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 - 이외수의 감성산책
이외수 지음, 박경진 그림 / 해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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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물과 부딪치다 보면 인생과 자연의 섭리, 우주 삼라만상에 대한 깨달음이 어느덧 깃들기 시작하고, 볼 수 없었던, 보지 않았던, 그리고 이성에 금지당하고 은폐되었던 진실과 조밀하게 연결된 세상의 진면목을 조금씩 알게 된다.
그러나 깨달음이란 것을 어찌 보잘 것 없는 조악한 사람의 언어로 표현 할 수 있겠는가마는 어렴풋하게 인생의 길을 안내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젠 사유의 세계와 경험이란 연륜이 깊어진 작가가 이러한 삶의 지혜들을 자신의 목소리와 또한 이를 대변하는 명인들의 일화, 고사, 우화, 금언, 잠언 등 아포리즘(aphorism)으로 엮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인생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은 마음의 울림을 준다.

허영, 위선, 기만의 본성을 질책하기도 하고, 좌절과 절망으로 암흑을 헤매는 고통의 실체가 삶의 과정이며 도구임을 깨우치게도 해주며, 어리석음과 과욕이 불러내는 자멸의 이치, 부분의 집착으로 생명을 잃고 사물화하고 기계화되는 자아를 상실한 오늘의 우리들을 물질로 환원할 수 없는 감성의 숭고한 세계로 인도하기도 한다.
현실, 시대에 압도당해서 의지를 상실하거나 자유를 상실한 젊음에게 “선택의 여지없는 상황에”처해 선택을 강요당하는 불행을 자초하는 무지와 안이함을 번뜩 깨닫게 하고, 순간 우쭐함에 젖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개구리의 우화처럼 자만의 실체를 보여주거나, “남을 욕하고 싶을 때는 그가 당신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이라고 생각하라.”고 인간 실체의 진실을 향한 전체상으로 이끌어주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구름이 무한히 자유로운 것은 자신을 무한한 허공에다 버렸기 때문이다.”처럼 자율과 자유란 무엇인지, “실 날 같은 소리라도 밖으로 표출하려면 실 날 같은 바람 한 가닥이라도 만나야 한다.”는 나와 세계와의 상호작용이란 존재의 섭리를 가르쳐주고, 무지와 발전, 그리고 궁극의 멸망이란 역사의 이치를 통해 자기인식과 반성 없는 현대인의 반복되는 우(愚)를 경고하기도 한다. 바로 이처럼 무질서하게 배열된 듯한 이 아포리즘들이 전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작가의 사람에 대한 진한 애정이 베어 가지런히 정렬된 것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한편 뼈있는 진리들이 저절로 우리에게 체화되는 재미있는 일화들로 미소를 머금게 하는 재치넘치는 구성이나, 각 장마다 수록된 몇 편의 감성 시(詩)는 은유라는 보다 원천적인 마음의 세계로 시선의 지평을 확장케 하는데, 감칠맛 나는 다음과 같은 시는 해맑은 진솔함과 낭만, 그리고 우주와의 멋들어진 교감까지 산다는 것의 진면목을 느끼게 해준다.

「보름달」

얇은 속옷 밖으로 드러나는 네 무릎
어느 중이 훔쳐다가 부처님께 공양했나
달도 참 밝구나     - 본문 P 323 에서

아마 진리란, 지혜란 보려고 애쓰는 사람만이 볼 수 있을 것이다. 육안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 따위에게 고작 생명 없는 물질밖에 더 보일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절망 속에 창조와 희망이 있고, 시련 속에 평화가 있듯이 우연 속에 필연이 있다. 사람이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일상에서 우리가 잊고 지내던 삶에 깃든 진실들을 통해 희망과 행복의 날개를 달아준다. 작가와 같이 수록된 이 아포리즘들의 산책을 끝내고 나면 우리 내면의 그릇이 제법 커져 있음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세상살이에는 비록 서툴지 몰라도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혜안과, 행동의 용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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