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의 역습 - 내 몸속 세포가 말라 죽고 있다
클라우스 오버바일 지음, 배명자 옮김 / 가디언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한국인의 식단은 유독 자극적인 음식이 많다. 맵고 짠맛이 사실 특징이랄 수 도 있는데, 그래서인지 신장질환자를 주변에서 많이 발견하게 되는 사유인 모양이다. 염화나트륨, 바로 소금이 우리네 음식, 특히 장류인 간장, 고추장, 된장은 물론 김치, 젓갈, 장아찌에서부터 전골, 찌개, 탕, 조림 등을 통해 엄청난 양이 우리 몸속으로 유입된다. 게다가 각종 냉동식품, 즉석식품, 통조림 등 염화나트륨 덩어리인 가공식품까지 가세하여 그야말로 소금이 한국인의 몸을 절이고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을 들게 된 이유도 손발이 붓는 것 같고, 소화능력도 석연찮은 것이 혹 너무 짜게 먹는 것 아닌가하는 나름의 의심과 진단 때문에 소금이 인간의 신체에 미치는 영향, 그 질환은 물론 예방책이나 저염식 식단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하겠다. 그러나 실제 염화나트륨(소금)이라는 미네랄이 우리 신체의 각 기관이나 호르몬, 그리고 생체장치로서 수행하는 역할을 접하고는 그 기능상의 중요성과 민감성에 놀라움이 생각보다 컸다고 할 수 있다.  

소금이 혈액순환을 담당하는 림프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나, 신장 사구체의 기능을 저하시켜 소변 항상성의 기능을 훼손하고, ‘혈압 상승 터보장치’인 ‘노르아드레날린’이란 호르몬에 민감하게 반응해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올린다든가, 생체 중에 압수용체라는 혈압조절 역할장치가 유독 한 물질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데 그것이 바로 소금으로서 생명의 결정적 위협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한 소금은 혈액 속으로 파고들어가 그곳에서 물과 결합하고 혈액은 빼앗긴 물을 보충하기 위해 세포에서 물을 빼내와 생명장치를 파손하고 생체의 균형을 망가뜨리기도 하며, 관절활액을 희석시켜 점성을 떨어뜨려 관절의 손상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위협적인 기능에도 불구하고 가장 시선을 잡는 것은 소금이 인간의 본질적인 생명장치라 할 수 있는 ‘심장’의 펌프강도를 조절하고 혈관의 저항력을 조정하는 핵심적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이는 단순히 짠맛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내 무딘 감각이 벌떡 일어나게 하는데, 게다가 피부노화, 시력감퇴 등 수분과 관계하는 모든 신체적 현상에서 과다한 소금이 가져오는 결정적 폐해는 지금까지 나의 식생(食生)을 전면적으로 전환 할 것을 요구한다.

염화나트륨이 우리의 몸에 결코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생명유지를 위한 필수적 미네랄임에 분명하지만 성인기준 하루 섭취량의 한계인 5~6그램 이상을 먹는 우리의 과다한 소금식단이 가져오는 가공할만한 폐해가 문제인 것이다. 아마도 이 한계기준량의 몇 배를 우린 별 생각 없이 그 짠맛에 중독되어 자기 신체를 학대하고 손상시키는지도 모르며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경고이다.
이 책은 이처럼 소금의 무서운 신체적 해악의 설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의학적, 생리학적 지식을 통해 적정한 식습관과 신체관리를 지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나트륨과 염화물이라는 필수 미네랄의 결정체인 소금이 인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한다는 것은 달리 해석하면 그만큼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몸 속 수분조절, 영양소 수송, 수소이온 농도조절, 뇌의 신진대사, 근육유지 및 혈압유지 조절, 단백질 소화 등 그 기능은 그야말로 절대적이라 할 수 있기조차 하다. 그러나 인체가 요구하는 양 이상이 투입되고 있어 그 균형을 상실한 신체들은 그 만큼 비극적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기도 하다는 의미가 된다. 자연의 산물에는 굳이 소금을 별도로 섭취하지 않더라도 이미 충분한 염화나트륨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별도로 가미하는 각종 장류와 가공식품, 음식은 이미 지나칠 만큼 많은 소금을 포함하고 있어 주의하여야 할 것임을 말하는 것이다.

아보카도, 양배추, 바나나, 감자, 브로콜리, 시금치 등 과일과 야채에는 이미 인간이 섭취할 충분한 일일 나트륨과 칼륨이 들어 있는 만큼 별도의 염화나트륨은 과잉 섭취가 되는 것이며, 그러나 우리 식습관이란 단숨에 바뀔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염분 배출을 돕는 감자, 고구마, 오이, 부추, 버섯, 대두, 토마토, 감귤의 섭취는 훌륭한 건강관리 대안이 되어 준다. 더구나 소금이 아니더라도 풍부한 미네랄과 염화나트륨을 포함한 타임, 로즈마리, 바질 같은 채소이자 양념의 제안, 저염식 요리와 간식, 주스, 염분 배출 식단의 친절한 소개는 기꺼이 실천하는데 유용한 도움이 된다.

‘나트륨-칼륨 펌프’에서부터 ‘세포외액', '푸린(purine)의 덫', 각종 호르몬의 작용까지 소금의 인체 내에서의 생리학적 역할과 기능을 대중적으로 쉽게 풀이하여 섭생에 경각심을 갖게 하여주고, 나아가 소금과 관련한 역사적 일화나 당뇨 등 관련된 질환까지 아우르고 있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건강 지침서이자 저염식 식생활 실천 가이드로서 효과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짠맛, 거부하기 어려운 맛의 유혹이지만 우리의 말라죽는 체세포들, 고달픈 신장의 장치들, 신경계들을 위해서 점진적으로라도 소금을 줄여나가야 할 것 같다. 짧은 저술이지만 유익함이 큰 저작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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