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 - 처음 만나는 페미니스트 지리학
레슬리 컨 지음, 황가한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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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도시에 살았다면 아마 좋아하는 카페를 전전하면서 책을 썼을 것이다. / p.152

작은 시골에서 근무하면서 도시가 좋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자차로 출퇴근을 했기에 시골에서 살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일주일 중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다 보니 인프라가 열악하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꼈다. 예를 들면 집 근처에 마트가 두세 곳이 있다. 그러나 회사는 딱 한 곳뿐이다. 다른 문화생활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과거에는 한적한 시골에서 평화롭게 살고 싶었다. 보통 연세가 있으신 분들의 귀향 로망을 청소년기 때부터 꿈꾸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직장을 시골에서부터 한 이후로 죽을 때까지 도시에서 지내고 싶어졌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인프라와 환경들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 책은 레슬리 컨의 사회학 도서이다. 페미니스트에 관련된 책들을 조금씩 읽고 있지만 페미니스트 지리학 자체는 생소한 개념이다. 지금까지 읽어왔던 여성학 서적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직장 유리천장과 양육의 문제, 임금의 문제 등의 내용이었는데 도시에서 느끼는 성차별이라는 게 궁금했다. 도시에 살고 있는 나조차도 느끼지 못하는 성차별의 문제는 무엇일까.

크게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엄마로서 느끼는 도시의 성차별, 친구와 함께 지내는 도시의 성차별, 여성 혼자 있는 도시에서의 성차별, 평등을 외치는 시위에서의 성차별, 도시에서 느끼는 공포로 느껴졌다. 처음에는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과 달리 너무나 큰 공감과 이 또한 도시에서 느껴지는 차별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엄마로서의 도시는 공감보다는 인지하는 수준으로 읽었다. 아무래도 미혼이기에 아이를 데리고 나간다는 것 자체가 경험하지 못한 일이어서 피부로 와닿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인상이 깊었던 부분은 장애인의 이동권은 보장하면서 유모차를 몰고 있는 엄마로서의 이동권은 왜 생각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 내용을 보고 기억을 돌이켜보니 자주 이용하는 대중교통에서 유모차를 사용하는 엄마는 없었다. 내 기억속의 엄마들은 모두 아기띠를 매고 있었다. 가끔 조카를 애기띠에 매고 다녔던 입장으로서 무엇보다 힘든 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인지할 필요성을 느꼈다. 또한, 화장실에 설치된 기저귀 교환대와 모유 수유 공간도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연장선에서 엄마들의 시위를 다룬 네 번째 장의 이야기도 꺼내고 싶다. 요즈음 페미니즘 이슈로 여성들이 시위를 나서는 일들이 많다. 그렇다 보니 주 양육자인 엄마는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데리고 현장에 나온다. 아이를 본 사람들은 엄마에게 안 좋은 시선을 보내고, 말을 건넨다. 아이들의 교육에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뿐만 아니라 유모차를 끌고 나오기에 안전상 문제도 있다.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나오지만 아이를 생각해 그마저도 포기하는 게 안타까우면서도 이 또한 도시에서 느껴지는 하나의 차별이지 않을까.

피부에 와닿았던 부분은 다섯 번째 장의 공포의 도시였다. 도시에 살면서 공포를 느낄 때가 너무 많다. 늦은 시간까지 친구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 가로등과 CCTV가 설치되어 있음에도 나도 모르게 위축되어서 주변을 경계하게 된다. 저자는 여기에서 느끼는 공포를 강간 문화로 설명한다. 아마 이 파트를 읽는다면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느낀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남성과 다르게 여성이 제약을 받고 있으며, 피해를 입더라도 결국 잘못은 늦은 시간까지 돌아다닌 여성에게 돌아간다. 이 또한 여성들이 겪는 현실이다.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저자는 흔히 말하는 주류의 시스젠더 백인 여성이다. 그러나 저자의 환경이 혼란스러웠다. 그만큼 책에서는 유색 인종과 성소수자 여성이 겪는 차별이 많이 등장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를 통해 치안에 취약한 외곽으로 벗어나는 저소득층 여성을 이야기하면서 유색 인종을, 게이바라고 불리는 남성 성소수자들을 위한 공간은 있으나 여성 성소수자들을 위한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말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읽었던 페미니즘 도서에서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들에 대한 차별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이렇게 주류 페미니스트의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들은 무척이나 반가웠다.

사실 옮긴 이의 말에서도 등장하지만 저자는 캐나다와 미국의 도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상황과 많이 다르지만 도시에서 느껴지는 성차별은 대한민국에서도 현재진행중이다. 그러나 조금씩 연대하면서 여성 친화적인 도시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에서도 임산부 배려하는 정책들이 확대되어가고 있는 부분은 긍정적인 요소로 뽑을 수 있다. 여전히 도시는 무섭지만 여성 친화적 도시의 희망을 보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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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탐사선을 탄 걸리버 - 곽재식이 들려주는 고전과 과학 이야기
곽재식 지음 / 문학수첩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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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그 헤밍웨이가 더 헤밍웨이답다고 느낀다. / p.283

대학교에 들어오면서부터 사실 문과와 이과로 나누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전공인 복지학을 예로 들면 사실 보통 복지학이라는 이름만 들으면 수학과 과학보다는 사회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계열에 속한다. 하지만 막상 복지학을 들여다 보면 사전 조사에서 필요한 통계 개념이 들어가기도 하고, 각 생애별로 신체부터 정신, 정서 등의 포괄적인 성장과 변화를 다루기도 한다.

고등학교에서는 자연과학계열이라고 불리는 이과에서 수학과 과학 위주의 공부를 했고, 대학교에서는 사회과학계열의 복지학을 공부하면서 이과생이었다는 게 큰 도움이 되었다. 당시에는 전교 바닥에서 놀 정도로 소질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난 후 보니 습자지와 같은 지식과 기억이 약이 되어 돌아왔던 것이다.

이 책은 이야기꾼이라고 불리는 곽재식 작가님의 과학 이야기가 담긴 논픽션 도서이다. 얼마 전 로켓 앤솔로지를 통해 곽재식 작가님의 소설이 인상 깊었다. 그러면서 하나 의아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과학이라는 학문으로 유명하신 분인데 소설에서는 로켓이라는 과학적 소재보다는 사회적인 문제가 와닿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과학 이야기가 궁금했다. 어떻게 보면 문과에 가까운 고전문학과 이과의 과학 이야기의 콜라보가 흥미로워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의 리뷰를 문과와 이과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이 내용이 이 책의 서두에 실린다. 무엇보다 큰 공감이 되었다. 세상은 이과와 문과로 딱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 저자는 이러한 내용을 강조한다. 세상은 원래부터 문과와 이과의 융합이었다는 말. 그렇기 때문에 읽으면서 내내 고전 속의 과학 이야기를 찾아가는 게 흥미로웠다. 마치 저자로부터 이야기를 듣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술술 읽혀졌다. 흔히 말하는 닉네임 값을 여기에서 느꼈다.

각 챕터마다 하나의 고전에 다양한 과학 이야기들이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변신 이야기에 등장하는 콘크리트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콘크리트는 로마에서부터 시작된 건축 재료이며, 화학적 과정을 통해 단단하게 굳혀진다. 시멘트로만 하게 되면 무를 수 있기에 자갈이나 모래 등을 일정 비율로 혼합해 만든 것이 레디 믹스 콘크리트, 우리가 흔히 부르는 레미콘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 외에도 질소는 다르게 반응해 화약이나 다양한 소재에 쓰이지만 공기 중의 질소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도, 납에서 은을 뽑아내고자 시도했었던 조선시대의 장유신이라는 인물, 아라비아 숫자보다 더 먼저 시작된 인도에서의 숫자 이야기 등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다양한 과학 이야기들이 새롭게 느껴졌다.

또한, 걸리버 여행기가 풍자적 소설이라는 것도, 왕의 미움을 받아 추방되었지만 로마를 그리워하던 작가의 이야기, 화약 이야기 속에서 펼쳐진 혼란한 전쟁 이야기, 냉장고 이야기에 숨겨진 침략에 대한 아픈 역사 등 읽으면서 과학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전에 역사 이야기들도 흥미로운 지점이 있었다. 이과와 문과는 늘 함께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고전 문학 속에 역사가 있고, 역사 안에는 과학이 있었다.

총 열세 권의 소설이 등장하지만 여기에서 읽은 책이 한 권도 없었다는 점이 너무 아쉬웠다. 조금이나마 내용을 알고 있었다면 조금 더 넓은 폭으로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아쉬움이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학교에서도 배우지 않았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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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즈 앤 올
카미유 드 안젤리스 지음, 노진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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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길로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 p.26

세상에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많지만 반대로 안 되는 것들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같은 종족인 사람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먹으면 안 되는 것으로 정의가 되기도 한다. 적어도 나의 예를 들면 동물 중에서도 개는 먹지 않는다는 주의다. 아무래도 이는 과거에 강아지를 키웠던 경험으로 먹거리보다는 가족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카미유 드 안젤리스의 판타지 소설이다. 비슷한 사람을 만나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풋풋한 로맨스를 기대했다. 그러면서 평범한 삶을 갈구하는 청소년의 성장 이야기도 궁금했다. 지금까지 소설에서 표현된 청소년의 사랑과 성장을 통해 좋은 인상을 받았던 것만큼 이 소설 역시도 나에게 설레는 감정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매런이라는 여자 아이이다. 어렸을 때 베이비 시터를 먹은 이후로부터 식인 습성을 알게 되었다. 점점 자라날수록 나타나는 식인 습성 때문에 엄마와 함께 이사를 갔으며, 결국 엄마는 지쳐서 매런을 떠났다. 그렇게 혼자가 되었다. 매런은 열여섯 살이 되어 아빠를 찾아 떠나는 과정에서 자신을 유혹하는 남자들과 호의를 베푸는 사람들, 같은 습성의 리와 또 다른 할아버지를 만난다.

지금까지 식인 습성은 물론, 사람의 피를 마시는 뱀파이어의 이야기조차도 거리를 두었던 터라 처음에 내용을 읽으면서 충격과 공포를 느꼈다. 줄거리를 통해 매런의 습성 자체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막상 글자를 통해 보게 되다니 더욱 괴롭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러한 종류의 소설을 많이 읽었던 독자라면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을 정도로 유하게 그려졌던 것일 수도 있다. 아마 이는 나의 독서 취향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서 매런이라는 인물의 흐름에 따라 점점 적응하게 되었다. 자신을 유혹하는 남자들과 있을 때에 허기를 느꼈고, 이성과 싸웠지만 결국에는 본능을 이기지 못했던 매런과 얼굴조차 보지 못했던 아버지를 찾아나서는 딸 매런, 자신과 같은 습성을 가진 할아버지와 리로부터 의지하는 연약한 매런의 모습들. 사실 식인 습성만 빼면 보통 평범한 사람이라고 해도 별 다를 것이 없었다. 물론, 식인 습성이라는 것 자체가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없는 운명이겠지만 말이다.

결말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그 역시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같은 종족의 남자와 사랑을 느끼고 행복하게 마무리가 될 줄 알았는데 마지막까지도 매런은 사람을 향한 허기를 느꼈다. 그렇다고 버라이어티하게 습성을 버리는 등의 말도 안 되는 결말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아마도 외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매런을 향한 연민이지 않을까.

읽는 내내 매런의 습성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누가 봐도 거부감을 느끼는 식인 습성은 무엇을 나타내는 것일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매런의 사람을 향한 허기와 먹는 것은 사람을 향한 애정과 그리움의 표현이라고 느껴졌다. 식인 습성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엄마가 매런을 떠날 일은 없었겠지만 소설 내용만 보면 매런이 그렇게 화목한 집안의 딸은 아닌 것 같다. 매런의 엄마도 양육자로서 애정을 주지 못했고, 아버지는 말할 것도 없다. 또한, 매런을 향한 유혹의 눈길은 순수한 목적보다는 하룻밤을 보내고 싶은 늑대들의 불순한 목적이 더 강해 보인다. 그런 과정에서 매런은 사람을 먹는 행위로서 이러한 부분을 채우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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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사이언스 클래식 38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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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주변에 만연한 편향 속에서 숨 쉬며 사는 것이다. / p.377

과학은 늘 어려우면서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흔히 이과라고 불리는 자연과학계열을 나왔어도 과학 탐구 과목은 중학교 때부터 담을 쌓아서 지냈다. 수능과 동시에 머리에서 습자지 한 장 수준의 과학 지식도 싹 날아갔다. SF 소설을 읽을 때마다 머릿속을 떠나버린 과학 지식이 얼마나 보고 싶은지 모르겠다. 미련도 없이 보낸 내 과거에 후회가 들기도 하다.

이 책은 칼 세이건의 과학 도서이다. 사회 도서에는 사피엔스와 총균쇠가 있다면 과학 도서에는 코스모스라고 불리는 칼 세이건의 책이 있다. 책을 조금 읽는다 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전 의식을,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적당한 두께의 돌베개 정도. 사실 나는 아직 코스모스를 읽어 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 나온 책을 알게 되어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신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개정판이었다.

처음에는 제목부터가 악령이 출몰한다고 표현할 정도로 비판적인 분위기가 솔솔 풍겨서 유사과학에 대한 신랄한 비판서인 줄 알았다. 그동안 미신이나 일부 종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어서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유사과학의 비판서라기보다는 과학에 대한 예찬서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듯하다.

악령과 유사과학의 예시로서 종교와 UFO에 대한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종교와 관련된 마녀사냥의 이야기를 보면서 인간의 무지에 분노를 느꼈고, 외계인 출몰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인간의 신뢰에 대해 깊은 고찰을 했었다. 글로 읽고 나니 너무 황당하면서도 차별적인, 그러나 과학적으로는 전혀 증명되지 않은 일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어떤 이는 자신의 인생을 걸기도 했었다. 글로 보니 허술한 이야기들을 국가가 개입한다는 점은 새로웠다. 특히, 미국의 한 기관에서는 외계인과 UFO에 대한 연구에 많은 예산을 투여해 연구한다. 과거 국가와 종교가 일치되었던 사회에서는 자연스럽게 유사과학에 의존해 나라를 통치해왔다. 그 중 하나가 마녀사냥일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터무니없는 악령과 유사과학을 비판한다. 읽으면서 종교를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조금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기도 했다. 물론, 종교 전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과거의 실수나 역사를 끄집어 내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이를 합리적으로 판단해 빠지지 않는 방법 중 하나로 과학을 제시했고, 보다 실질적인 질문들을 통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뿐만 아니라 과학에 대한 부족한 점도 제시했다. 예를 들면, 과학도 정치와 맞물려서 부적절한 선택을 내리기도 하고, 과학자의 판단으로 오류를 범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주저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찾아가는 과정을 겪는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과학은 경이함을 느끼기도 했다. 저자의 과학에 대한 뜨거운 옹호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는 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학교 교육에 대한 비판이 가장 인상 깊었다. 저자는 미국과 일본 등의 다른 나라와 비교해 미국의 학생들은 과학에 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경계한다. 저자에 대한 교사와 학생들의 비판적인 시각을 함께 담고 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의 생각에 큰 공감을 하게 되었고, 어렸을 때에는 어른들에게 이것저것 호기심을 가지고 묻던 아이가 점점 자랄수록 질문을 주저한다는 내용이 참 안타까웠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창의력과 논리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답이 정해진 한국의 교육 과정 역시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였다.

과학은 참으로 경이롭다. 비록, 과학의 발전으로 아픈 역사를 만들어내기는 했었지만 이 역시 과학의 특성으로 이를 다시 수정해 인간에게 보다 유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이렇게 과학의 소중함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과학의 아름다움을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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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잠수복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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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공유를 거부한다. / p.66

코로나가 지나가고 일상이 돌아온다고 생각했는데 요즈음 뉴스를 보니 코로나 확진자 추세가 심상치 않다. 새로운 전염병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무서움을 주기도 한다. 겨우 찾은 이 생활이 다시 꿈처럼 느끼면 어떻게 할까. 힘들게 찾은 일상이기에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크다.

이 책은 오쿠다 히데오의 단편소설집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치유법이라는 문구가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그동안 집이 좋다고 살았지만 그동안 코로나 시대로 인한 감정들은 부정적인 면이 많았다.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는 소설들로 많은 위로를 받았기에 이 소설집으로 또 다른 위로와 공감을 받고 싶어서 읽게 되었다.

총 다섯 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바닷가의 집>은 휴가를 떠난 한 작가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아내의 외도로 큰 충격을 먹어 다른 곳으로 휴가를 떠난다. 휴가지에서 조용히 글을 쓰기 위함이었는데 곧 새로 지어질 한 별장을 단기로 빌리게 되고, 그곳에서 어린 남자 아이를 보게 된다.

<파이트 클럽>은 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의 이야기이다. 퇴직을 거부해 경비 보조 일을 하게 된 직원들은 창고에서 복싱 도구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한 직원을 만나게 되면서 그에게 복싱을 배운다. 처음에는 절망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지만 복싱을 배우게 되면서 스트레스뿐 아니라 자존감이 올라가고, 긍정적인 효과를 얻는다.

<점쟁이>는 한 아나운서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인기 야구선수를 남자 친구로 두고 있으며, 프로포즈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남자 친구의 성적이 좋아지면서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우연한 기회에 점집에 들러 고민을 털어놓는다. 점쟁이는 아나운서의 소원을 그대로 이루어주었다. 그러나 아나운서는 프로포즈를 받지 못했고, 점집을 다시 방문해 다른 소원을 말한다.

<코로나와 잠수복>은 표제작으로 한 아이와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뉴스를 보던 아이가 알 수 없는 말을 하길래 보니 진행하던 앵커가 코로나 확진이 되었고, 아버지와 나갔던 곳에서 다시 들어가자는 말을 하더니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것 또한 알고 보니 아버지가 앉으려고 했던 벤치에 코로나 확진자가 앉았던 것이었다. 그렇게 아이는 코로나를 감지하는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판다를 타고서>는 오래된 차를 구매한 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가지고 싶었던 오래된 차를 받아 오는 길에 내비게이션이 말썽이다. 소바를 먹고 싶어 딜러에게 부탁해 근처의 음식점을 내비게이션에 입력했으나 다른 음식점으로 안내했다. 그곳의 음식은 꽤 괜찮았다. 그렇게 내비게이션은 자꾸 알 수 없는 곳으로 안내했고, 그렇게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차와 주인공이 오는 지역을 알아본다.

개인적으로 퇴직 위기에 놓은 아버지들의 이야기인 <파이트 클럽>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다. 퇴사를 할 수 없는 가장들의 무거운 어깨가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닿기도 했었고, 복싱이라는 매개체로 조금씩 달라지는 아버지들의 모습들이 너무 좋았다. 특히, 누군가에게 맞은 적이 없어서 처음 스파링에 당황했었지만 맞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물질만능주의와 사람의 인생, 부성애 등을 느낄 수 있었다.

이야기가 하나같이 기이하다. 반면, 전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인물들이다. 그들이 경험했던 조금은 특별한 경험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런 면에서 판타지 소설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괴리감이 느껴지는 결말이었다면 거리감이 느껴졌을 텐데 자연스럽게 녹아든 환상들이 너무 따뜻하게 느껴져서 훈훈했던 이야기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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