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다윈의 시대 - 인간은 창조되었는가, 진화되었는가?
EBS 다큐프라임 <신과 다윈의 시대> 제작팀 지음 / 세계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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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런 논쟁을 왜 하는가에 주목 할 필요성을 느낀다. 진화론은 생물학이라는 과학의 영역에 있는 여느 과학이론과 다를 바가 없다. 과학은 가설과 경험적 실험 등을 통하여 검증하고 그래서 보편적이랄 수 있는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갖는다. 그래서 이 진실을 뒤집는 새로운 진실이 밝혀지면 수정되거나 폐기되기도 한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던 과학적 진실은 둥그렇다는 증거에 폐기되었으며, 인력에 의해 인간이 지구에 붙어있다는 진실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왜 유독 진화론을 향해서만은 유일신을 믿는 종교론자들이 자기검증 체제를 갖는 과학에 맡기지 않고 억척스러운 개입과 논쟁을 야기하는 것일까?

사실 이 저작물은 과학으로서의 진화론을 전제로 하지 않는 것 같다. 단지‘생명 탄생’의 말할 수 없음을 이유로 신비주의와 초월적인 그 무엇에 대한 다분히 종교적인 규명의 갈등에 맞추어져 있어, 세간의 유일신 근본주의자들의 창조론과, 기계론적 이상주의로 의사(擬似)과학이라 할 수 있는 지적설계론을 과학이론인 진화론에 대립시키는 잘못된 전제와 구성을 하고 있다. 이러한 실례로 미국에서 지적설계론이나 창조론을 진화론과 같이 과학 교과서에 실어야 하느냐 마느냐 하는 사법부의 판결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과 같이 과학이 아닌 것을 과학교과서에 반영하려는 기이한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의 행동을 소개하는 것처럼 이미 반영이 기각된 황당한 일화를 담는 것이 그것이라 하겠다.

또한 과학적 진리가 마치“사회적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것이라는, 즉 진리란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것이라는 극단적 상대주의적 논리를 보이기도 하며, 편의주의적 논의로 과학을 종교적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표명하기도 하고, 영국의 특수한 현상을 보편적 세계의 현상으로 확장하여 무신론을 유신론에 대한 또 다른 종교인 듯 인식케 하는 신중치 못한 표현으로 객관적 성찰을 저해함은 물론 진화론의 과학적 논쟁이라는 본질을 흐리기도 한다.

어쨌든 주된 논점으로 제기하고 있는 진화론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된 기획인 만큼,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이라는 지적설계론자들의 진화론의 비판적 논의가 서두를 장식한다. 교과서에 잘못된 설명을 이유로 진화론 전체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거나, 눈과 같은 생물체의 기관을 예로 들어, 환원할 수 없는 복잡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 누군가 지적설계자가 생명을 창조했다는 영적 신비로 자연을 설명하는 기계론적 이상주의자들의 주장을 장황하게 나열하고 있다. 결국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이론적 토대로 과학을 흉내낸 의사과학을 과학인양 오해토록 배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어처구니없게도 “진화론이 믿는 사람이 점점 많아진다는 이유로 종교의 교의처럼 되어버렸다.”는 논리의 비약으로 본질을 훼손하기도 한다.

특정 과학 이론을 신뢰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종교의 교의’가 된다고 하면, 만유의 인력의 법칙, 상대성 이론 등등 오늘의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모든 과학이론은 저마다의 종교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결국 유일신의 창조론이라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야기되는 비과학적 논쟁의 합리적 타당성이라는 정당성을 부여하는 정말 기괴한 논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태초의 생명 탄생이라는‘발생학’에서 다루어야 할 분야를 진화론에 대입하여 학문적 경계를 혼동시켜 생명체의‘진화’에 대한 과학적 논증인 자연선택이론을 중심으로 하는 진화론을 무능한 과학처럼 비추는 태도와 같이 바람직하지 못한 논의도 보이고 있다.

한편 합리주의 이성중심의 오늘의 사회가 과학의 물질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음은 모두가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며, 이로 인한 가치의 재고로서 과학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은 인류의 미래 가치에 대한 고뇌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허나 진화론에 대한 종교주의자들의 비판을 물질주의로까지 확장하여 포괄적 과학비판의 일환으로 몰아넣는 것 또한 본질을 호도하는 무지한 자세라 아니 할 수 없다. 또한  한 지적설계론에 경도된 사람의 말을 인용하면서 “과학과 종교라는 다른 영역”이니 만큼 영역을 존중하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이는 과학은 종교적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라는 적대의식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진화론이라는 과학이론 자체에 끊임없이 신비주의와 종교성을 주입하려는 편협성을 스스로 멈추지 않으려는 거친 의지라는 저의임을 숨기려는 것과 같다.

물론, 이 저작이 리처드 도킨스를 비롯한 에드워드 윌슨, 데니얼 데닛, 제리 코인과 같은 저명한 진화론자들과 마이클 베히나 윌리엄 뎀스키라는 의사과학자들의 지적설계론, 그리고 앨빈 플랜팅카와 같은 창조론자들의 견해를 적절히 배열하여 각각 그들의 이론과 직접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한 주장을 소개하고 있는 형식으로, 진화론과 종교의 간극을 좁혀보자는 취지임을 천명하고 있으나, 저마다의 주장을 산만하게 배열하기만 하고 있어 프로그램 기획의 진의를 명확하게 파악하기가 곤란하기도 하다. 다만, 진화론에 적의를 보이는 창조론자(지적설계론자 포함)들이 제기하는 논의의 쟁점을 집중적으로 조명하였다는 점과 과학과 종교의 갈등, 진화론의 발전적 현황에 대한 개괄적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정보로서의 유익성을 지니고 있다 하겠다.

과학은 새로운 입증이 발견되면 기존의 이론은 스스로 폐기된다. 입증할 수도 검증할 수도 없는 신비주의를 과학이라고 주장하거나 불과 6,000년 전에 생명이 창조되었다고 주장하는 황당한 창조론은 과학으로서 다툴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수없이 시중에 나도는 反진화론을 표명하는 저작들의 주장을 지나치게 확대하여 이념적 대립으로 그 갈등을 키우고, 나아가 인류 사회의 분열을 조장하는 발아점이 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종교적 신념을 가진 이들은 자신들의 신앙을 존중하면 될 것이고, 과학은 과학 그자체로서 논박되고 다투어야 할 것이다. 종교로서 과학을 파괴하고, 과학으로 타자의 신념을 훼손하려는 행태는 지양(止揚)되어야 할 것이다. 진화론은 과학이다. 이를 전복할 새로운 과학적 증거가 발견 되었을 때 비로소 논의와 비판의 의의와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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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 2010-09-14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례되지 않는다면
무슨 일 하시는 분이신지
여쭤 보고 싶네요.

검색하다 우연히 이 글 읽게 되었는데
이해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별을 네 개나 주신 건
책 나름의 가치를 인정하신 건가요?
리뷰 내용을 보면 짜게 주셨을 것 같았는데...

2010-09-15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