떠올라 읽기가 힘들었다. 나를 성장시키겠다고, 나를 생각한다고, 내 생각과 능력을 무력화시켰던 가시같은 말들. 아마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상사로부터 상처를 받고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보다 큰 공감이 될 수 있는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펫로스증후군은 사랑하는 이를 잃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가족에게도 터놓지 못했던 속마음을 말할 수 있었던 때가 강아지와 있었던 순간이었는데, 하늘로 보내고 나니 잘 챙겨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감정을 교류했던 그 순간들을 잊지 못해 꽤 오랜 시간을 힘들게 보냈다. 사례를 읽으면서 울컥했던 순간들도 있었다. 이야기가 전부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강아지에게 감사 일기를 쓰는 것이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시가 되었는데, 조금 이 책을 일찍 만났더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읽으면서 학대에서는 이해하고 용서하는 방법으로, 교통사고에서는 불안과 반대되는 새로운 조건의 조합으로서, 성폭행에서는 주변에 이를 알리는 것 등 심리학 용어에 따라 조금씩 방법과 내용이 다르기는 하나 다양한 사례에서 해결로서 제시된 것은 직면이라고 여겨졌다. 어떤 부분은 직면을 통해 익숙해지기도, 좋은 기억으로 전환시키기도, 상처를 소거시키기도 한다. 불안과 두려움을 회피하지 말고 부딪히라는 내용들이 많이 나왔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나왔다.

사례를 시작으로 심리학 용어나 실험들을 통해 왜 사람들이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는지, 어떻게 하면 이를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 자세하고도 친절하게 기술이 되어 있어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들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처음에는 정서적인 안정과 편안함을 얻고자 선택하게 되었으나, 생각보다 더 큰 만족을 줄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좋았다.

중간중간 실려 있는 저자의 한마디는 상처를 조금이나마 잊게 해 주었다.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과 당신은 소중하다는 말. 그것처럼 큰 위로가 어디 있을까. 물론, 위로가 전체를 관통하지는 않는다. 상처를 받은 이들에게 무조건 잘 헤쳐나갈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굳이 강요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갑자기 툭 던지는 진정한 한마디와 그것보다 더 확실하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상처가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네이버 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 '풀빛'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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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플랜트 트리플 11
윤치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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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이라니까. 너는 왜 항상 네가 보고 싶은대로만 봐? / p.17

 

이 소설은 사랑에 대한 연애에 대한 세 가지 이야기를 다룬 단편소설집이다. 가끔 남의 사랑 이야기를 말하는 라디오 사연을 듣거나 연애를 참견하는 프로그램을 종종 본다. 나의 연애사는 완벽하게 다큐멘터리였으나, 다른 사람의 연애사는 예능이자 드라마 그 자체였기 때문에 같은 맥락으로 연애 이야기가 궁금해 읽게 되었다. 또한, 식물의 방식으로 연애를 본다는 부분이 나에게는 큰 호기심으로 다가왔다.

 

첫 번째 소설은 말레이시아에서 택시를 탄 희주와 그의 남자 친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처음에는 커플의 여행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생각의 소용돌이를 준 작품이었다. 희주는 비혼식을 할 예정이며, 남자 친구에게 야자나무와 팜나무를 구분할 줄 아느냐고 묻고, 그믐달과 초승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또한, 사고가 난 차 번호로 복권을 사면 대박을 칠 수 있다는 말을 하면서 사고가 난 현장에서 사진을 찍는다.

 

이러한 희주를 남자 친구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나 또한 그랬다. 조금 독특한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희주가 상사로부터 성희롱 발언을 듣게 되면서 나의 생각은 정반대로 바뀌게 된다. 그 말을 들은 남자 친구는 상사의 멱살을 잡고 폭행을 하게 되는데, 이후 회사와 남자 친구의 태도가 너무 답답했다. 피해자는 희주이나, 왜 사과와 용서는 남자 친구에게 하는가. 회사 사람들은 왜 당연하게 희주가 남자 친구와 결혼을 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해설을 보면서 야자나무와 팜나무, 그믐달과 초승달을 묻고자 하는 태도가 희주에게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희주가 비혼이라는 인덱스를 붙이는 것처럼 그것들에게도 특징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어쩌면 이해하지 못했던 독자인 나와 소설에서의 남자 친구는 희주의 말처럼 "네가 보고 싶는 것만 본다."라는 말이 딱 맞지 않았을까.

 

두 번째 소설은 신혼여행을 떠난 남녀의 이야기이다. 남자는 신혼여행을 가기 전 식사까지 완벽한 플랜을 가지고 떠났다. 그러나 현실은 술만 마시면서 보냈다. 남자의 플랜을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 처음에는 남자의 입장에 공감이 되었다. 전형적인 계획형 인간으로 일을 시간 단위로 정하는 나에게 이러한 일이 어그러졌을 때의 당황스러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소설을 통해서 보게 되니 머리를 부여잡고 보게 되었다.

 

그러다 마지막 날은 꼭 하자는 생각으로 바다 거북을 보러 나간다. 가이드는 뿔이 달린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뿔이 바다 거북을 찌른다는 말. 남자는 믿지 않았으나, 헤엄을 치던 중 이름 모를 무언가에 손을 찔린다. 그리고 바다 거북을 보지 못해 마지막 날도 그렇게 저물었다. 이슬람 음식점에서 물담배와 술을 마시고 돌아온 뒤, 사건이 터지고 이를 바라보면서 끝난다.

 

이 커플 역시 사내 연애였는데, 직원들의 적극적인 공세와 여자를 고칠 수 있을 것이라는 그릇된 믿음으로 빠르게 결혼한 결과였다. 수면제를 먹거나 술을 과하게 마시는 여자의 행동들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서 행동 변화를 강요하지만, 나중에는 이를 그냥 수용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남자의 입장에 조금 더 공감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따지고 보면 현실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케이스 중 하나일 텐데, 이렇게 접하게 되니 뭔가 마음의 한 구석이 답답해지면서 물음표로 끝났다.

 

마지막 소설은 꽃집을 운영하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남자는 이혼한 뒤 고백을 꽃으로 하는 사람들에 대한 병적으로 싫어하게 되었다. 그러다 같은 건물의 회사에 근무하는 한 여자를 좋아하게 된다. 저녁을 먹는다거나 이야기를 나누기는 하나, 사적인 이야기는 나누지 않는 관계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그러한 마음을 화분이나 꽃을 통해 전달하게 된다. 그 마음의 매개체가 율마 화분이었다.

 

과거의 자신이라면 돌직구로 나갔을 테지만, 이혼 후 연애와 결혼에 대한 공식이 바뀌게 되어 마음을 말하지 않는다. 주변에서는 여자를 소개시켜 준다고 하거나 얼른 재혼을 하라는 말들을 건네지만, 남자는 개의치 않는다. 그저 화분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사람처럼 여자를 멀리서 기다리기만 한다.

 

두 남녀의 이야기를 보면서 성숙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 자체도 결국에는 해피엔딩이 아니다. 심지어 사랑은 시작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내가 성숙한 사랑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상대방이 곁을 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눈에 내가 들고, 관심과 신경을 쓸 때까지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가는 남자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아무래도 이혼의 상처로 얻은 결과겠지만 말이다. 왜 식물의 방식으로 사랑을 한다고 표현한 것인지, 제목이 러브 플랜트인지 이해가 되었다.

 

단편 소설 세 편과 함께 해설, 작가의 말까지 읽고 나니 사랑이라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사랑은 정형화되지 않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서두에 적었던 것처럼 남의 연애사는 재미있으니 흥미롭게 시작하게 되었으나, 사랑이라는 것에 대한 혼란스러움과 여운을 남긴 소설이었다.

 

<출판사 '자음과 모음' 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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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 - 단 한 명의 백성도 굶어 죽지 않게 하라
박영서 지음 / 들녘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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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내면에 잠재된 '불공정의 평범성'을 지속해서 자각하고 타이르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 p.288

이 책은 조선의 사회복지 제도와 역사에 대한 책이다. 한국의 사회복지 역사가 궁금했던 나에게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에 호기심을 생겼다. 조선이라는 국가로 한정적이기는 해도 그도 역시 한국이기에 기대가 됐다. 또한, 앞으로도 사회복지사를 업으로 삼을 사람이기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복지사로서 가지고 있는 수많은 고민과 걱정에 어느 정도 답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첫 번째는 조선의 사회복지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 두 번째는 각 사회복지 정책을 정책을 만드는 자, 제공하는 자, 제공받는 자의 이야기, 세 번째는 현재의 사회복지지와의 비교 및 고찰로 나눌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조선의 사회복지 역사를 아는 것뿐만 아니라 현재와 연관을 지어서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굳이 내용에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현장의 이야기와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다.

조선의 사회복지는 공공 영역의 정책에 초점이 맞추어서 발전되어 왔다. 지방의 유지가 자발적으로 곡식을 내놓거나 지방관이 월급이나 사비를 털어 채우는 경우가 있기는 하나, 이는 공공 영역에 비하면 부족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교회나 지식인들을 위주로 민간 영역에서 사회복지를 실천했던 서양 국가들과의 차이점이다. 또한, 환과고독이라는 약자 중심의 선별적복지를 실천했다.

이 책에서는 크게 두 가지를 말한다. 첫 번째는 최근 코로나 19라는 재난으로 전국민이 재난지원금을 받았던 것처럼 조선에도 그러한 성격의 진휼이라는 제도이다. 아무래도 농업 국가이기에 흉작이라는 재난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국민들에게 곡식을 제공하는 제도로 내용에 따르면 1400 년대 조선에서는 흉년으로 13 %의 인구가 진휼을 통해 재난지원을 받았다고 나온다.

두 번째는 조선의 국민연금 제도로 환곡제도이다. 이는 봄에 곡식을 빌려주고, 가을에 추수한 곡식을 받는 제도로 월급의 일정 부분 이상을 내고, 65 세 이후에 받는 국민연금 제도와 비슷하다. 초반에는 구호 기관으로서 운영되었으나, 후기에는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재원 소진으로 하나의 재원 수단이 되었다. 지금 국민연금의 재원이 바닥나게 되면 납부액을 보존하지 못한다는 여론을 보면 이 역시도 비슷한 것 같다.

진휼과 환곡에 대해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먼저 가장 흥미가 있었던 부분은 조선의 복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사회복지에는 노인, 아동, 청소년, 장애인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 조선에도 크게 다섯 가지의 복지 분야가 있었다는 게 흥미로웠다. 아동, 노인, 여성, 장애인, 노비 복지가 있었다고 한다. 이 중에서 가장 새롭게 느껴진 분야는 노비 복지, 인상이 깊었던 분야는 여성 복지였다.

신분 사회가 없는 현대에는 노비 복지라는 것이 따로 없으나, 읽으면서 노동 복지와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비 복지는 출산 휴가에 대한 내용이 나왔는데, 이러한 부분이 눈길이 끌었다. 관례적으로 여성 노비의 출산 휴가는 7 일을 주었으나, 세종은 100 일을 늘려 107 일을 주었다. 이것도 모자라 남편인 남자 노비에게도 출산 휴가를 주었으며, 산전 휴가도 제공하라고 했다. 현재 남성의 양육 휴가의 비율에 대한 기사를 본 기억이 오버랩되면서 묘하게 씁쓸했다. 지금을 놓고 보더라도 세종대왕은 굉장히 열린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 복지로는 과부와 독녀 중심의 사회복지가 인상 깊었다. 물론, 부족한 존재이거나 보호가 필요한 존재로서 복지 정책을 펼쳤던 부분이 아쉽기는 하나, 현대 사회에서는 기혼 여성 위주의 출산 장려 정책, 경력 단절 여성에 대한 취업 정책 등이 더 중심이 된다고 생각이 든다. 미혼 여성으로서 이러한 시각이 인상 깊게 보았다.

조선은 복지로 흥해서 복지로 망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조선시대의 복지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는 백성을 위한 복지이다. 민본주의의 복지라고도 하는데, 왕도 백성으로 시작해서 백성으로 끝나는 복지를 실천했다. 그러나 일부 지방관들과 향리들, 백성들의 부정부패와 너무 복지만을 생각한 나머지 다른 예산을 복지 예산으로 돌려 사용하는 등 문제가 많아 결국에는 조선의 복지 제도는 변질되었다. 현재 저예산-저복지를 실천하는 대한민국과 약간 대비가 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지방관들의 애로사항을 이야기하는 파트가 가장 공감이 되면서도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사회복지공무원들의 높은 업무 강도에 대해 익히 듣기도 했었고, 사회복지사로서 서류 업무나 꽉 막힌 프로세스에 답답함을 토로하던 사람으로서 누구보다 백번 이해가 되었다. 조선시대에도 융통성 없는 부분들이 조금 많았던 것 같다. 예를 들면, 급박하게 처리해야 될 서비스를 중앙에 보고를 한 후 결과를 받아 제공하다 보니 시일이 많이 늦어지는 그런 케이스를 말이다.

조선의 사회복지 역사를 보면서 현대와 비슷한 점도, 다른 점도 많았다. 사실 긴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무언가는 없었다. 특히, 내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는 사회복지행정으로서 민간 영역의 사회복지이며, 조선시대는 사회복지정책으로서 공공 영역의 사회복지이기 때문에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회복지사로서의 많은 생각거리를 남긴 것은 분명하다.

여전히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가 싸우고 있고, 복지 제도를 두고 많은 이익 집단들과 국민들이 토론을 하고 있으며, 불공정이 판을 치고 있다. 그런 사회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으로서, 사회복지를 업으로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과연 어떤 마인드와 생각을 가지고 사회복지를 실천해야 하는 것일까.

조선시대의 왕들처럼 열린 마인드를 배우고, 현재의 사회복지정책과 클라이언트 욕구의 교집합을 찾을 수 있는 나의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밤이다.

<네이버 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 '들녘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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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 - 관계, 그 잘 지내기 어려움에 대하여
정지음 지음 / 빅피시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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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편해지고 싶은 마음에 나 역시 내가 좀 착해지길 바랐다. / p.19

살면서 나를 진짜 미치게 만드는 것에는 두 가지가 있다. 사람과 나 자신. 전자는 내 신경을 건드는 자들에 대한 분노와 미움 때문이라면 후자는 내가 계획하거나 목표로 해 둔 일을 이루지 못했을 때의 자괴감이다. 자발적으로 미쳤다는 생각은 안 들지만, 제목을 보고 내가 미치는 순간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미치게 만드는 원인 제공자와 그를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정지음 작가님의 에세이다. 사실 제목을 보고 내용이 궁금했다. 작가가 미치는 순간이 언제인지, 좌측에 적혀 있는 관계와 잘 지내기의 어려움에 대해 무엇을 말할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얼마 전 젊은 ADHD의 슬픔이라는 작가님의 전작을 보면서 필력에 감탄을 했었기에 이번 신작에 대한 큰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특히, '경찰서에 만난 죽음'과 '서른 판타지'라는 제목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저자의 생각들에 공감이 되었다. '경찰서에서 만난 죽음'은 경찰서에서 형사가 들고 있는 서류에 있는 시체 사진을 보면서 경찰서에 대한 트라우마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 역시도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깊이 생각하고 있는 편이었는데, 보면서 '나만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이 아니었구나.' 라는 나름의 안도감이 생겼다.

'서른 판타지'는 '서른인데 정신 차려야지.'라는 말에서부터 시작된 서른에 대한 고찰과 저자에 대한 생각을 담은 내용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른이니까 정신 차리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서 귀에 진물이 나올 정도였는데, 서른이라는 글자를 하나하나 갈기 찢고 싶을 정도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하면서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사회적 합의의 탈을 쓴 사회적 판타지가 아닌지 모르겠다.

'스타트업 시궁창 컴퍼니의 세 친구'와 '예비 거지와 백수와 돌싱', '욕설을 버리며' 이야기는 진짜 실실 웃으면서 봤다. 다른 직장을 가더라도 시궁창 컴퍼니의 사장을 기준으로 괜찮은지 정하는 동료분들도, 꿈과 환상의 세계는 수도권 24평형 신축 아파트라고 현실적인 자각을 하는 예비 백수 친구도, 독실한 종교인의 사사로운 걱정 앞에서 찰진 비속어가 아닌 사회성 가득 담은 한마디를 건네는 저자까지. 지극히 평범한 다짐과 일화들을 해학적으로 담는 저자의 필력에 새삼스럽게 감탄했다.

아이를 둔 어머니에 대한 비속어에 대한 고찰과 하늘을 떠난 친구에게 적는 편지들은 이 사회에서의 씁쓸한 단면을 느끼게 했고, 소중한 이를 잃은 슬픔이 올라왔다. 프라푸치노를 엎질렀을 뿐인데, 죄인처럼 눈치를 보는 부모님들의 모습에서 과거 나 역시도 아이를 둔 엄마들을 배척하거나 혐오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성찰과 내 친한 친구가 갑작스럽게 하늘나라로 올라가게 된다면 그 슬픔을 어떻게 느낄 것인지에 대한 마음들이 뒤숭숭하게 얽혔다. 오늘 전할 수도 있는 마음을 내일로 미루는 거야 말로 사람이 저지를 수 있다는 최고의 오만이자 착각 같다는 말이 마음을 후벼파기도 했다.

이 책을 덮으면서 떠오르는 CM송이 하나 있었다. 情이라는 한자가 새겨진 초코과자 CM송.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로 시작하는 그 노래. 처음에는 다른 점이 많았다고 생각했지만 저자를 미치게 만든 시궁창 컴퍼니의 사장님의 행동이, 욕을 하지 말자는 새해 다짐이, 서른에 대한 생각이, 일상들이, 어쩌면 그와 비슷한 나의 이야기들을 저자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는 아마 같은 현재를 살고 있는 비슷한 나이 또래의 청춘이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몸은 떨어져 있으나, 시간이라는 것은 한 시점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저자와 직접 만난 적은 없으나, 묘하게 동지애가 생겼다. 저자만의 필력과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스스럼없이 꺼낼 줄 아는 저자 덕분에 많은 위로가 되었다. 특별하게 미칠 때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나 직설적으로 한마디를 거넨 것은 아니었으나 오늘도 여전히 요지경인 세상과 미치게 만드는 사람들에게 고통받는 이가 나뿐만이 아니었다는 것, 함께 이를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위안을 준 것은 아니었을까.

<네이버 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 '빅 피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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