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아이, 몽텐
니콜라 바니어 지음, 유영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18개월짜리 여아(女兒)의 해 맑은 눈망울과 천진스런 미소, 깔깔대는 그 순박한 행복의 메아리가 내 가슴속으로 밀려오는 듯하다. 인간의 발길을 허락한 적 없어 보이는 깊고 깊은 협곡과 산악, 야생의 동물들과 강과 호수와 습지, 그리고 섭씨 영하 4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의 대 자연에 그대로 하나가 된 듯 한 몽텐, 디안, 니콜라, 이들 가족의 여정은 그대로 아름다운 시(詩)가 되고, 삶의 노래가 되며, 생생한 활력이 되어 스모그처럼 탁해진 정신과 마음을 청량한 기운으로 바꿔준다.

캐나나 북부 프린스조지에서 시작해 험준한 로키산맥을 넘어 알래스카 접경지 도슨에 이르는 이천사백 킬로미터의 대 여정은 변화무쌍한 자연이 인간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고, 혈관 속의 피가 얼어붙는 듯한 두려움으로 심장을 옥죄는가하면, 가족의 안전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 문명으로부터의 엄청난 거리가 주는 무원(無援)의 숨막힘, 소리도 움직임도 없는 절대 고독의 조합이 된다.

겨울 여정을 위한 준비의 지점, ‘투카다시’호수로 가는 네 마리 말과의 신경전, 삶과 죽음의 경계에 맞닥뜨린 회색곰과의 아찔한 조우, 쉼 없이 내리 퍼붓는 지긋지긋한 비, 모기떼 등 타이가 여름의 고단한 걸음에서 이들 가족의 신뢰와 인내, 사랑의 숭고함, 아니 인간정신의 경외를 목격한다.

특히 일 년 여에 걸친 기나긴 이 대자연 여행기가 더욱 풍요롭고, 아름다우며, 행복감에 도취되게 하는 것은 새의 울음소리를 따라하고, 자연의 색깔과 움직임 하나하나를 자신의 커다란 눈으로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듯한 아기, '몽텐(Montaine)'의 자연과의 닮아가는 모습 때문이며, 그저 한 편의 서정시라 하여야 할 것만 같은 “아득한 아침의 빛”과 호수와 숲과 야생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향기와 그 무수한 자연의 오묘한 색깔들의 향연이 더 없이 소박하고 감동적으로 펼쳐지고 있음에서이다.

소나무를 베어 통나무집을 세우고, 온 세상이 얼어붙는 겨울 눈썰매 출정을 준비하는 과정과 함께 수놓아지는 그 매혹적인 가족의 풍경은 문자 그대로‘태초의 풍경’이 그러했으리라 만큼 천상의 행복감을 선사한다. “숲에 사는 것이 아니라 숲과 함께 사는”사람, “나는 산 속에, 산은 내 속에 있는” 사람, 자연과 합일이 되어 있는 이들 가족의 무한한 자유와 조화는 바로 우리의 모습이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부러워지기조차 한다.

여정의 작고 소박한 느낌과 사건들에서부터 생사를 달리는 위기의 순간들, 동물과 인간의 교감을 넘어 자유의지라고 까지 판단력과 믿음을 쌓아가는 과정, 문명과 동떨어진 차디차고 고요한 눈 덮인 협곡과 얼어붙은 강위를 아슬아슬하게 달리는 혹한 속 눈썰매, 그 안에 새근거리고 잠든‘눈의 공주’.몽텐의 사랑스러움에서 진정 인간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번뜩 깨우치게 된다. 어느덧 인간에게 낯 선 것이 되어버린 자연, 자연과 점점 멀어진 인간들이 말하는 진보가 얼마나 커다랗게 인간을 상심시키고 있는 것인지, 경탄과 환상의 기쁨을 앗아가 버린 것인지, 이들의 고귀한 경험이 어떠한 설득보다 강렬하게 다가온다.

 

‘니콜라’의 위험한 여행 제안을 따라주고 엄청난 희생을 감수한 아내‘디안’에 대한 절절한 고마움, 자연에 대한 민감성과 감수성이라는 놀라운 유산을 갖게 된‘몽텐’, “얼굴에는 서리가 맺혀있고, 눈썹은 얼어붙은”이들이 마침내 폭설과 혹한, 영하40도의 물살과 유빙을 해치고 ‘도슨’에 “다왔다!”고 외치는 순간은 단지 독자인 나에게도 정말 환상적인 순간이 된다. 해냈다! 아기도 해냈고, 니콜라와 디안도 해냈다. 보물보다 소중하고 값진 경험, 이들이 들려주는 록키산맥의 자연과 행로, 툰드라에 울려 퍼지는 새들의 울음소리와 몽텐의 미소, 정말이지 듬직한 명견‘오춤’의 활약이 물밀듯이 감동으로 밀려온다.  눈과 얼음, 장엄한 대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감수성 높은 야생 여행기이다. 아름답다, 경이롭다, 그리고 경외의 갈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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