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 - 단 한 명의 백성도 굶어 죽지 않게 하라
박영서 지음 / 들녘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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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내면에 잠재된 '불공정의 평범성'을 지속해서 자각하고 타이르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 p.288

이 책은 조선의 사회복지 제도와 역사에 대한 책이다. 한국의 사회복지 역사가 궁금했던 나에게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에 호기심을 생겼다. 조선이라는 국가로 한정적이기는 해도 그도 역시 한국이기에 기대가 됐다. 또한, 앞으로도 사회복지사를 업으로 삼을 사람이기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복지사로서 가지고 있는 수많은 고민과 걱정에 어느 정도 답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첫 번째는 조선의 사회복지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 두 번째는 각 사회복지 정책을 정책을 만드는 자, 제공하는 자, 제공받는 자의 이야기, 세 번째는 현재의 사회복지지와의 비교 및 고찰로 나눌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조선의 사회복지 역사를 아는 것뿐만 아니라 현재와 연관을 지어서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굳이 내용에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현장의 이야기와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다.

조선의 사회복지는 공공 영역의 정책에 초점이 맞추어서 발전되어 왔다. 지방의 유지가 자발적으로 곡식을 내놓거나 지방관이 월급이나 사비를 털어 채우는 경우가 있기는 하나, 이는 공공 영역에 비하면 부족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교회나 지식인들을 위주로 민간 영역에서 사회복지를 실천했던 서양 국가들과의 차이점이다. 또한, 환과고독이라는 약자 중심의 선별적복지를 실천했다.

이 책에서는 크게 두 가지를 말한다. 첫 번째는 최근 코로나 19라는 재난으로 전국민이 재난지원금을 받았던 것처럼 조선에도 그러한 성격의 진휼이라는 제도이다. 아무래도 농업 국가이기에 흉작이라는 재난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국민들에게 곡식을 제공하는 제도로 내용에 따르면 1400 년대 조선에서는 흉년으로 13 %의 인구가 진휼을 통해 재난지원을 받았다고 나온다.

두 번째는 조선의 국민연금 제도로 환곡제도이다. 이는 봄에 곡식을 빌려주고, 가을에 추수한 곡식을 받는 제도로 월급의 일정 부분 이상을 내고, 65 세 이후에 받는 국민연금 제도와 비슷하다. 초반에는 구호 기관으로서 운영되었으나, 후기에는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재원 소진으로 하나의 재원 수단이 되었다. 지금 국민연금의 재원이 바닥나게 되면 납부액을 보존하지 못한다는 여론을 보면 이 역시도 비슷한 것 같다.

진휼과 환곡에 대해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먼저 가장 흥미가 있었던 부분은 조선의 복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사회복지에는 노인, 아동, 청소년, 장애인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 조선에도 크게 다섯 가지의 복지 분야가 있었다는 게 흥미로웠다. 아동, 노인, 여성, 장애인, 노비 복지가 있었다고 한다. 이 중에서 가장 새롭게 느껴진 분야는 노비 복지, 인상이 깊었던 분야는 여성 복지였다.

신분 사회가 없는 현대에는 노비 복지라는 것이 따로 없으나, 읽으면서 노동 복지와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비 복지는 출산 휴가에 대한 내용이 나왔는데, 이러한 부분이 눈길이 끌었다. 관례적으로 여성 노비의 출산 휴가는 7 일을 주었으나, 세종은 100 일을 늘려 107 일을 주었다. 이것도 모자라 남편인 남자 노비에게도 출산 휴가를 주었으며, 산전 휴가도 제공하라고 했다. 현재 남성의 양육 휴가의 비율에 대한 기사를 본 기억이 오버랩되면서 묘하게 씁쓸했다. 지금을 놓고 보더라도 세종대왕은 굉장히 열린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 복지로는 과부와 독녀 중심의 사회복지가 인상 깊었다. 물론, 부족한 존재이거나 보호가 필요한 존재로서 복지 정책을 펼쳤던 부분이 아쉽기는 하나, 현대 사회에서는 기혼 여성 위주의 출산 장려 정책, 경력 단절 여성에 대한 취업 정책 등이 더 중심이 된다고 생각이 든다. 미혼 여성으로서 이러한 시각이 인상 깊게 보았다.

조선은 복지로 흥해서 복지로 망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조선시대의 복지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는 백성을 위한 복지이다. 민본주의의 복지라고도 하는데, 왕도 백성으로 시작해서 백성으로 끝나는 복지를 실천했다. 그러나 일부 지방관들과 향리들, 백성들의 부정부패와 너무 복지만을 생각한 나머지 다른 예산을 복지 예산으로 돌려 사용하는 등 문제가 많아 결국에는 조선의 복지 제도는 변질되었다. 현재 저예산-저복지를 실천하는 대한민국과 약간 대비가 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지방관들의 애로사항을 이야기하는 파트가 가장 공감이 되면서도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사회복지공무원들의 높은 업무 강도에 대해 익히 듣기도 했었고, 사회복지사로서 서류 업무나 꽉 막힌 프로세스에 답답함을 토로하던 사람으로서 누구보다 백번 이해가 되었다. 조선시대에도 융통성 없는 부분들이 조금 많았던 것 같다. 예를 들면, 급박하게 처리해야 될 서비스를 중앙에 보고를 한 후 결과를 받아 제공하다 보니 시일이 많이 늦어지는 그런 케이스를 말이다.

조선의 사회복지 역사를 보면서 현대와 비슷한 점도, 다른 점도 많았다. 사실 긴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무언가는 없었다. 특히, 내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는 사회복지행정으로서 민간 영역의 사회복지이며, 조선시대는 사회복지정책으로서 공공 영역의 사회복지이기 때문에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회복지사로서의 많은 생각거리를 남긴 것은 분명하다.

여전히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가 싸우고 있고, 복지 제도를 두고 많은 이익 집단들과 국민들이 토론을 하고 있으며, 불공정이 판을 치고 있다. 그런 사회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으로서, 사회복지를 업으로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과연 어떤 마인드와 생각을 가지고 사회복지를 실천해야 하는 것일까.

조선시대의 왕들처럼 열린 마인드를 배우고, 현재의 사회복지정책과 클라이언트 욕구의 교집합을 찾을 수 있는 나의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밤이다.

<네이버 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 '들녘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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