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맨 프로젝트 - 신자유주의를 농락하는 유쾌한 전략
앤디 비클바움.마이크 버나노.밥 스펀크마이어 지음, 정인환 옮김 / 빨간머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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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거대기업의 자본이 세계의 권력을 좌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이해는 새로운 정보도 아닐 뿐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데 소용이 닿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거대기업의 힘과 이윤을 최대화하도록 고안된 체제를 밀어붙이는 신자유주의의 왜곡된 부정의(不正意)의 권력을 방조할 수만도 없다.
그래서 그 불공정성과 부정의를 시정해내기 위해 힘없는 시민, 제3세계의 가난한 나라는 그 반대의 의지를 시위와 자결의 행동, 시민세력의 집결, 연합 등 다양한 저항수단으로 기획하고 대항한다.

이 책자는 이렇듯 많은 시민저항 수단 중 아주 독특한 기획과 그 실화를 담고 있는데, 이들이 명명한 명의 보정(Identity Correction)'이란 해학적 접근이 그것으로, 지구촌 대다수인 시민의 권리를 짓밟고 소수의 거대기업과 지배권력의 이권만을 위해서 작동하는 못된 개인과 단체의 정체를 낱낱이 밝혀 제 이름을 찾아주겠다는 갸륵한 행동의 이름이다.
특히, 이들의 명의보정 행위는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를 관리, 집행하기위한 기구로 출범한 WTO(세계무역기구)가 애초의 취지를 상실하고, 다국적 기업을 소유, 통제하고 있는 이들에게만 좋은 일을 하는 이권단체로 전락하여 지구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지나치게 약자를 유린하는 정책에 몰두하는, 즉 부(富)라는 힘의 논리를 정의로 신봉하는 신자유주의의 광신자 집단의 희화(戱化)와 조롱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

일례로 생태 주지사, 교육대통령이라고 자신을 미화시킨‘조지 W.부시’의 위선과 거짓에 대해 대대적인 명의 보정을 실시하는 것이다. GWBush.com이란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주지사시절 최악의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교육 민영화 추진 등 시민에게 상처를 주기만 했던 본색을 공개하여 탐욕스럽고 사악한 실체를 알리는 것과 같다.
사실 이 아주 영리한 사람들, 일명‘예스맨’의 활약은 세계경제의 정의를 세우고 지구촌의 균형적 발전, 부의 형평성 있는 배분, 신자유주의의 비뚤어진‘굶주림의 미덕’모델을 시정하려는 진지하고 용기 있는 것이지만, 그 천연덕스럽고 배짱두둑한 명의보정의 실천모습에서는 배꼽을 잡고 구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예스맨의 활동에 감동을 받은 한 독지가가 제공한 Gatt.org 라는 웹사이트를 소유하게 되면서 WTO의 횡포 - G-8등 부국과 거대기업을 위한 일방적이고 모순된 경제정책 - 를 조롱하고 그 부정의를 시정하고자 하는 일련의 해프닝을 기획하게 된다. 사이트를 오해한 유수의 국제경제 관계자들로부터 강연의 초청, 방송 출연 등의 제의를 받고,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담아 펼치는 예스맨의 대담한 활약은 피식 피식 웃음을 그칠 줄 모르게 한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세계무역기구’소속의 경제전문가로 가장하여 「무역규제 완화와 점진적 개선이란 개념: 거버닝 측면에서 본 1790년부터 현재까지」라는 그럴듯한 강연제목을 가지고 세계의 내놓으라 하는 경제전문가들을 앞에 두고 벌이는 코미디는 또다시는 없을 것이다. 네덜란드 KLM항공과 이태리 Alitalia항공의 합병결렬은 이태리의 시에스타(siesta ; 정오의 수면)같은 문화적 후진성 때문이니 문화적 차이는 뿌리를 뽑아야 한다거나, 거대 자금으로 이루어지는 오늘날의 정치선거의 자본화를 위해 투표권은 상품화를 해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지만 이 국제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 CNBC방송의 대담자로 초빙되어 “힘을 가진 게 누구냐, 결국 누구의 주장이 옳은 것이냐, 그 말이죠.”하며, WTO는 힘의 논리를 중시한다고 그 실체를 까발리지만 역시 어떠한 소란도 일지 않으며, 핀란드 탐페레에서의 「섬유산업의 미래」라는 주제의 국제회의 초청강연자로서 노예제는 나쁜 것이 아니라는 둥 간디는 순진한 보호 무역주의자였다는 둥 헛소리를 떠들고, 빈국에 세운 원거리에 있는 노동자들을 관리하기 위해, ‘종업원 투시 보조기(employee visualization appendage)’ 가 부착된 경영자 여가복의“1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황금색 남근을 위풍당당하게 앞세우고”흔들어 보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가관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그 많은 석학들과 경제전문가, 기업인들 중에서 이들이 말하고 행동하는 본질을 알아차리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바로 “전문성이란 게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를 읽게 한다. 고작 잘난 체 하는 한 페미니스트가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도 못한 채 “남성 중심주의적 아니에요?”라고 눈을 흘기더라니 정말 웃기는 세상 아닌가 말이다.

WTO식 세계화에 대한 100% 끔찍한 이미지를 그려내자. 그 허위와 거짓, 불평등과 힘의 실체를 보여 주자.라는 이들 예스맨의 의도는 성공적이다. 신자유주의의 세계화라는 얼굴을 하고 “새로운 아파르헤이트(Apartheid)’를 전 지구촌으로 확산”시키는 WTO의 실체를 이처럼 명료하게 명의보정한 예는 없을 것이다. 물론 이들 예스맨이 연출한 이 희화된 행위가 지배 권력자들의 위선적 정책을 바로잡거나 방향을 이동시키는데 얼마큼의 궁극적이고 근원적인 영향을 주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발칙하고 영특한 기획처럼 이러한 사람들의 노력이 우리의 음울한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킨다는 것은 확신 할 수 있다. 이 기발한 명의보정이란‘공공패러디’는 불투명성과 부정과 부패로 흐리멍텅한 우리의 정치와 경제현실의 비판과 시정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론이 될 수 도 있지 않을까? 가볍고 유쾌한 마음으로 신자유주주의의 허상을 읽어낼 수 있는 깜찍한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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