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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플랜트 ㅣ 트리플 11
윤치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2월
평점 :
초승달이라니까. 너는 왜 항상 네가 보고 싶은대로만 봐? / p.17
이 소설은 사랑에 대한 연애에 대한 세 가지 이야기를 다룬 단편소설집이다. 가끔 남의 사랑 이야기를 말하는 라디오 사연을 듣거나 연애를 참견하는 프로그램을 종종 본다. 나의 연애사는 완벽하게 다큐멘터리였으나, 다른 사람의 연애사는 예능이자 드라마 그 자체였기 때문에 같은 맥락으로 연애 이야기가 궁금해 읽게 되었다. 또한, 식물의 방식으로 연애를 본다는 부분이 나에게는 큰 호기심으로 다가왔다.
첫 번째 소설은 말레이시아에서 택시를 탄 희주와 그의 남자 친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처음에는 커플의 여행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생각의 소용돌이를 준 작품이었다. 희주는 비혼식을 할 예정이며, 남자 친구에게 야자나무와 팜나무를 구분할 줄 아느냐고 묻고, 그믐달과 초승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또한, 사고가 난 차 번호로 복권을 사면 대박을 칠 수 있다는 말을 하면서 사고가 난 현장에서 사진을 찍는다.
이러한 희주를 남자 친구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나 또한 그랬다. 조금 독특한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희주가 상사로부터 성희롱 발언을 듣게 되면서 나의 생각은 정반대로 바뀌게 된다. 그 말을 들은 남자 친구는 상사의 멱살을 잡고 폭행을 하게 되는데, 이후 회사와 남자 친구의 태도가 너무 답답했다. 피해자는 희주이나, 왜 사과와 용서는 남자 친구에게 하는가. 회사 사람들은 왜 당연하게 희주가 남자 친구와 결혼을 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해설을 보면서 야자나무와 팜나무, 그믐달과 초승달을 묻고자 하는 태도가 희주에게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희주가 비혼이라는 인덱스를 붙이는 것처럼 그것들에게도 특징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어쩌면 이해하지 못했던 독자인 나와 소설에서의 남자 친구는 희주의 말처럼 "네가 보고 싶는 것만 본다."라는 말이 딱 맞지 않았을까.
두 번째 소설은 신혼여행을 떠난 남녀의 이야기이다. 남자는 신혼여행을 가기 전 식사까지 완벽한 플랜을 가지고 떠났다. 그러나 현실은 술만 마시면서 보냈다. 남자의 플랜을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 처음에는 남자의 입장에 공감이 되었다. 전형적인 계획형 인간으로 일을 시간 단위로 정하는 나에게 이러한 일이 어그러졌을 때의 당황스러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소설을 통해서 보게 되니 머리를 부여잡고 보게 되었다.
그러다 마지막 날은 꼭 하자는 생각으로 바다 거북을 보러 나간다. 가이드는 뿔이 달린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뿔이 바다 거북을 찌른다는 말. 남자는 믿지 않았으나, 헤엄을 치던 중 이름 모를 무언가에 손을 찔린다. 그리고 바다 거북을 보지 못해 마지막 날도 그렇게 저물었다. 이슬람 음식점에서 물담배와 술을 마시고 돌아온 뒤, 사건이 터지고 이를 바라보면서 끝난다.
이 커플 역시 사내 연애였는데, 직원들의 적극적인 공세와 여자를 고칠 수 있을 것이라는 그릇된 믿음으로 빠르게 결혼한 결과였다. 수면제를 먹거나 술을 과하게 마시는 여자의 행동들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서 행동 변화를 강요하지만, 나중에는 이를 그냥 수용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남자의 입장에 조금 더 공감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따지고 보면 현실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케이스 중 하나일 텐데, 이렇게 접하게 되니 뭔가 마음의 한 구석이 답답해지면서 물음표로 끝났다.
마지막 소설은 꽃집을 운영하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남자는 이혼한 뒤 고백을 꽃으로 하는 사람들에 대한 병적으로 싫어하게 되었다. 그러다 같은 건물의 회사에 근무하는 한 여자를 좋아하게 된다. 저녁을 먹는다거나 이야기를 나누기는 하나, 사적인 이야기는 나누지 않는 관계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그러한 마음을 화분이나 꽃을 통해 전달하게 된다. 그 마음의 매개체가 율마 화분이었다.
과거의 자신이라면 돌직구로 나갔을 테지만, 이혼 후 연애와 결혼에 대한 공식이 바뀌게 되어 마음을 말하지 않는다. 주변에서는 여자를 소개시켜 준다고 하거나 얼른 재혼을 하라는 말들을 건네지만, 남자는 개의치 않는다. 그저 화분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사람처럼 여자를 멀리서 기다리기만 한다.
두 남녀의 이야기를 보면서 성숙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 자체도 결국에는 해피엔딩이 아니다. 심지어 사랑은 시작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내가 성숙한 사랑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상대방이 곁을 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눈에 내가 들고, 관심과 신경을 쓸 때까지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가는 남자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아무래도 이혼의 상처로 얻은 결과겠지만 말이다. 왜 식물의 방식으로 사랑을 한다고 표현한 것인지, 제목이 러브 플랜트인지 이해가 되었다.
단편 소설 세 편과 함께 해설, 작가의 말까지 읽고 나니 사랑이라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사랑은 정형화되지 않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서두에 적었던 것처럼 남의 연애사는 재미있으니 흥미롭게 시작하게 되었으나, 사랑이라는 것에 대한 혼란스러움과 여운을 남긴 소설이었다.
<출판사 '자음과 모음' 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