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할 수 없는 모중석 스릴러 클럽 30
할런 코벤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이성을 마비시키는 온갖 소음들과 사건들에 싸여 지내는 현대 도시의 일상에서 도덕적 균형을 잃지 않기란 너무도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각종 매스미디어가 쏟아내는 진위를 알 수 없는 정보들이 진실을 왜곡하고, 급기야는 거짓이 증폭되고 확산되어 사실 자체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마녀를 사냥하는 중세의 그것처럼 선량한 한 시민을 악인으로 만들어버리는 입증되지도, 도덕성을 지니지도 않은 말들이 기승을 부린다.

 

소설은 크게 네 개의 물음을 가능케 하는 어떠한 인과관계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행위와 사건을 하나의 도덕적 언어로 연결한다. 용서 ! 타인의 죄나 잘못한 일을 벌하거나 보복하지 아니하고 감싸고 덮어주는 미덕이다. 관용이고 포용이다. 내게 상처와 좌절, 해악을 끼친 사람을 감싸준다는 것은 말처럼 용이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그것이 나를, 내 가족을, 내 벗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이었을 경우 에는 더더욱 어려운 감정이다. 바로 이것을 향해 소설은 강박과 위협의 지대를 달린다.

 

첫 번째 물음은 무책임한 알콜중독 여성의 음주운전으로 남편을 잃고 아들과 함께 상실의 고통을 극복하려는 방송 리포터‘웬디’의 시선으로부터 이다. 가해자로서의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집요하게 용서를 구하는 여자에 대한 도덕성에 대한 몰이해를 지적한다. 두 번째 물음은 허무맹랑한 소문이 진실이 되어버리는 무능력에 빠진 이성의 지대인 매스미디어의 폭력성이다. 유죄판결이 나기 전까지 모든 용의자는 무죄가 추정된다는 형법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신문, 잡지, 케이블 방송, 공중파 방송 등 매스미디어의 무분별한 몰아대기 식의 행위는 선량한 한사람의 시민을 쉽사리 악인으로 둔갑시키곤 한다. 한번 미디어에 오르면 좀처럼 표적이 된 사람의 도덕성은 회복되지 않는다. 대중들은 이유없이 낙인을 찍어버리고 자신들의 경계 밖으로 밀어낸다. 대중과 미디어의 부도덕성, 특정되지 않기에 아무도 자신들의 과오가 드러나도 책임지지 않는다.

 

세 째는 사법부의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유죄로 의심되는 사람을 대중이 정의의 실현이라는 이유로 직접 처벌하는 행위가 정당화 될 수 있는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그것이 내 아이를 성적으로 유린했으리라 확신하는 사람을 법이 놓아주었을 경우 부모로서의 분노를 생각하면 어떤 보복도 도덕적으로 공정하리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과연 그럴까? 그리고 마지막 물음은 자신과 가족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도덕적 실수로 야기된 타인의 죽음을 은폐하는 행위와 공공의 선(善)이 충돌 할 때 우리라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라는 문제이다. 내 가족의 안위라는 선을 위해 도덕성의 기준을 달리 적용하는 것이다. 물론 이 소설을 이처럼 획일적인 범주로 분할하는 것은 작품의 본질을 해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 범주에 억지로 끼워 넣을 수 없는, 동료들을 위해 희생자가 된 사람의 진실의 복귀를 위한 삶의 역행이 잉태하는 부도덕성에 대한 고통스러운 질문도 있다.

 

이 작품이 발군의 빛을 발하는 것은 이 같은 물음들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무관함에서 상관성으로 그리고 인과성에 이르게 되는 구성력이다. 바이럴마케팅, 입소문의 무차별한 자기증폭과 확산력이 도덕성과 진실을 지니지 못할 경우 그것이 일으키는 씻을 수 없는 파괴력이다. 익명의 문자메시지로 특정인이 추악한 소아성애자임을 알려온다. 이것은 한 남자를 소애성애자라는 낙인을 찍어버리고, 궁극에는 무죄 판결이 났음에도 피살된다. 여기에 피살자와 대학 동료시절 지울 수 없는 이해관계를 가진 누군가는 이 상황을 보복의 환경으로 이용한다. 더욱이 실종된 십대 여자아이의 스마트폰이 피살자의 도피처에 발견되게 함으로써 자신들의 비열한 도덕성을 은폐하는 또 다른 가족의 부도덕함이 더해진다.

 

입증되지 않은 소문에 의거해 한 남자를 사회에서 완전히 매장해버리고 급기야 죽음에 이르게 한 방송 리포터 웬디의 자각, 무능력 지대에 빠졌던 이성의 회복은 소아성애자의 오명을 쓰고 피살된‘댄 머서’ 의 대학기숙사 동료들을 추적함으로써 진실에 다가가게 한다. 이 진실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장면들은 미스터리 문학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 논리적 정교함이란! 기막힌 반전이란! 더구나 예상치 못한 선(善)의 기대가 충족되는 순간, 진심과 용서, 이성이 회복된 지대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전화선 저 멀리서 웬디를 향해 들려오는 목소리. “당신을 용서합니다.” 한 마디 문장에 절망적이고 어두웠던 세상이 감동으로 환희 밝아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야기의 재미에 압도당하고, 사회에 대한 예리한 감수성을 회복시켜주며, 용서라는 도덕적 미덕을 다시금 생각게 하는 『결백』에 이은‘할런 코벤’의 또 하나의 걸작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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