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마술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5 링컨 라임 시리즈 5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마술과 과학의 대결이라 해야 할까?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마술사의 현란한 손동작에 기만당하는 느낌이란 참담함이라기보다는 경외가 맞을 것이다. 대체 어떻게 사람이 사라지는 것일까, 아니 몸을 두 동강냈는데 어찌 다시 살아난단 말인가, 찰나에 불과한 시간에 계속 새 옷으로 변신하는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등등, 그러나 마술사들의 노력이 빚어낸 그 신비로움이 매혹의 즐거움이 아니라 인간의 생명을 향한 사악한 도구로 바뀌었을 경우, 그대로 꽁꽁 묶여 물탱크를 탈출하지 못하고 죽어버리고, 몸을 자르는 것이 실제라면 그 참혹함을 우린 감당할 수 있을까? 

음침한 음악학교에서의 살인, 경찰관을 버젓이 마주한 범인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린다. 펑~ 섬광과 함께. 그리곤 작가는 범인의 이름 '말레릭(Malerick)'을 소개한다. 탈출마술의 거장 후디니의 본명 에리히 바이스(Erich Weize)와 세계적 마술사 말리니(malini)를 합성한 이름. 더구나 어두운 자기 마술의 본질인‘악(惡)’을 뜻하는 어근에서 따온 것이라는 심상치 않은 설명을 곁들이면서.

결국 독자는 선(善)을 대표하는 과학수사의 대명사‘링컨 라임’과 악의 화신인 마술사의 자존심을 건 한 판 대결에 동참하여야 하지만 작가는 그리 단순한 구도만으로는 만족치 못했던 모양이다. 인종차별주의자들의 비밀집단인 애국단이라는 극우범죄자들의 검사 살해 음모와 결합되고, 유명 서커스단과의 과거원한까지 가세하여 사건을 혼미에 빠뜨린다.
스릴로는 모자라 무수한 복선이 깔리고, 이로 인해 독자의 감각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서스펜스에는 그만 작가‘제프리 디버’의 명성에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자기 영혼을 기만이라는 예술에 바친”사람, 라임의 손발이 되어주는 현장 감식의 베테랑 경관 ‘아멜리아 색스’의 코앞에서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범인을 과연 잡을 수 있을까하는 무력감이 엄습할라치면 평온과 행복 그리고 매혹을 표현하는 선의 마술사‘카라’의 등장으로 활기를 채운다. 기막히게 적절한 인물들의 배합과 그들이 발산하는 매력으로 작품은 의기양양해진다.

여기에 색스의 승진시험까지 더해지면 사람 사는 세상냄새로 이야기는 그야말로 풍요로워진다. 연쇄적 살인이 이어지고 과거의 화재로 인해 아내를 잃고 자신의 페르소나(persona)까지 상실당한 범인의 과거가 하나씩 밝혀진다. 그 분노와 초조함을 달래기 위해 사람을 살해함으로써 보상받는 신출귀몰 하는 환상 마술로 무장된 살인마의 실체는 좀체 드러나지 않는다. 작품의 재미는 바로 이러한 환상마술이 다양하게 변주되어 살인행위에 이용되고 있는 점이라 할 수 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살인자의 범위가 축소가 되는 것이 아니라 외려 확장되고 있다 할 정도로 스토리는 더욱 풍성해지기만 하여, 단 한 순간도 지루함을 느낄 여유를 주지 않는다. 이 작품의 키워드라 할 수 있는 마술에서 일종의 트릭행위라 할 수 있는 '미스디렉션(misdirection)'은 수사팀과 범인의 치열한 두뇌싸움의 중심에 서서 그 예측으로 독자를 몸살 나게 한다.

아마도 이처럼 많은 반전을 지닌 작품은 없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정교하고 속도감 넘치는 플롯으로 무장되어있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다름 아닌 이 소설자체가 이미 마술의 한 자락이라 하여야 할 것이다. 경애하는 독자 여러분! 500쪽까지 읽으시고 범인을 밝혀내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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