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토종 씨의 행방불명 / 신통방통 곱셈구구>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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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토종 씨의 행방불명 - 우리가 알아야 할 생물 종 다양성 이야기
박경화 지음, 박순구 그림 / 양철북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이 책을 봤을 때는 단순한 동화책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책을 펼쳐서 한 줄 두 줄 읽어내려가면서 점점 마음이 무거워졌다. 미처 잘 모르고 있었던, 아니 알고도 모른 척했던 불편한 진실들이, 그러나 알아야 하고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들이 책 안에 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의 저자인 박경화 씨는 시골에서 나고 자랐다고 한다. 그래서 일찍 환경과 생태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환경 현장을 다니면서 녹색연합에서 활동하셨다고 한다.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도 이분이 쓰셨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책에서 설명하는 부분들이 상당히 자세하고 실제적이었다.
또 하나 이 책의 장점은 우리가 무심코 생활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일깨워 준다는 것이다. 우리 일상과 환경의 연관성을 잘 설명해주셔서, 생활 중에 경각심을 가질 수 있게 만든다.
편의점에서 무심코 접어든 생수 한 병이 오히려 생수가 나는 마을 사람들을 목마르게 하고 있다는 사실도, 한 번 입고 버린 티셔츠 한 장이 인도 고사라 마을을 황폐하게 한다는 사실도 말이다. 오렌지 대신 감귤을 먹으면 더워지는 지구의 온도를 하나 더 낮출 수 있다는 것도, 팬시점에서 고른 예쁜 공책 한 권에는 오랑우탄의 눈물이 배어 있다는 것도 말이다.
토종 볍씨들이 사라져 가는 이유, 여우가 행방불명된 이유도 책을 통해 저자는 우리에게 묻고 있고 또 원인과 그 결과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찬찬히 읽다 보면 결국 문제의 원인과 결과가 모두 인간과 관련됨을 알 수 있다. 심는 대로 거두는 것이다.
한강 상류 지역에는 전국 고랭지 밭의 85퍼센트가 몰려 있다.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를 거쳐 남쪽으로 흐르는 송천은 10여 년 전만 해도 아주 맑고 깨끗한 물이 흘렀다. 그런데 고랭지 밭에서 흙과 농약이 흘러들면서 본래 모습을 잃어버렸다. 송천은 동강을 만나서 다시 한강으로 흘러간다. 홍천을 지나는 조항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조항천도 소양호를 지난 한강으로 달려간다. 그렇다면 고랭지 밭은 왜 한강물을 더럽히는 원인이 된 것일까? 바로 숲이 들어설 산의 정상에 나무를 모두 베어버리고 배추만을 심었기 때문이다. 배추만을 심다 보니 땅심이 약해져 배추가 병충해에 약해 농약을 많이 쳐야 하고, 짧은 재배 기간을 제외하고는 민둥산 상태로 방치해놓으니 조금만 비가 내려도 흙탕물이 흘러내리게 된 것이다. 우리 밥상에 오르는 김치 한 조각에도 이렇게 많은 생명과 환경 이야기가 얽혀 있다. <본문 중에서>
여러 이야기 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바로 고랭지 밭의 오염이다. 늘 시장에서 보고, 마트에서 보고, 김치로 담가 먹기에 더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강원도 산간 지역의 고랭지 밭은 약 2-3개월만 배추와 무를 재배하며, 일 년 중 나머지 기간은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큰 비가 내릴 때 약해진 흙이 쓸려 내려가면서 강의 상류를 오염시키고, 땅속에 있던 인과 질소 같은 오염 물질이 물속에 섞여버리면서 수질 오염이 발생하여 물속 생태계가 오염되고, 더군다나 상수원보호구역이 오염되면서 이 오염된 물이 그대로 흘러 한강으로 들어와 결국 우리 집까지 고랭지 밭의 오염이 들어오게 된다고 한다. 우리 식탁에 늘 오르는 김치, 고랭지배추와 무에도 이렇게 환경오염이 숨어 있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한숨이 저절로 나오고 막막해진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난감하기도 하고, 도대체 어떻게, 누가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까 생각이 된다.
요즘 환경 문제에 관심이 높아지고, 환경보호에 관한 대책들이 논의되는 부분들이 보여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사실 심각한 수위에 놓여 있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세상은 우리를 비웃으며, 진화와 반대 방향으로 달려간다. 인간이 망쳐 놓은 부분들을 수습해야 하는데... 환경 문제에 대해 절실한 관심과 대책이 참으로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