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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선생님이 챙겨 주신 중학년 책가방 동시 - 섬진강 작은 학교
김용택 엮음, 우연이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8년 12월
평점 :
섬진강 작은학교 김용택 선생님이 챙겨주신 <중학년 책가방 동시>는 김용택 선생님이 시를 고르시면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시려고 많이 노력하셨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다. 둘째와 본 <저학년 동시>와는 또다른 맛이 난다. 좀더 생각해야 되는 부분도 들어 있고, 아이들이 시를 읽으면서 시의 배경에 대해 설명을 통해 새로이 알게 되는 부분도 있었다.
애기의 새벽
우리 집에는
닭도 없단다
다만
애기가 젖달라 울어서
새벽이 된다
우리 집에는
시계도 없단다
다만
애기가 젖달라 보채어
새벽이 된다.
미처 알지 못했던 윤동주 시인의 시였다. 예전에는 주로 닭의 울음 소리로 날이 새는 것을 알았는데, 이 집은 너무나 가난해서 시계는커녕 닭도 없었다. 애기가 배가 고파 젖달라 보채면 새벽이 된다는 것은 이 집이 얼마나 가난했는지 그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실 일제 강점기때 우리 나라 사람들은 다 이렇게 가난했다. 특히 간도쪽으로 이주해 살아갔던 이들은 더 그러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아픈 현실이 이렇게 동시 하나에 다 들어가있었다.
아이랑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가슴이 뭉클하고 아려왔다. 그 시절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 지금 이렇게 편안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감사해야 한다!
아이의 마음을 어찌나 잘 표현했는지 저절로 공감이 갔던 시도 있었다.
개구쟁이
- 문삼석
개구쟁이래도 좋구요,
말썽꾸러기래도 좋은데요,
엄마,
제발 "하지마, 하지마"하지 마세요.
그럼 웬일인지
자꾸만 더 하고 싶거든요.
꿀밤을 주셔도 좋구요,
엉덩일 두들겨도 좋은데요,
엄마,
제발 '못 살아, 못 살아' 하지 마세요
엄마가 못 살면
난 정말 못 살겠거든요
부모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이렇게 아이에게 영향을 끼치는 데, 정말 우리 부모들은 말을 조심해야 한다.
하지마 하지마 하면 더 하고 싶어지고, 엄마가 못 살면 난 정말 못 살겠다는 아이의 심정을 어쩜 이리 잘 표현하셨을까?
이 시는 김용택 선생님도 가장 좋아하는 동시라고 적어놓으셨다. 이렇게 실감나게 우리 어린이들의 마음을 표현한 동시도 드물다고 같이 적어놓으셨다. 나도 전적으로 동감이다!
이 시외에도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아지게 된 동시가 있다. 문삼석 시인의 시였다. 아무래도 문삼석 시인의 시를 계속 찾아봐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바람과 빈 병
바람이
숲 속에 버려진 빈 병을 보았습니다.
"쓸쓸할 거야"
바람은 함께 놀아주려고
빈 병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병은
기분이 좋았습니다.
"보오 보오"
맑은 소리로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좋은 동시 한 편은 아이들의 마음을 곱게 만들어주고, 세상을 보는 눈을 착하게 만들어준다. 새삼 아이들에게 동시를 자주 읽혀야겠다고 나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