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 - 인류 고전 15권에 묻고 스스로 답하다
박병기 지음 / 인간사랑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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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전체 사회와 복지라는 명목으로도 유린할 수 없는

정의(Justice)에 입각한 불가침성을 갖는다.” - '존 롤스'정의론(P 128)

 

저마다 책을 읽는 이유는 다를 것이다. 나는 인식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독서를 한다. 그것은 나의 앎이란 것이 지극히 좁고 이 협소한 지식과 체험에 근거한 신념이 내 삶의 선택을 그릇되게 할 수도 있으며, 혹여 타인과의 관계를 훼방하여 공동체에 해가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결국 올바르며 가치 있는 삶으로 나를 견인하기 위해서이다. 실제 여기서 획득되는 새로운 앎이라는 수확은 생각하는 삶으로의 안내이다.

 

생각하는 행위는 올바름에 대한 지향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지이며, 이로 인해 발견되는 비판의 대상이 되는 요인들을 다시금 성찰할 수 있는 분별력을 가져다준다. 그럼에도 이 분별의 규준으로 작용하는 믿음의 인식은 끊임없이 확장될 필요가 있어 책을 읽는 행위를 중단할 수 없다. 내 믿음의 한계라는 외연을 넓히지 않고서는 어느 순간부터 편협과 아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족이 길어졌지만 인류 고전(古典) 15권에 묻고 스스로 답하다라는 부제가 붙은 삶의 선택에 대한 물음인 이 책이 지금 우리들을 이끄는 믿음에 대한 숙의(熟議)와 성찰의 길을 터주는 작업으로 다가왔기 때문에서이다. 이는 저자의 머리말처럼 삶으로부터의 거리두기를 전제로 하는 사유와 성찰의 시,공간으로서의 고전 읽기가 지니는 고유한 위상이다. 그래서 책, 우리는 어떤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는 바로 이 지점을 일깨우는 실천적 모색이 된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가 사유(思惟)라는 행위를 그만두기 시작했는지, 혹은 잃어버렸는지 모르겠다. 모든 미디어 매체는 물론 사람들의 대화에서 우리들은 자신의 좁은 체험에 기반한 위태로운 신념에만 지나치게 몰두하는 모습들을 목격하게 된다.

우리 삶을 불만족스럽게 만드는 첫 번째 원인은 이기심이고, 그 다음이 정신교양의 부족이다.” (P 138)라고 쓴 존 스튜어트 밀의 지적은 이러한 사태의 원인을 가리킨다. 정신교양의 부족은 자기 개인을 형성하고 있는 신념, 그것에 대한 인식의 폐쇄성을 의미하는 것일 게다. 자신이 아는 것만을 반복하고, 암기한 구호를 거듭 반복하기만 하는 틀에 박힘, 다시 말해 무사고(無思考), 생각 없음에서 비롯되는 갈등이 보편적 진리에의 접근을 가로 막는다.

 

아마 획일화된 믿음에 기반 하여야만 지탱되는 전체주의적 사회가 필요한 권력에게는 시민의 무사유가 긴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생각하는 길, 인간적 삶의 길을 터주는 윤리(倫理)’라는 교과목을 없애버리거나 자신들의 목적을 유지시켜주는 수단으로서 왜곡시키는 것이 이 땅의 불온한 권력들의 방편이었다. 이것은 사라진 윤리를 귀환시키려는 시민적 자각인 촛불혁명에 대해 극단적 반감을 보이는 수구권력의 행태가 반증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네들의 행태적 속성인 내 편에 속하지 않는 타인에 대한 배척과 배제는 곧 사유 없음임을 알아차리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3월에는 고등학교 교과과정에 고전과 윤리라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아쉽지만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사는 사회와 내 삶의 규준을 바르게 정립 할 수 있는 사유의 길을 터주는 정말 중차대한 기초이기 때문이다. 마침 우리 시대의 삶을 포섭하는 세계관에 대한 이해로부터, 삶의 양상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개념과 특징들,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 시민윤리의 핵심, 사회제도의 덕목, 보편적 진리에 대한 추구 등 시민사회의 개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생각의 초석들을 논어, 격몽요결, 목민심서등 동양의 고전과 니코마코스 윤리학, 공리주의, 정의론등 서양의 고전을 종횡하며 생각게 하는 이 책은 바로 지금 맞춤의 지혜가 아니라 할 수 없다.

 

저자의 지적처럼 오늘의 우리들은 각 개인의 가치지향과 관계 맺기, 사회적 분석 및 미래 모색을 해나가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만큼 엄중한 위험과 불안이 지속적으로쏟아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세계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삶의 길을 선택해야 하는 것일까? 독선과 아집, 편견과 선입관으로 가득한 탐욕과 이기심이 삶을 지탱해 줄 수 있을까? 이러한 믿음이 이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 해 줄 수 있을까? 고전은 인간의 삶에 보편적 공통성이라는 우물을 길어 올릴 수 있게 하여준다. 그래서 가치관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이끌어갈 수 있을까와 관련된 보편적 지혜를 담고 있는 자료이자 대화자인 고전은 그대로 삶의 방향을 숙고하는 등대가 되어주기도 한다.

 

자신의 유전자와 성장배경, 교육 등을 통해 형성된 도덕에 대해서 어느 시점에서는 한 발 물러서서 성찰할 수 있어야만 제대로 된 삶을 이끌 수 있다. ... 자신이 포착할 수 있는 진리가 지닐 수밖에 없는 절대적 한계에 대해서도 충분히 유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P 202)라는 저자의 바람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이 문장이야말로 고전을 읽으며, 시민윤리를 귀환시켜야하는 우리들의 지향점 제시 일 것이다. 책은 분명, 세상을 바라보는 흠 없는 투명한 창이 되어주는 데 모자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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