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중년 프로젝트 - 배 나온 아저씨에서 호감형 퍼펙트 맨으로 거듭나는 방법
김종엽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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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어째 민망해서 낯이 화끈거리지만 나이 듦에 따라 그 현상들이 외형적 신체뿐 아니라 각종 신체기관에서 현저하게 달라졌다고 마구 신호를 보내는 통에 냉큼 집어 들었다. 그렇다고 ‘꽃’같다고 하는 어떤 환상을 가지고 덤빈 것은 아니다. 늘어난 주름살을 없애 팽팽한 겉모습을 만들어 보겠다는 야심은 가져 본적도 없으며, 다만 생물학적 나이를 넘어서는 과다한 노화로 급속한 생기의 상실만큼은 막아보자는 심산이었다 하겠다.

 

어느 날 세면대 앞에 있는 거울을 쳐다보게 되었는데, 바쁜 아침 시간에 왜 그런 여유있는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런데 눈 아래 축 처진 반달의 모양이 모습을 나타내고, 머리는 더욱 희끗한 색들이 돋아나 있으며, 어딘지 윤기를 잃은 것 같은 꺼칠한 정말의 중년 남자를 보았던 것이다. 아마 그 이후부터 내가 소위 늙기를 시작했구나 하는 나이 듦에 대한 진짜의 이해를 가졌던 것 같다. 이 자각은 이전에 단 한 차례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내 육신에 대한 연민을 불러왔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인지 중년의 건강한 삶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예사스럽게 그저 흘려보내지 못하곤 한다.

 

이 책의 미덕이라면 심오한 의료 비법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중년 남성이라도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생생한 현실 속에서의 가능한 실천방법들과 누구나 자기 의지의 여하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특히, 중년에 들어 선 남자들이 의례히 고민하고 관심을 집중시키는 부분들을 콕 집어 진단하고 처방을 내려주고 있어 더욱 요긴한 조언으로 다가 온다.

살이 쪄도 하필 배만 나와 신체의 균형미를 잃어버리게 하고, 머리카락은 왜 자꾸 빠지는지, 게다가 쉽사리 피로해져 만성적인 피로감을 떨쳐내지 못하는데다가, 피부의 탄력성은 나날이 상실되는 것 같고, 기억력도 가물가물, 술 담배는 여전히 끊지 못하여 입 냄새는 달고 다니는 등등, 아마 아저씨들 고민의 정곡을 찌르는 요인들의 구성은 단연 돋보인다.

 

이러한 구성 중에서도 아마 관심사들은 조금씩 다를 것이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주목하게 했을 것 같은데, 의사들의 밥상은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다. 그들의 밥상은 건강을 지키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정보라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칼로리를 염두에 둬라, 그러나 아침 식사는 삼겹살도 좋다. 칼로리도 생각지 말고 성대하게 먹어라, 그리고 채소를 늘리는데, 파프리카나 오이, 당근, 양파는 고기만큼 속이 든든하다고 자신의 밥상을 소개해준다. 물론 합당한 의학 지식을 설명하면서 그 타당성에 의거한 얘기이다. 또한 다이어트와 관련하여 ‘NO 지방’과 같은 지방섭취를 배제하는 신체손상의 프로그램들을 경고하듯이 잘못된 의료정보들에 대한 이해를 시정시켜주고, 적절한 지식을 전문 의사로부터 경청하는 기회를 베풀기도 한다.

 

한편 민간요법이라고 잘못 전해지는 발모 예방법들처럼 탈모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중대한 정보가 소개되기도 하며, 의례히 겪는 만성피로증후군의 증상을 자가 점검하여 이상 징후를 발견하도록 돕거나, 그 진단과 조치의 단계를 통해 혹여 무시해버리고 넘어갔을 수도 있는 병원(病原; 병의 원인)을 통해 정밀 진단으로 우리의 발걸음을 이끌기도 한다. 일례로‘섬유근육통, 바이러스질환, 갑상샘 기능저하, 요로감염, 암 등’과 같은 질환이 만성피로로 은폐되어 있다는 것은 다시금 자신의 신체를 되돌아보게 한다. 한편 힘 덜 들이고 밥 덜 먹는 요령과 같은 조언에서는 우리의 상식을 깨버리는데, 지나친 저지방 식이는 오히려 식욕을 억제하지 못하고 허기지게 만들어 유해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으며, 허기를 가라앉히는 데는 섹스를 열심히 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다고 추천한다.

 

흥미로운 조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초콜릿 복근’에 대한 갈망으로 너도 나도 식스팩 만들기에 여념이 없게 하는데, 중년 남자들의 건강에 참말로 유해하다는 것이다. 체지방이 4% 이하여야 초콜릿복근이 되는데 중년 아저씨들의 적정 체지방은 10~20%를 유지하여야 된다는 것이니, 생명을 담보로 한 외면 가꾸기의 폐해는 남성들의 수명을 단축시키기에 이른 모양이다. 또한 과도한 운동은 유해활성산소의 생성을 증가시켜 세포를 산화시켜 노화를 촉진하게 되니 무엇이든 과하면 화를 초래하기 마련인가보다. 그리고 이젠 대중화된 골프로 인해 워밍업도 없이 그저 스윙에 임하는 무지를 일깨워 주면서, 유연성과 골프용 근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슬쩍 알려주기도 한다. 플라이오메트릭스(plyometrics) 트레이닝이 그것인데, 이처럼 알아두면 좋은 운동방법도 의료적 배경 하에 소개되고 있어 저자의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표제처럼 소위‘꽃 중년’은 외면일 것이다. 외피, 진피, 그리고 피하지방으로 구성된 피부의 관리에 대한 지대한 관심인데, 외피의 방수기능을 비롯해서 가장 중요한 피부의 보습 방법, 하물며 스킨과 로션 또는 크림 등 화장품의 선택에 대한 조언에 까지 미친다. 게다가 입 냄새 치유의 경우, 치아, 혀, 치석, 보철물, 건조한 구강상태, 편도결석, 축농증, 인후두 역류 질환에 이르는 원인별 증상을 통해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자기 처방의 방안들을 파악할 수 도 있다.

끝으로 기억과 암기력의 퇴보와 관련하여 간접경험인 독서의 연상 작용이 기억의 원활을 도우며, 누군가를 가르치는 행위,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보의 유기적 연결훈련과 같은 유용한 처방을 얻을 수 있다. 뇌의 건강관리, 혈관을 비롯한 신체의 내장은 물론 보톡스 주사 등 성형까지 아우르는 외형적 건강관리에 이르는 그야말로 중년 남성을 총체적인 의료정보를 망라하여 진단하고 처방을 내려주고 있다.

 

실천은 개인인 자신의 노력이다. 또한 가는 세월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담배를 피우고, 식단조절에 실패하고, 운동을 소홀히 하며, 아예 책이라고는 담을 쌓고 지내는 자기 삶에 무심했던 생활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 친절한 의학 가이드는 가능성 있는 길을 충분하고 명확하게 제시해 준다. 꽃미남은 아닐지언정, 삶에 활기를 잃지 않고 자신감에 찬 건강한 인생을 일궈내는데 긴요한 책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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