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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ㅣ 사이언스 클래식 38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22년 2월
평점 :

우리는 주변에 만연한 편향 속에서 숨 쉬며 사는 것이다. / p.377
과학은 늘 어려우면서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흔히 이과라고 불리는 자연과학계열을 나왔어도 과학 탐구 과목은 중학교 때부터 담을 쌓아서 지냈다. 수능과 동시에 머리에서 습자지 한 장 수준의 과학 지식도 싹 날아갔다. SF 소설을 읽을 때마다 머릿속을 떠나버린 과학 지식이 얼마나 보고 싶은지 모르겠다. 미련도 없이 보낸 내 과거에 후회가 들기도 하다.
이 책은 칼 세이건의 과학 도서이다. 사회 도서에는 사피엔스와 총균쇠가 있다면 과학 도서에는 코스모스라고 불리는 칼 세이건의 책이 있다. 책을 조금 읽는다 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전 의식을,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적당한 두께의 돌베개 정도. 사실 나는 아직 코스모스를 읽어 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 나온 책을 알게 되어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신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개정판이었다.
처음에는 제목부터가 악령이 출몰한다고 표현할 정도로 비판적인 분위기가 솔솔 풍겨서 유사과학에 대한 신랄한 비판서인 줄 알았다. 그동안 미신이나 일부 종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어서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유사과학의 비판서라기보다는 과학에 대한 예찬서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듯하다.
악령과 유사과학의 예시로서 종교와 UFO에 대한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종교와 관련된 마녀사냥의 이야기를 보면서 인간의 무지에 분노를 느꼈고, 외계인 출몰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인간의 신뢰에 대해 깊은 고찰을 했었다. 글로 읽고 나니 너무 황당하면서도 차별적인, 그러나 과학적으로는 전혀 증명되지 않은 일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어떤 이는 자신의 인생을 걸기도 했었다. 글로 보니 허술한 이야기들을 국가가 개입한다는 점은 새로웠다. 특히, 미국의 한 기관에서는 외계인과 UFO에 대한 연구에 많은 예산을 투여해 연구한다. 과거 국가와 종교가 일치되었던 사회에서는 자연스럽게 유사과학에 의존해 나라를 통치해왔다. 그 중 하나가 마녀사냥일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터무니없는 악령과 유사과학을 비판한다. 읽으면서 종교를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조금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기도 했다. 물론, 종교 전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과거의 실수나 역사를 끄집어 내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이를 합리적으로 판단해 빠지지 않는 방법 중 하나로 과학을 제시했고, 보다 실질적인 질문들을 통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뿐만 아니라 과학에 대한 부족한 점도 제시했다. 예를 들면, 과학도 정치와 맞물려서 부적절한 선택을 내리기도 하고, 과학자의 판단으로 오류를 범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주저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찾아가는 과정을 겪는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과학은 경이함을 느끼기도 했다. 저자의 과학에 대한 뜨거운 옹호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는 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학교 교육에 대한 비판이 가장 인상 깊었다. 저자는 미국과 일본 등의 다른 나라와 비교해 미국의 학생들은 과학에 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경계한다. 저자에 대한 교사와 학생들의 비판적인 시각을 함께 담고 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의 생각에 큰 공감을 하게 되었고, 어렸을 때에는 어른들에게 이것저것 호기심을 가지고 묻던 아이가 점점 자랄수록 질문을 주저한다는 내용이 참 안타까웠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창의력과 논리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답이 정해진 한국의 교육 과정 역시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였다.
과학은 참으로 경이롭다. 비록, 과학의 발전으로 아픈 역사를 만들어내기는 했었지만 이 역시 과학의 특성으로 이를 다시 수정해 인간에게 보다 유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이렇게 과학의 소중함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과학의 아름다움을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