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독스 논리학 - 제논의 역설부터 뉴컴의 패러독스까지, 세계의 석학들이 탐닉한 논리학의 난제들
제러미 스탠그룸 지음, 문은실 옮김 / 보누스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모처럼 사용치 않던 뇌의 어느 부분을 사용하는 부담을 느껴보게 하고, 궤변인지 진실인지 조차 구분할 수 없는 이야기나 멀쩡한 이성이 기만당하는 역설들에 내 사고력과 판단력, 그리고 논리력이 구멍이 숭숭 뚫려있음을 자각하는 겸허한 시간이 되게 한다.
몇 가지 논리학의 난제(難題)는 우리네 이성의 딜레마를 이야기 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것들이어서 살짝 건너뛰어도 되지만, 문제를 이해하기에 더없이 핵심만 압축적으로 제기하고 있어 두뇌에게 반복 학습의 시간을 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아인슈타인이 어린 시절 궁리해 낸 수수께끼처럼 의외로 차분히 단서들을 대입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서부터 실마리를 찾지 못해 쩔쩔매다 해답란을 보고서야 아하~하고 이해하게 되는 확률의 논리문제도 있다. 또한 어수룩하고 섣부르기 그지없이 잘 속는 우리의 논리적 이성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기도 하는데, 언어에 내재하고 있는 마법같은 술수, 확률의 함정을 결코 피해가지 못하는 추론 능력을 확인하곤 인간 지성의 취약성을 새삼스레 인정하는 시간이 된다.

역전의 역설이라고도 하는'심슨의 패러독스(Simpson's Paradox)'에서 각각의 게임에서 진 사람의 합계의 점수에서는 오히려 앞서는 기이한 현상의 진실로부터, ‘저지의 역설’을 대하면 핵전쟁의 발발과 같은‘최후심판 날의 기계’와 같은 자동화, 기계화의 아슬아슬한 위기가 상상되기하고. 연쇄삼단논법의 패러독스와 같이 우리가 세상에 대해 아는 것과 논증의 결론이 일치하지 않는 모순을 보게도 된다. 사실 직관으로는 분명히 옳지 않음을 알지만 진실과 반대되는 논리적 결과를 명쾌하게 반박하거나 그릇됨을 지적할 수 없는 역설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존재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이 저작에서 발견하게 되는데, 거듭 인간지성으로 인간의 삶을 해석하지 못하는 것이 있을 수 없으리라는 내 신념의 붕괴를 인정치 않을 수 없는 당혹감에 잠시 휩싸이기도 한다.

특히 이 저작에서 시종 내 관심을 흐트러지게 하지 않는 두 개의 장인 철학적 난제와 패러독스 세계에 대한 것인데, 이 중에서도 자기스스로를 원소로서 포함하지 않는 집합들의 집합은 자신을 원소로서 포함하는가? 하는 일명 러셀의 패러독스나, 인과적 결정론은 인간에게 참 일 수 없다는 주장을 담고 있는‘뷔리당의 당나귀 패러독스’는 자유의지에 대한 의문까지 실로 광대한 사유를 이끌어 내고, 지배원리와 기대효용이론의 지지로 나뉘는 뉴컴의 인간 사고실험이 보여주는 사람들의 논쟁은 얼마나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지를 생각게 한다.

정체성의 딜레마처럼 진지함에 머물게도 하지만, 1달러 지폐를 경매에서 팔면 수지가 남을까하는 계획의 실상처럼 미소 짓게 하는 인간의 심리, 본성, 이성의 맹점을 발견하는 재미도 아울러 지니고 있는 흥미로운 저작이다. 그리고 각 단원마다 짤막한 논리퀴즈(Logic Quiz)가 있는데 이 문제들 또한 단연 압권이다. “벨기에에서는 남자가 자기 과부의 자매와 결혼하는 것이 합법일까?”한 번 풀어보시라!
세계의 지성들이 탐닉한 난제들을 함께 생각하고, 해결해 보는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사고와 논리, 인간의 실체를 발견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몇 자 되지 않는 짧은 문장들로 이루어진 책자이지만 수월치 않은 시간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꼼꼼히 읽다보면 애장도서 목록에 추가하고픈 생각이 은근히 지배하는 그런 저작임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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