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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탐사선을 탄 걸리버 - 곽재식이 들려주는 고전과 과학 이야기
곽재식 지음 / 문학수첩 / 202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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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그 헤밍웨이가 더 헤밍웨이답다고 느낀다. / p.283
대학교에 들어오면서부터 사실 문과와 이과로 나누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전공인 복지학을 예로 들면 사실 보통 복지학이라는 이름만 들으면 수학과 과학보다는 사회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계열에 속한다. 하지만 막상 복지학을 들여다 보면 사전 조사에서 필요한 통계 개념이 들어가기도 하고, 각 생애별로 신체부터 정신, 정서 등의 포괄적인 성장과 변화를 다루기도 한다.
고등학교에서는 자연과학계열이라고 불리는 이과에서 수학과 과학 위주의 공부를 했고, 대학교에서는 사회과학계열의 복지학을 공부하면서 이과생이었다는 게 큰 도움이 되었다. 당시에는 전교 바닥에서 놀 정도로 소질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난 후 보니 습자지와 같은 지식과 기억이 약이 되어 돌아왔던 것이다.
이 책은 이야기꾼이라고 불리는 곽재식 작가님의 과학 이야기가 담긴 논픽션 도서이다. 얼마 전 로켓 앤솔로지를 통해 곽재식 작가님의 소설이 인상 깊었다. 그러면서 하나 의아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과학이라는 학문으로 유명하신 분인데 소설에서는 로켓이라는 과학적 소재보다는 사회적인 문제가 와닿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과학 이야기가 궁금했다. 어떻게 보면 문과에 가까운 고전문학과 이과의 과학 이야기의 콜라보가 흥미로워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의 리뷰를 문과와 이과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이 내용이 이 책의 서두에 실린다. 무엇보다 큰 공감이 되었다. 세상은 이과와 문과로 딱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 저자는 이러한 내용을 강조한다. 세상은 원래부터 문과와 이과의 융합이었다는 말. 그렇기 때문에 읽으면서 내내 고전 속의 과학 이야기를 찾아가는 게 흥미로웠다. 마치 저자로부터 이야기를 듣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술술 읽혀졌다. 흔히 말하는 닉네임 값을 여기에서 느꼈다.
각 챕터마다 하나의 고전에 다양한 과학 이야기들이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변신 이야기에 등장하는 콘크리트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콘크리트는 로마에서부터 시작된 건축 재료이며, 화학적 과정을 통해 단단하게 굳혀진다. 시멘트로만 하게 되면 무를 수 있기에 자갈이나 모래 등을 일정 비율로 혼합해 만든 것이 레디 믹스 콘크리트, 우리가 흔히 부르는 레미콘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 외에도 질소는 다르게 반응해 화약이나 다양한 소재에 쓰이지만 공기 중의 질소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도, 납에서 은을 뽑아내고자 시도했었던 조선시대의 장유신이라는 인물, 아라비아 숫자보다 더 먼저 시작된 인도에서의 숫자 이야기 등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다양한 과학 이야기들이 새롭게 느껴졌다.
또한, 걸리버 여행기가 풍자적 소설이라는 것도, 왕의 미움을 받아 추방되었지만 로마를 그리워하던 작가의 이야기, 화약 이야기 속에서 펼쳐진 혼란한 전쟁 이야기, 냉장고 이야기에 숨겨진 침략에 대한 아픈 역사 등 읽으면서 과학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전에 역사 이야기들도 흥미로운 지점이 있었다. 이과와 문과는 늘 함께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고전 문학 속에 역사가 있고, 역사 안에는 과학이 있었다.
총 열세 권의 소설이 등장하지만 여기에서 읽은 책이 한 권도 없었다는 점이 너무 아쉬웠다. 조금이나마 내용을 알고 있었다면 조금 더 넓은 폭으로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아쉬움이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학교에서도 배우지 않았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