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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귀 ㅣ 문원 세계 청소년 화제작 3
쎄르쥬 뻬레즈 지음, 박은영 옮김, 문병성 그림 / 도서출판 문원 / 2000년 7월
평점 :
품절
여동생 죠슬린은 정신이 좀 이상한데, 완전히 백치 같은 지경이다. 나는 그런 죠슬린이 차라리 부럽다. 풀어야 할 수학 문제도 없고, 하루 종일 매를 맞지 않아도 되니까. 난 바보지만 진짜 바보가 아닌 게 한스럽다. 열두 살짜리 레이몽은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이 글의 주인공 레이몽은 학교에서는 학습부진아로 선생님에게 귀를 쭉 잡아당겨지는 벌을 받고, 아이들에게는 당나귀 귀라고 놀림을 받고 늘 동네북마냥 집에서는 매를 맞는 것이 일상인 아이입니다. 제대로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레이몽에게 선생님이 수학문제를 다시 상냥히 가르쳐주셨음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선생님은 더더욱 윽박지르고, 바보 멍청이 취급을 하고 아이 귀를 잡아당기기 시작한다. 결국 졸도한 레이몽, 그후 레이몽의 생활은 순간순간 아이들에게 놀림받고 배척당하는 그런 생활이었던 것이지요. 그런 레이몽에게 유일한 즐거움이 있다면, 수요일 아침이면 빵집 아저씨와 마을을 돌며 빵을 배달하는 일이었습니다. 우물쭈물하지 않아도 되고, 매를 맞을가 노심초사하지 않아도 되고, 기분좋게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돌아다니는 그 시간만큼 행복한 시간은 없었지요. 선생님이 레이몽을 유급시키려고 하자, 레이몽의 부모는 훔친 돼지 한 마리를 뇌물로 주고 무마시킵니다. 선생님은 레이몽을 유급시키지 않은 대신 아무 것도 가르치지 않고 그저 공책을 베껴쓰도록 하는 게 고작입니다. 그리고 레이몽의 부모는 그 일 이후로 레이몽에게 더 심한 학대를 하지요. 견디다못해 레이몽은 마침내 가출을 결심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빵집 아저씨의 도움으로 그 고통 속을 벗어날 기회를 얻습니다.
이 대목에서 드디어 레이몽에게 행복한 생활이 시작되었구나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다음 순간 작가가 원망스러워졌습니다. 레이몽을 데려가시기로 한 날, 빵집으로 데리고 가 빵기술을 가르쳐주겠다고 한 아저씨는 그만 교통사고로 죽으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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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참다운 진짜 인생이었다. 아빠도 없고, 엄마도 없는, 매 순간순간마다 매 맞을 걱정하지 않아도 좋은, 두려움 없이 살 수 있는 진짜 인생 말이다 나는 이제 빵장수가 될 것이다. 매일 아침, 나는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나의 봉사를 선물할 것이다. 그리고 죠슬린에게는 이 우주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좋고, 가장 멋있고, 가장 큰 크로와상을 갖다 줄 것이다" (p163)
그러나 레이몽의 꿈은 산산히 부서져버린 것입니다! 얼마나 안타까운지..
우리가 아이들 마음이 얼마나 연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것이라는 걸 안다면 항상 아이들 마음을 세심하게 돌아보아야 하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죠슬린을 열심히 봐주었는데, 안경이 부서질까 놓으러 간 사이 죠슬린은 넘어져 혹이 나고, 레이몽은 너무나 겁나 합니다.
"난 겁이 더럭 났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다. 엄마는 틀림없이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알려고 하지도 않고, 다짜고짜 내 잘못이라며 화낼 것이 분명했다. .. 엄마는 내 얼굴은 보지도 않고 내 뺨을 내리쳤다. 철썩! 철썩! 한쪽 빰을 쳐서 얼굴을 돌리고 또 다른 쪽 뺨을 쳐서 제자리로 갖다 놓았다.
"너 이녀석 그만큼 죠슬린한테 나쁜 짓을 했으면 됐지. 이제는 네 여동생을 다치게 해야만 속이 시원하겠니?"
"엄마, 어떻게 그런.."
"시끄러워, 난 이제 네 엄마가 아니야. 엄마는 무슨 엄마, 아휴, 내가 저런 애를 왜 낳았는지 몰라, 정말."
사실은 죠슬린을 웃겨주면서 열심히 봐주었던 건데,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동생이 죠슬린인데, 그런 레이몽의 마음을 엄마는 절대로 이해하지 못하는거지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제제가 오버랩되어 생각이 나네요. 읽는 내내 가슴이 아픈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