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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
마쓰다 아오코 지음, 권서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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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레지스탕스. / p.116
이 책은 아저씨의 눈에 소녀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설정에서 시작하는 소설이다. 여러 기사를 통해 일본이 한국보다 여성에 대한 인권이 낮다고 알고 있다. 일본 페미니스트 작가의 소설이라는 게 첫 번째로 시선이 갔고, 일본에서의 페미니즘에 대한 시각이 궁금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아저씨들이 사라진다는 설정 자체가 너무 흥미롭게 느껴져서 읽게 되었다.
주인공인 게이코는 남자 직원에게 성추행을 당했으나, 역으로 이상한 소문이 퍼져 억울하게 퇴사를 하게 된 인물이다. 그렇게 상처를 받고 한 달동안 캐나다에서 머문다. 캐나다에는 동성과 동거하는 친구 커플이 살고 있는데, 거기에서 친구가 일본에 살았을 때와 다르게 목소리가 커졌으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친구로 변했다는 것을 인지한다. 그리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왔을 때 여성들이 억압되어 있는 일본 사회 구조를 바라보게 되고,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이후 세상에 저항하는 콘셉트의 여자 아이돌 그룹의 XX에게 빠지게 된다. XX는 다른 여자 아이돌 그룹들과 다르게 귀여움이나, 여성스러움, 섹시함 등을 어필하지 않는다. 또한, 무대에서도 다 잡아먹을 것만 같은 눈빛과 무대 매너로 그룹의 센터 자리를 맡고 있다. 게이코는 이러한 XX를 좋아하지만, 최애가 속한 그룹 역시도 남자 프로듀서의 작품으로서 아저씨의 욕구나 니즈에 맞게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약간의 흔들림을 가지고 있었으나, 보통 아이돌 그룹에서 볼 수 없기에 더욱 더 깊이 빠져든다. 그러면서 아저씨들의 판타지가 만연한 사회를 강도 높게 비판한다.
가장 크게 게이코가 여자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부분들이 공감이 되었다. 남자 아이돌 그룹보다는 여자 아이돌 그룹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감정 이입이 쉬웠던 것 같기도 하다. 소설 중 짧은 치마와 속바지를 보이며 춤추고 노래하는 수많은 여자 아이돌을 보는 것이 힘들게 느껴졌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면서 XX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이와 반대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게이코가 좋아하는 콘셉트의 여자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지는 않으나, 무대를 보면서 힘들어했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여자 아이돌 그룹이 음악 프로그램에서 얇고도 짧은 의상을 걱정스럽게 시청했던 과거의 생각들이 떠올랐다. 남자 아이돌 그룹은 잘 차려진 실장님 콘셉트의 수트거나 장난꾸러기 콘셉트의 캐주얼 의상을 주로 입는 반면, 여자 아이돌 그룹은 무릎 이하로 내려간 옷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서 이러한 부분이 팬으로서 마음이 아팠다. 격한 안무에 그렇지 못한 의상이 늘 마음에 걸렸다.
또한, 가장 뒷통수를 맞은 부분으로는 교복에 대한 내용이었다. 게이코는 단순하게 여자 아이돌들의 스쿨룩 콘셉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평범한 여학생들에게 범위로 확장시켰다. 그 부분을 읽는 순간 머리에서는 과거에서부터 스쿨룩을 입었던 많은 여자 아이돌의 얼굴들이 스쳤다. 심지어 매체에 나오는 스쿨룩은 안 보고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일률적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학교 형태의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떠올렸다. 그녀의 말처럼 교복을 입는 평범한 여학생들이 매체에 나오는 그들과 같은 시선으로서 소비가 되는 것이 당연한 사회라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문제였다.
결혼하면 남편의 성을 따른다는 것도, 여자 아이돌 그룹의 콘셉트가 귀여움으로 제한적인 것도, 일본과 한국의 문화 자체가 비슷하면서도 다르기 때문에 전부 통용이 되지는 않는다. 게이코가 반했던 세상을 비판하는 가사를 가진 센 콘셉트가 한국에서는 특정 소속사의 하나의 장르일 정도로 너무 익숙한 일이다. 그래서 소설에서도 한국 여자 아이돌 그룹을 일본 여성들이 좋아한다는 이야기와 일본 여자 아이돌 그룹과 비교를 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러한 점은 한국인으로서 흥미롭게 보였던 부분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일본 소설에서 보였던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졌으며, 한국인의 정서를 가진 사람이 보기에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제쳐두고 보더라도 페미니즘이 하나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고민할 내용이 많았다. 그러한 맥락으로 중간마다 픽션이라는 것을 자꾸 잊게 되었다. 소설이기는 하나,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측면에서 사회 분야의 서적을 읽고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만큼 나에게는 무겁게 느껴졌다. 교복과 여자 아이돌, 출산과 양육 등 지금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어쩌면 한국에서도 당연하게 느껴지고 있을 시선들을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네이버 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 '한스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