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우리 차 - 계절별로 즐기는 우리 꽃차와 약차
이연자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의 맛, 우리의 신체를 다스려 온 전통의 음료를 까맣게 모르고 산다는 것이 불현듯 꽤나 모순처럼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더구나 차(茶)라 하면 왠지 고풍스럽고 다례(茶禮)니 다도(茶道)니 하여 까다롭게 느껴져 불편한 심사에 가까이 하지 못한 연유도 있다하겠다. 

책에서 차(茶)에 대한 정의를 소개하고 있기도 하지만, 다산선생이 『아언각비』에서 지적했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강차, 상지차, 송절차, 오과차 등 차가 아닌 탕을 마시면서 관습적으로 차라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차나무 잎으로 만든 것을 차라 해야 옳다.”와 같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조 27년에 이르러 “차를 마시는 것과 탕제와 약은 하나다.”라고 “가벼이 마시는 음료를 아우르는 표현에 차(茶)를 사용”함으로써 오늘에는 잎차뿐 아니라, 열매, 뿌리, 꽃을 사용하는 모든 음료를 차라고 부르게 된 것 같다.

그럼에도 고유의 차 잎으로 우려낸 차를 모르고 차를 말할 수 있겠는가. 해서 책에는 차나무에서 차 잎을 채엽하고 그리고 덖고 발효하는 정도와 찌는 과정의 유무 등의 과정에 따라 구분되는 녹차에서 백차, 황차, 청차, 홍차, 흑차의 특성과 산지(産地), 향, 맛, 성분, 효능, 우려내는 법을 소개하여 그 성능 및 취향에 따른 관심을 갖도록 안내하고 있기도 하다. 이중 우리나라는 녹차가 주로 생산, 제다(製茶)되는 모양인데, 그중 곡우(穀雨; 양력 4월20일)전후하여 채엽되는 어린 새싹을 최상품으로 친다고 한다. 이후 채엽 시기에 따라 세작, 입하차등으로 나뉘어 불리는데, 역시 잎사귀 뒷면에 흰털이 보송보송 달린 일명 첫물차를 따르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이와 같은 차나무 잎차를 즐겨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명약도 한 가지만을 오래 취하면 해가 따른다”고 하듯이 차도 바뀌는 계절마다 그 계절에 맞는 재료를 이용하여 자연과 생체 리듬의 조화는 물론 계절 특유의 맛과 기능을 즐기는 것은 또 하나의 멋스런 지혜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각 계절 특유의 꽃과 과실을 통해 계절에 어울리는 색감과 효능을 간직한 60여 종의 차에 대해 차를 만들고 우려내는 방법은 물론 각기의 의학적 성능 등 실용적 지식과 함께 친절하고 유용한 길을 안내를 해주고 있다.

생꽃 그대로 우려내도 좋다는 봄이면 제일먼저 어디에서나 피어나는 개나리꽃, 그리고 신비한 향기와 은은한 차색이 일품인 꽃 잎 아홉 장짜리 토종 목련의 꽃 잎차, 생강향이 나서 이름인 생강나무꽃차, 그리고 진달래, 복사꽃, 민들레 꽃차가 봄철 차들을 수놓는다. 그래도 잎차인 제철의 차나무 녹차인 햇차를 빼 놓을 수는 없다. 값이 다소 비싸지만 가장 먼저 딴 어린 차 잎으로 만든 우전차는 효능과 맛에서 최고라니 말이다.

한편 성큼 다가온 여름에는 갈증이나 속 열을 시켜주고 탈나기 쉬운 내장을 다스려주는 차들이 그만일 것이다. 그래서 장미꽃, 아까시아꽃차부터 식후에 마시면 위의 자극으로 소화를 촉진시켜주는 박하차, 설사, 해열에 특효인 청매실차,  레몬보다 비타민C가 스무 배나 많으며, 더위로 오른 혈압을 내려주고 갈증 날 때 속 열을 풀어주는 것은 물론 카페인 성분 또한 없어 위에 부담도 주지 않는 감잎차는 진정 여름철 차로서는 제격인 듯싶다.
그리고 칡꽃, 맨드라미, 국화꽃이 피어나는 가을에는 이들 꽃차와 포도차, 내장 통증을 다스려주는 우엉차, 송이차가, 겨울에는 중풍, 고혈압 예방에 좋은 송화차, 동백꽃차와 꽃차의 백미라 하는 입안  가득 퍼지는 청향이 그만인 매화차가 우릴 기다린다.

꽃차에는 투명한 유리 다기가, 잎차에는 우리 전통장인의 얼이 담긴 도자기 다기로 조합을 맞추어 차를 우려내면 차 마시는 즐거움에 품격과 멋이 더해져 분위기와 차 맛이 한층 우아해질 것 같다. 소개되는 모든 차마다 어울리는 다기세트와 우리는 방법이 화려한 화보와 어울려 그 시각적 즐거움도 이 책의 또 하나의 장점이라 하겠다. 게다가 물맛이 절반이요, 나머지 절반은 정성이라고 하는 차 맛이 살아나게 하기위해 물이 끓으면 뚜껑을 열어 한 김 날려 보내는 세심한 방법들까지 더해서 이 책은 우리의 건강은 물론 세련된 미감을 살려주는데 더 할 수 없는 산 정보를 준다. 가정에 한 권씩 비치해두고 계절별로 차를 끓여낼 때마다 참조하면 아주 유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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