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즈 앤 올
카미유 드 안젤리스 지음, 노진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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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길로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 p.26

세상에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많지만 반대로 안 되는 것들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같은 종족인 사람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먹으면 안 되는 것으로 정의가 되기도 한다. 적어도 나의 예를 들면 동물 중에서도 개는 먹지 않는다는 주의다. 아무래도 이는 과거에 강아지를 키웠던 경험으로 먹거리보다는 가족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카미유 드 안젤리스의 판타지 소설이다. 비슷한 사람을 만나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풋풋한 로맨스를 기대했다. 그러면서 평범한 삶을 갈구하는 청소년의 성장 이야기도 궁금했다. 지금까지 소설에서 표현된 청소년의 사랑과 성장을 통해 좋은 인상을 받았던 것만큼 이 소설 역시도 나에게 설레는 감정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매런이라는 여자 아이이다. 어렸을 때 베이비 시터를 먹은 이후로부터 식인 습성을 알게 되었다. 점점 자라날수록 나타나는 식인 습성 때문에 엄마와 함께 이사를 갔으며, 결국 엄마는 지쳐서 매런을 떠났다. 그렇게 혼자가 되었다. 매런은 열여섯 살이 되어 아빠를 찾아 떠나는 과정에서 자신을 유혹하는 남자들과 호의를 베푸는 사람들, 같은 습성의 리와 또 다른 할아버지를 만난다.

지금까지 식인 습성은 물론, 사람의 피를 마시는 뱀파이어의 이야기조차도 거리를 두었던 터라 처음에 내용을 읽으면서 충격과 공포를 느꼈다. 줄거리를 통해 매런의 습성 자체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막상 글자를 통해 보게 되다니 더욱 괴롭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러한 종류의 소설을 많이 읽었던 독자라면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을 정도로 유하게 그려졌던 것일 수도 있다. 아마 이는 나의 독서 취향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서 매런이라는 인물의 흐름에 따라 점점 적응하게 되었다. 자신을 유혹하는 남자들과 있을 때에 허기를 느꼈고, 이성과 싸웠지만 결국에는 본능을 이기지 못했던 매런과 얼굴조차 보지 못했던 아버지를 찾아나서는 딸 매런, 자신과 같은 습성을 가진 할아버지와 리로부터 의지하는 연약한 매런의 모습들. 사실 식인 습성만 빼면 보통 평범한 사람이라고 해도 별 다를 것이 없었다. 물론, 식인 습성이라는 것 자체가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없는 운명이겠지만 말이다.

결말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그 역시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같은 종족의 남자와 사랑을 느끼고 행복하게 마무리가 될 줄 알았는데 마지막까지도 매런은 사람을 향한 허기를 느꼈다. 그렇다고 버라이어티하게 습성을 버리는 등의 말도 안 되는 결말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아마도 외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매런을 향한 연민이지 않을까.

읽는 내내 매런의 습성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누가 봐도 거부감을 느끼는 식인 습성은 무엇을 나타내는 것일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매런의 사람을 향한 허기와 먹는 것은 사람을 향한 애정과 그리움의 표현이라고 느껴졌다. 식인 습성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엄마가 매런을 떠날 일은 없었겠지만 소설 내용만 보면 매런이 그렇게 화목한 집안의 딸은 아닌 것 같다. 매런의 엄마도 양육자로서 애정을 주지 못했고, 아버지는 말할 것도 없다. 또한, 매런을 향한 유혹의 눈길은 순수한 목적보다는 하룻밤을 보내고 싶은 늑대들의 불순한 목적이 더 강해 보인다. 그런 과정에서 매런은 사람을 먹는 행위로서 이러한 부분을 채우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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